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기어는 지난 9월 25일 갤럭시 노트3와 함께 세상에 나왔다. 당시 스마트 기기를 넘어 웨어러블 휴대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에 주객이 전도되며 갤럭시 노트3보다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단적으로 말해 갤럭시 기어는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의 편의성과 활용성을 배가해주는 제품이다. 만원 지하철에서 주머니를 뒤적거리지 않고 손목만 들어서 음성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스마트폰과의 연결을 위한 블루투스 외에 3G, LTE 같은 무선통신 기능이 없어 단독으로는 무용지물이다.
시계보다 낯선 시계
갤럭시 기어의 첫 인상은 꽤 낯설다. 착용감이 일반 시계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중량은 일반 시계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커서 거추장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옷을 입을 때면 항상 밖으로 빼놓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활용도는 칭찬할 만하다. 41.4㎜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힘입어 사진은 물론 작은 글씨도 선명하고 깨끗하게 표현한다. 입력 방식은 터치를 쓰는데, 인식률이 높아 작은 화면임에도 부드럽고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었다.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 확인 외에 카메라 기능 역시 발군이다. 190만 화소급 내장카메라가 웬만한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긴급상황이나 돌발상황의 촬영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촬영한 사진이나 녹음파일은 터치 한 번으로 스마트폰에 전송할 수 있는데 페이스북이나 클라우드 스토리지로의 전송기능이 추가되면 더 좋을 듯 하다.
보이스 리코더도 요긴한 기능의 하나다. 내장 메모리 용량은 4GB로 다소 적은 편이지만 말이다. 덧붙여 개인적으로는 만보계 기능이 마음에 들었다. 만보계로 측정한 걸음 수를 스마트폰의 S헬스 앱으로 전송할 수 있어 효율적인 운동량 관리가 가능했다.
사용자 환경(UI)은 당연히 시계형 기기의 특성에 최적화 돼 있다. 기본 홈 화면은 디지털 시계지만 취향에 따라 아날로그 시계로 변경할 수 있으며 화면을 좌우로 밀어서 환경설정, S보이스, 카메라 등의 기능을 쉽게 찾아 쓸 수 있다. 홈 화면에서 화면을 위로 문지르면 전화 걸기, 아래로 내리면 카메라 기능이 실행된다. 또한 음성인식 기능인 S보이스로 전화, 문자, 알람 등의 조작이 가능하다. 인식률이 높지는 않지만 짧은 문자메시지의 경우 큰 불편을 못느꼈다.
배터리 수명이 아킬레스건
다만 갤럭시 기어는 기본 제공되는 기능 외에 추가적인 확장이 어렵다.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의 메시지 도착을 알려주거나 뉴스알람, 페이스북 추천 등의 앱이 전부다. 안드로이드 마켓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보다 더 큰 아킬레스건도 있다. 바로 배터리다. 시계형이라고는 해도 시계 이상의 기능을 제공하는지라 배터리 사용량이 많다. 그럼에도 덩치를 키울수 있는 한계가 분명한 탓에 배터리 용량은 갤럭시 노트3의 약 10% 정도다.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대기모드에서 약 25시간, 연속 사용 시 8시간이면 배터리 수명이 다했다. 사용빈도가 많은 사용자들은 하루 1시간 2번 이상은 충전을 해야 한다. 퇴근 후 깜박 잊고 충전을 해놓지 않으면 다음날 아침에는 사용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전체적으로 갤럭시 기어는 최신 기기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가 아니라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듯하다. 희소성은 있지만 실용성이 떨어진다. 독립 네트워크 기능이 없어 스마트폰과 10m만 떨어져도 바보가 된다. 그럼에도 이 녀석을 손목에 차고 싶다면 스마트폰의 보조기기 정도로만 생각하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SPEC]
화면 : 41.4㎜ 슈퍼아몰레드 (320×320)
네트워크 : 블루투스 4.0
크기 : 36.8×56.6×11.1㎜
중량 : 73.8g
AP : 800㎒
램 : 512MB
내장메모리 : 4GB
외장메모리 : 미지원
카메라 : 190만 화소
배터리 : 315m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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