얼마 전 TV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배우 이성재가 애견 ‘에페’를 데리고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다소 낯선 직업의 여성을 만난 것. 그녀는 에페를 안고 교감을 시작했고, 평소와 달리 침착해진 에페는 마치 속내를 고백하듯 그녀와 눈을 맞췄다. 얼마 후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에페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해요.”, “누워 있을 때 옆에 오지 못하도록 하나요? 에페는 옆구리에 안기는 걸 좋아합니다.”와 같은 얘기를 전해줬다.
또한 이성재가 배변을 잘 가리던 녀석이 최근들어 실수가 잦다고 말하자 그녀는 “에페가 노력해 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마치 외국인의 말을 통역하듯 에페의 생각을 통역해 알려준 것이다.
그렇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동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말하자면 동물들의 상담사이자 통역가다. 동물진실의 생각을 사람의 언어로 알려줄 수도, 사람의 말을 동물에게 전달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 당연히 과학적으로 명확한 조사와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일견 쇼처럼 여겨지다가도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모르는 동물과 주인 사이의 과거 경험을 통역해줄 때면 놀라움에 눈이 동그래진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동물들의 상황을 정확히 짚어내고, 해결책을 내놓는 능력은 신내림을 받은 점쟁이의 예지력 이상으로 신통방통하다.
누구나 가능한 평범한 능력!?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말동무가 되어줄 수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탐 나는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은 하나 같이 이것이 텔레파시, 염력 등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의 초능력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영국 최초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인 피 호슬리도 저서 ‘하트 투 하트’에서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은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동물과 대화가 불가능한 것은 단지 그렇게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동물과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자신의 직감을 무시하도록 말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직감에 주의를 기울이면 동물과 교감하는 문을 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마타 윌리엄스 역시 동물과의 대화를 ‘문명 이전의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라 표현한다.
즉 동물과의 대화에 있어 최대의 장애물은 이성적인 생각이다. 이성이 발동되기 이전의 본능적 감각을 극대화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성공의 열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직감, 다시 말해 특정 사물이나 상황에 직면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좌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중 한 명인 캐롤 거니는 이를 ‘영적인 근육(spiritual muscle)’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 직감에 의존해 느껴진 동물과의 교감이 진짜로 동물의 생각이 맞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아마도 여기에 이르면 대부분 회의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직감은 글자 그대로 직감이니까.
하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직감에 꽤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례로 작년 11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연구팀은 직감의 적중률이 무려 90%에 이른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팀은 피험자들 앞에 컴퓨터 모니터 2개를 놓고 각 모니터에 각기 다른 숫자를 연속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숫자들의 평균값이 높은 모니터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피험자들은 숫자가 표시되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계산이 아닌 직감으로 답을 맞춰야 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6차례의 실험에서 65%였던 적중률이 24차례 실험 후에는 오히려 90%까지 높아진 것. 연구팀은 “사람의 직관이 놀라울 만큼 강력하고 정확한 의사결정 도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직관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까. 이는 지난 2009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구팀의 실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24명의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색깔의 만화경 이미지들을 2세트 보여줬다. 그리고 두 번째 세트를 보여줄 때는 숫자를 함께 불러주면서 다음 문제가 나올 때까지 기억하라고 지시했다. 두 번째 세트의 이미지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그러나 피험자들은 오히려 두 번째 세트의 이미지들을 더 정확히 기억했다. 연구팀은 이를 직감의 산물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뇌는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보까지 처리해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다. 이것이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문제의 해답을 찾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아직 직감의 실체가 과학적으로 완벽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 연구를 통해 직감이 상당한 신빙성을 갖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도 이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교감을 위한 사전 준비
직감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이성보다는 본능이 다소 앞서 있는 어린 아이들이 성인보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호슬리 또한 이 점에 동의한다.
“아기들이 꼬리를 흔들며 걸어가는 개를 보고 활짝 웃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는 아기들이 개의 행복감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이다.”
국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박민철씨도 저서 ‘너의 마음이 궁금해’를 통해 순수한 어린이들이야 말로 동물과 교감을 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뇌과학에서는 흔히 어린 아이의 뇌가 닫힌 상태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이는 성인처럼 고등정보를 익히고 판단하는 대뇌변연계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동물도 어린 아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결국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은 우리 속에 잠들어 있는 본능적 감각을 깨워야하는 일이다. 과연 어떻게 깨울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명상을 최우선적으로 꼽는다. 적지 않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도 동물과 대화하기 전 명상을 하면서 모든 감각기관을 열어 놓는다고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명상은 동물과의 대화를 위한 사전 준비와도 같다.
방법은 일반적인 명상과 다르지 않다.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에서 일정시간 동안 명상을 하면 되며,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향기나 음악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잡념에 빠지지 않고 마음을 비워내서 동물과의 대화에만 모든 생각과 감각을 집중시킬 수 있는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대화법도 정해져 있지 않다. 현장의 분위기나 동물의 성격에 맞춰 최적의 방법을 찾아 이뤄진다.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인간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 대체로 몇 초 사이에 교감이 이뤄지는 만큼 순간적인 집중력이 중요하다. 특히 사람과 다를바 없이 너무 깊게 마음을 닫아버린 동물과는 대화가 쉽지 않으며, 단 하나의 상(像)을 떠올릴 때까지 몇 날 며칠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는 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아무리 명상과 일련의 수련을 거쳤다고 해도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캐롤 거니는 이렇게 말한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은 요술이 아니다. 영매의 초능력과도 다르다. 텔레파시라는 용어로 해석하려 들지도 말라.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은 이미 우리가 지닌 감각을 강화해서 사용하는 능력일 뿐이다.”
주파수 맞추기
한편,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히 직감이라는 말 대신 ‘주파수’로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사람과 동물의 주파수가 맞으면 대화가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굿 닥터’에 이런 장면이 나온 적이 있다. 주인공이 개 사육장에서 길러져 말도 못하고, 야생동물과 다름없이 난폭한 아동학대 피해 소녀를 진정시키고자 서로의 심장 위치를 맞춰서 일종의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장면이다. ‘너의 마음이 궁금해’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와있다.
“고등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동물은 뇌에서 나오는 파장이 항상 가수면 상태인 세타(θ)파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것은 동물의 몸에서 가장 전류량이 많은 심장의 파동과 일치한다. 사람이 집중력과 호흡을 통해 이 주파수와 일치시키면 채널링(channeling), 쉬운 말로 교감이 이뤄진다.”
세타파는 뇌 신경의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규칙적인 형태의 전류인 뇌파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수면 상태, 특히 꿈을 꿀 때 관측되는데 소아기에는 각성 상태에서 세타파가 나오기도 한다. 이 사실은 어린 아이가 동물과 쉽게 대화할 수 있다는 일명 ‘직관 가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다른 근거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이 각성 상태에서 세타파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얘기일까. 그렇다. 과학적으로 가능하다. 그 해답은 앞서 언급한 명상이다. 깊은 명상 상태일때 나오는 뇌파가 바로 세타파다. 명상을 통해 몸의 긴장을 완전히 풀고, 수면 상태와 가까운 수준에 이르면 각성 상태에서도 세타파가 나온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명상에 심취한 고승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스캔했더니 세타파가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게다가 고승처럼 오랜기간 명상을 생활화한 사람에게는 명상 중이 아니어도 세타파가 관측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국 하버드의대 심신의학연구소 허버트 벤슨 박사팀도 명상을 할 때 나타나는 뇌의 변화를 연구한 바 있다. 그 결과, 명상에 돌입하면 인간의 뇌는 ‘안전과 동요’라는 모순적 상태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명상 중에는 대체로 뇌 활동이 낮은 상태를 유지하지만, 집중과 관련된 뇌의 특정 부위는 더 활성화 된다는 것. 이 상태가 세타파의 발현과 유관함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명상을 하지 않은 경우라도 간혹 창의성을 요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낸 순간 세타파를 경험할 수 있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 긴장을 이완하고 세타파가 발생되도록 유도하면 집중력과 관련한 뇌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묘책을 찾을 수도 있다. 이 논리에서라면 명상 등의 수련을 통해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에 접근하는 것이 그리 허무맹랑한 얘기만은 아니다.
캐롤 거니는 말한다. “훈련을 계속하라. 어떤 언어든 유창하게 말하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어떤 사람은 몇 시간의 노력으로도 도달할 수 있지만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 동물과 대화하기 7단계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일련의 수련을 거쳤다면, 실전으로 들어가 동물과 대화를 시도해보자. 캐롤 거니가 저서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에서 소개한 ‘하트 토크 프로그램 7단계’를 소개한다.
STEP. 1 평온한 장소로 이동
아침에 잠에서 깬 직후가 동물과 대화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이때 우리가 비교적 정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긴장을 풀고 평온함을 느낄만한 곳으로 동물과 함께 이동한다. 정신을 산만하게 할 장난감이나 다른 동물들이 없어야 하며, TV와 라디오가 있다면 끄도록 한다.
STEP. 2 고요한 안정감을 공유
부드러운 말과 스킨십으로 동물을 안정시킨다. 굳이 눈을 맞출 필요는 없지만 동물이 당신을 의식하고 있으며, 편안한 상태인지 확인할 필요는 있다.
STEP. 3 심신의 정지점 도달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서 심신이 균형을 이뤄 마음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 경청할 수 있는 상태, 즉 정지점(停止點)에 도달한다.
STEP. 4 동물의 대화 의사 확인
정지점에 도달하면 동물에게 자신과 소통하고 싶은지 묻는 것으로 자신을 확장한다. 동물들은 대개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예컨데 동물이 머리를 위 아래로 흔드는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다. 긍정적 대답을 했다고 느꼈다면 그것을 믿는다.
STEP. 5 솔직한 대화
동물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자신과 동물의 영혼이 연결돼 있다고 상상한다. 그리고 동물을 만지는 촉감이나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감정 등을 선입견 없이 받아들인다. 이때 경험하는 모든 느낌과 감상들이 동물의 본질, 다시 말해 동물이 하고 싶은 말이다.
STEP. 6 궁금한 점 질문하기
동물과 마음으로 연결됐다면 동물을 초대해 감정을 공유한다. 동물이 마음을 열고 말하도록 하거나 질문 목록을 준비해 하나씩 질문한다. 생각은 단순 명확하게 하고, 이 생각이 자신의 마음에서 동물의 마음으로 흘러들어간다고 믿는다.
STEP. 7 경청과 존중
질문에 대한 응답을 받기 위해 완전히 긴장이 풀릴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어떤 방법으로든 응답은 돌아온다. 시각에 민감하다면 동물의 메시지가 이미지로 떠오를 것이며, 신체가 민감하면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감정에 민감한 경우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응답을 받으면 소통을 허락해준 동물에게 고마움과 존중을 전한다.
뇌파
뇌파는 사람의 생각이나 활동상태에 따라 가장 느린 델타파부터 가장 빠른 감마파까지 5가지의 다른 리듬이 관측된다. 때문에 뇌과학자들은 뇌파의 변화를 통해 마음의 변화를 유추할 수 있다고 믿는다.
o 알파(α)파 : 고도로 집중한 편안한 상태
o 베타(β)파 : 일상적인 의식 상태
o 감마(γ)파 : 불안 및 흥분 상태
o 세타(θ)파 : 의식이 이완된 상태(각성 상태와 수면 상태의 중간)
o 델타(δ)파 : 깊은 수면 상태
대뇌변연계 (limbic system) 의식적이고 지적인 활동을 관장하는 대뇌피질(cerebal cortex)과 무의식에 관여하는 뇌간(brain stem) 사이의 부위로서 상부뇌와 하부뇌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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