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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플 척도

와플전문점의 영업상황으로 재난의 피해규모를 가늠한다.

미국에서 허리케인이 덮치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이재민 대피소와 보급품 지원을 요청한다. 이때 FEMA는 피해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신속 정확히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 그래서 24시간 와플 체인점인 와플하우스의 매장에 전화를 건다.

거짓말 같겠지만 이는 FEMA의 크레이그 퓨게이트 청장이 10여년 전 플로리다주의 수석 비상기획관으로 재직하며 개발한 ‘와플 척도’다. 당시 그는 재해 발생 직후 관련정보가 부족할 때 와플하우스의 영업상황이 전기, 가스, 도로 등 주변지역 인프라의 붕괴 정도를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이 척도를 창안했다. 총 3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정상영업 중이면 피해가 크지 않은 ‘녹색’, 일부 메뉴만 판매 중이면 ‘황색’, 문을 닫았을 경우 피해가 심각한 ‘적색’으로 표시된다.

이처럼 특이한 지표로 특정상황을 추론해낸 사람은 퓨게이트 청장만이 아니다. 미국 밴더빌트대학 경제학자들은 최근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의 가격을 통해 유로존 국가와 고유화폐 사용국가 간의 경제적 차이를 평가했다. 또 소문에 의하면 석유무역 투자펀드들은 항공기를 대여해 지구상의 원유 중 절반이 선적되는 싱가포르 항구 상공에서 유조선의 숫자를 헤아려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한다.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컴퓨터공학자이자 정치학자인 데이비드 레이저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근원적 개념들은 정확한 측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현상들을 파악할 좋은 수단이자 대체재입니다.”





레이저 박사팀은 현재 이른바 ‘네트워크 과학’을 연구 중이다. 서로 연관된 여러 현상들을 살펴서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분야로 대개 데이터 세트가 방대한 문제를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예컨대 구글의 ‘플루 트렌드(Flu Trends)’는 누리꾼들의 검색어를 분석,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 빠르게 독감 확산을 예보하는데 레이저 박사팀도 이와 유사하다. 기상이나 지진 데이터 대신 모바일기기의 문자 및 음성데이터를 분석해 지진, 폭탄테러, 정전 등의 재난상황을 실시간 패터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 연구팀에 따르면 이 알고리즘이 종종 현지의 정부당국보다 사태를 빨리 감지해낸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와플하우스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일까. 이 체인점은 허리케인이 자주 덮치는 미국 동해안과 걸프만 지역에 500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홍수와 토네이도가 출몰하는 미국 중서부에도 점포가 수백개나 된다. 특히 와플하우스는 미국 기업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재해 대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재해복구 지원을 위한 기동지휘센터를 운용 중이며, 이동식 발전기도 대량 확보해 놓았다. 또 재해 피해를 입어도 수 시간 내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철저한 위기관리 교육을 수행한다. 작년부터는 이런 모든 정보를 이메일로 FEMA에 통보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와플 척도는 진정한 과학적 지표라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2011년 미주리주 조플린에 토네이도가 찾아와 도시의 3분의 1이 파괴됐지만 그 지역의 와플하우스 2곳은 모두 정상영업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정확성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부터 와플하우스는 폭풍 추적 소프트웨어를 활용, 폭풍이 각 점포에 영향을 미칠 시점과 영업재개가 가능한 시점을 1분 단위로 예측 중이다. 덕분에 와플하우스는 이재민과 구호요원들에게 더 빨리 뜨거운 식사와 커피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FEMA의 대응력도 한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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