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용 : 약 2,500달러
지난 6월 미국 브루클린의 맥캐런 공원에서 개최된 ‘레드불 크리에이션(red bull creation)’ 대회 현장. 버지니아주 포츠머스 출신의 ‘노스 스트리트 연구실(North Street Labs, NSL)’ 팀원 4명은 하루 종일 텐트 속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NSL팀은 이 대회에만 3번째 참가였고, 이와 유사한 경진대회에도 다수 출전한 경력이 있었다.
레드불 크리에이션은 매년 혁신적 공작물을 선정, 1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는데 올해 주제는 대중에게 친근하지만 누구도 본 적 없는 악기를 72시간 내에 제작하는 것. 심사위원들은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면서 일반인들이 직접 라이브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만들라고 세부지침을 내렸다.
NSL팀의 프로그래머 스티브 셰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선천적으로 청력이 정상의 50%도 되지 않았고, 나머지 팀원들 역시 음악적 재능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귀머거리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니!”
하지만 NSL팀은 마음을 다잡아 회의에 들어갔고, 맥주가 몇 순배 도는 사이 아이디어가 정해졌다.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상호작용형 나무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트리퀀서(Treequencer)’라고 명명된 이 나무는 쇠파이프로 줄기와 가지를 형성하고, 동작인식 센서를 부착하는 형태였다. 나무 근처에서 춤을 추면 센서가 움직임을 음악으로 변환하며, 새집 모양의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목표가 정해지자 팀원들은 주택 건축자재 판매점으로 달려가 강철 배관을 구입해서 테이프를 이용해 3m 높이의 실물 크기 모형을 제작했다. 다른 팀들은 이를 보고 실소를 터뜨렸지만 NSL팀은 기본 설계에 만족하며, 배관들을 용접해 나무의 프레임을 완성했다. 그리고 필요한 전자부품들을 주문했다. 제작에 돌입한지 하루가 지나고 NSL팀은 각자의 전문분야에 맞춰 분업에 들어갔다.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음악으로 변환하는 일은 코딩 경험이 있는 셰퍼가 맡았다. 그러나 그는 공원에서는 주변 소음 때문에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 보청기가 120㏈ 이상의 소리를 차단해 버리는 탓이었다. 그래서 홀로 호텔방으로 이동해 작업을 시작했다. 벽에 테이프로 센서를 붙인 채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고, 직접 춤을 춰보며 성능을 개선했다.
그동안 다른 팀원들은 스피커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전원장치 등이 들어 있는 새집을 만들었다. 72시간이 거의 임박한 시점에 셰퍼가 동료들에게 돌아왔고, 종료 몇 분전 트리퀀서가 완성됐다.
올해 참가팀들의 수준은 뛰어났다. 어떤 팀은 그림 낙서를 음악으로 변환해주는 스캐너를, 어떤 팀은 로봇 드럼 키트를 개발했다. 대상은 로봇 드럼 키트의 차지였고, NSL팀은 레드불 음료만 잔뜩 받아왔다. 하지만 트리퀀서는 음악가들에게 진가를 인정받았다.
트리퀀서에 매혹된 ‘슈퍼휴먼 해피니스’라는 밴드가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신곡을 녹음하고, 그 뮤직비디오도 제작한 것. 현재 셰퍼와 동료들은 태양전지를 부착한 방수 트리퀀서를 개발, 야외에 영구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트리퀀서는 기대 이상이에요. 72시간 동안 이만한 걸 만들어냈으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면 저희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개발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HOW IT WORKS]
1 근접 센서
나무줄기 위의 초음파 센서 3개가 고주파를 발사, 그 반사파로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를 파악한다. 각 센서마다 다른 악기가 연결돼 있으며, 거리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2 동작 감지 센서
가정용 보안시스템에 쓰인 것과 유사한 X-밴드 센서가 피사체의 움직임 속도를 측정한다. 셰퍼는 사람의 발걸음에 따라 디지털 드럼 비트가 생성되도록 센서를 코딩했다.
3 컴퓨팅
새집 속의 아두이노 프로세서가 4개의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MIDI 인터페이스 명령어로 변환한다. MIDI 인터페이스에는 대량의 디지털 사운드가 저장돼 있다.
4 전력
120V 전력공급장치가 100V 스피커와 센서에 전력을 제공한다. 새집을 비추는 LED의 경우 컴퓨터에서 떼어낸 250W급 파워서플라이에서 공급받은 전력으로 구동된다.
▶ 2 MORE 레드불 크리에이션 출품작
제작기간 : 72시간
제작비용 : 2,000달러
로봇 드럼 시퀀서
시카고에서 온 MB 연구실(MB Labs)팀은 거대한 전자 드럼 시퀀서로 올해 레드불 크리에이션의 대상을 거머쥐었다. 디지털 드럼키트와 물체 감지 카메라로 구성된 2개의 디스크가 있는데, 삼각형이나 구슬을 올려놓는 위치와 개수에 따라 리듬과 멜로디가 변경된다. 심사위원들은 이 복잡한 장치에 감탄했고, 1만 달러의 상금으로 노고를 치하했다.
제작기간 : 72시간
제작비용 : 1,600달러
그림 낙서 해독기
1.21지가와트(1.21Jigawatt)팀은 낙서 해독기를 개발, 인기상을 수상했다. 스프레이를 이용해 종이에 마음대로 그림을 그린 뒤 버튼을 누르면 종이가 반대로 뒤집혀진다. 그러면 장치 내부의 빛 센서가 그림을 스캔해 데이터로 변환하는 메커니즘이다. 색깔과 대비, 위치에 따라 음조가 달라진다. 이 팀은 3D 프린터를 부상으로 챙겼다.
X-밴드 (X-band) 8.0~12.0㎓의 주파수 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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