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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 최악의 직업] 대변 핸들러

THE WORST JOBS IN SCIENCE

영국 레딩대학 미생물학과 글렌 깁슨 교수의 연구실은 ‘악취’라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불쾌한 냄새로 가득하다. 그는 인간의 장에 사는 박테리아를 연구해 과민성 대장 증후군 같은 질병의 치료법을 찾고 있는데 이를 위해 인간의 대변으로 만든 용액을 인체 소화기관을 모방한 모형에 부어놓고, 액체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해 박테리아 샘플을 실험한다. 이 과정에서 형언할 수 없는 냄새가 연구실은 물론 건물 전체에 퍼진다. 때문에 깁슨 교수는 장갑, 마스크 등을 착용해 자신의 몸이 오염되는 걸 막고자 필사적 노력을 한다. 그러나 실험 재료와의 접촉은 불가피하다. 연구실로 배달된 소포를 열다가 대변을 함유한 혈액이 튄 적도 있다.

“수년 전의 일이었어요. 미국 전역에서 수집한 대변 표본을 기다리던 저희들에게 표본 대신 한 박스의 돼지 갈빗살이 배달됐죠. 혹여 갈빗살을 기다리던 분이 저희 샘플을 받지 않았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입니다.”

[THE BEST JOBS] 제품 파괴자



암웨이 신뢰성연구소 그룹관리자. 4명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연구팀의 책임자인 마크 게미지의 명함에는 이런 직함이 적혀 있다. 주요업무는 공식용어로 ‘복합 제품 시험용 장비 및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일견 따분한 일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가 진짜 하는 일은 암웨이에서 개발한 모든 제품을 혹사시켜서 파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자칭 ‘죽음의 방’이라 부르는 실험실에서 그와 팀원들은 조리기구, 의료기구 등을 초고온 상황에 노출시킨다. 8,000V의 전압을 가해 낙뢰에 맞았을 때의 상황도 재현한다. 특히 게미지는 투명 물탱크 속에 제품을 넣고 부서질 때까지 압력을 가해 취약점을 찾는 실험을 가장 좋아한다.

“제품이 큰 소리를 내며 폭발하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에요. 외부 손님이 오면 직접 압력 다이얼을 돌릴 기회를 주는데 제품이 터지는 순간 예외 없이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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