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은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 Jeopardy에서 천재들을 꺾은 슈퍼컴퓨터로 유명하다. IBM의 CEO 버지니아 로메티 Virginia Rometty는 이제 왓슨이 회사 그리고 컴퓨팅의 미래라고 말한다.
By Jessi Hempel
마크 크리스 Mark Kris 박사는 세계 최고의 폐암 전문의 중 한 명이다. 뉴욕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Memorial Sloan-Kettering(MSK) 암 센터의 흉부종양 분야 책임자로서 30여년간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해 왔다. 그러나 그조차도 환자들에게 어떤 약을 투여할지 알아내는 데 들어가는 정보의 방대한 양에-그리고 그 데이터를 해독하는 데 쓰이는, 또 그에 비해 너무나 조악한 도구들에-압도되곤 한다. 그는 사무실에서 필자에게 너덜너덜해진 2013년 치료 지침서를 한 권 건네주며 “이것이 오늘날 치료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지침 중에는 16 개의 약물 중 두 가지를 조합해서 투여하라는 지시가 있다. 그는 “계산을 한번 해 보라”고 덧붙였다. 100 가지 이상의 조합이 나온다는 의미였다. “그중 어느 것이 최선인지 어떻게 알아내겠는가?”
이는 실로 심각한 문제다. 올해만도 23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암 진단을 받았다. 이들 거의 모두는 항암 화학요법을 받을 것이다. 크리스 박사에 따르면 아무리 조악한 지침이라도 절반 이상의 경우 지침대로 치료되지 않는다. 그는 지침을 고수하는 비율을 10~20%만 높여도 30만 명의 환자들이 더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암 정복은 차치하고라도, 지금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가장 적절한 약물의 조합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질문 때문에 크리스는 IBM을 찾게 됐다. 그는 더 많은 정보가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뛰어난 두뇌였다. 순간적으로 지식을 흡수하고, 데이터 간에 더 깊은 연결관계를 알아내고, 모든 것을 기억해 내는 두뇌를 의미한다. 그들은 왓슨이 필요했다.
물론 여기서 왓슨은 몇 년 전 퀴즈 프로그램 ‘제퍼디’에서 챔피언들을 누르고 완승을 거둬 이목을 집중시킨 슈퍼컴퓨터를 뜻한다. IBM의 CEO 버지니아 로메티는 왓슨이 하는 일을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왓슨이 바로 IBM의 미래를 결정할 열쇠이며,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를 밝힐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녀는 “왓슨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소비자들을 만들 것이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문제들과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왓슨은 이미 일련의 신제품들을 만들어냈다. 지난 2월, IBM은 MSK, 그리고 보험사 웰포인트 WellPoint와 합작으로 폐암을 치료하는 암 전문의들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자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를 위해 크리스와 동료들은 IBM 연구진과 협력해 왓슨에 의학 증거자료 60만 건, 학술지와 임상실험 자료 문헌 200만 페이지를 입력했다. 컴퓨터에 설치된 ‘왓슨에게 물어봐(ASK WATSON)’버튼을 누르면 왓슨이 이 모든 정보를 단 몇 분 안에 샅샅이 훑어 알맞은 치료법을 추천한다. 박식하면서도 매우 공손한 동료 의사가 즉각적으로 의견을 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동료가 사진처럼 정확한 기억력과 구글을 압도할 만한 지식의 보고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IBM의 다른 고객들도 이 기술을 적용하고 싶어 한다. 이미 수십개의 기업들이 그런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메이시 Macy’s 백화점은 밀레니엄 시대 고객들의 사회적 신호들을 해석, 이들을 효율적으로 타깃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식료품 체인 크로거 Kroger는 콜센터에서 고객의 질문을 예측하고 더 빠르게 답변을 제공하는 데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BNSF 철도의 CEO 매슈 로즈 Matthew Rose는 총 3만 2,500 마일(약 5만 2,300km) 철로의 결함부분을 망가지기 전에 발견하는 데 왓슨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지금을 뒤돌아 보며 ‘인지 컴퓨팅이 없을 때는 어떻게 했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메티가 왓슨에 CEO직을 건 만큼, IBM은 왓슨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IBM은 연구 비용, 기술 개발과 보강을 위한 데이터분석 관련 벤처기업 인수 비용으로 지난 8년간 무려 240억 달러를 썼다. IBM이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건 2012년 매출이 1,045억 달러에 달할 만큼 거대 기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규모가 크다는 건 큰 성장 분야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IBM은 작년 이익 176억 달러를 기록하며 8% 성장을 달성했다. 이 추세를 유지하려고만 해도 올해 추가로 14억 달러의 이익을 올릴 곳을 찾아야 한다. 최근 투자자들이 그 화려한 실적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품으면서 빅블루 *역주: IBM의 별칭 주가가 주춤하기도 했다. 로메티는 왓슨을 굳게 믿고 있다. 그녀는 왓슨에 대해 “혁신과 고부가가치의 통합체다. 나는 왓슨이 정점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뉴욕 주 아몽크 Armonk에 있는 20세기 중반 현대식 건축양식의 나지막한 IBM 본사 건물에 들어서자 102년의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지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로메티는 필자가 도착하자 현관으로 거의 뛰어오다시피 나와 맞이했다. 우리는 과거 IBM 제품 사진들이 든 유리 액자가 옆면을 장식한 긴 중앙 복도를 따라 걸었다. 그러다 왓슨의 조상 중 하나인 딥 블루 Deep Blue가 1997년 체스 세계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 Garry Kasparov를 이기는 사진 앞에 멈춰 섰다. 로메티는 “이곳의 역사를 실감할 수 있다”면서 뒤를 가리켰다.
그 곳에는 필자의 팔꿈치 정도 높이까지 오는 405 전자회계기계(405 Electric Accounting Machine)가 서 있었다. 로메티가 ‘컴퓨터의 첫 시대’라고 부르는 1930~40년대 IBM의 대표 제품으로, 계산이 가능한 기계들 중 하나였다. 복도를 더 올라가니 인간의 지시를 따르는, 즉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기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오늘날 컴퓨터라고 알고 있는 기계로, 이후 점점 더 빠르고 강력해졌다. 그러나 가장 진화한 컴퓨터도 인간이 내리는 구체적인 지시에만 대응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왓슨은 크게 한 발짝 나아간 것이다. 왓슨은 스스로 배우는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 IBM의 창립자 토머스 왓슨 Thomas Watson의 이름을 딴 왓슨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소화한다. 그리고 자연어,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고 트위터나 이메일에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 말장난, 속어, 은어 등을 알아듣는다는 얘기다. ‘구름 하나(a cloud)’와 ‘그 구름(the cloud)’을 구분한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센서들을 통해 수집한 신호들을 통합할 수 있고, 그 모든 각각의 행동에 명령을 내리는 0과 1로 이뤄진 복잡한 코드가 필요 없다. 왓슨은 더 많은 정보를 받으면서 자신을 반복해 다시 프로그래밍한다.
이는 왓슨이 인간의 두뇌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사고’를 더 확대할 수 있고(이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설명하겠다), 또 이 슈퍼컴퓨터가 때로는 실수를 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제퍼디’에서 우승할 때도 왓슨은 시카고 공항들에 대한 질문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컴퓨터들, 그리고 대다수의 인간들과 달리 왓슨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서 배운다.
‘제퍼디’에 출연한 지 2년 반이 지나는 동안 왓슨은 덩치가 작아지고 능력은 커졌다. 한때는 90개의 서버가 10개의 선반에 놓여 큰방 하나 정도의 공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피자 박스 4 개 정도 크기의 서버 한 개에 들어갈 크기이면서 속도는 240배나 빨라졌다.
‘왓슨’이 하드웨어뿐 아니라, 그 기계와 함께 작동하는 일련의 소프트웨어 제품들-IBM에 따르면 현재까지 수십 가지가 생산됐다-도 의미한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크기는 휴대용 기기 정도로 작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미 클라우드를 통한 서비스로도 이용 가능하다(IBM은 왓슨의 정확한 가격은 밝히기 거부하면서, 어떤 서비스들이 포함되는지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 갖춘 계약도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고만 밝혀두고자 한다).
왓슨의 천재성 중 하나는, 과거의 컴퓨팅 기기들과 달리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대신 가능한 대안들을 개연성에 따라 순위를 매겨 증거와 함께 제시한다. 가상의 37세 폐암 환자를 치료하는 MSK 시연에서, 왓슨은 세 가지 치료법을 나열하면서 첫 번째 방법에는 95%, 두 번째는 45%, 세 번째는 8%의 신뢰도를 나타냈다. 각 의견마다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팝업 창에 왓슨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제시된다. 주로 학술지 논문의 일부가 하이라이트로 표시되거나, 임상실험에 대한 분석이 나온다.
왓슨의 등장은 참으로 시의적절했다. 20세기 최대의 과제가 정보에 대한 접근이었다면, 21세기의 과제는 그로 인한 정보의 복잡성에서 방향을 찾는 일일 것이다. 지난 2년간 생산된 정보의 양이 그보다 앞선 인류 역사 전체보다 많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추세가 계속 가속화 할 것이라 믿을 이유는 충분하다.
로메티(56)는 자신이 회사에서 은퇴하고도 한참 후에야 세상을 바꾸는 왓슨의 효과가 완전히 나타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IBM의 과거 CEO들은 60세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래서 IBM과 그 고객들이 왓슨의 기술을 활용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그녀의 임무라 할 수 있다. 이 임무가 너무나 중요해서 로메티가 2012년 CEO에 오른 후 포춘과 첫 공식 언론 인터뷰에 응했을 정도다.
우리는 그녀의 집무실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탈지 우유를 넣은 스타벅스 차이라테 벤티 사이즈를 홀짝이고 있었다. 실내장식은 IT 회사의 CEO답게 간소하면서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캐비닛은 물론이고 종이 한 장 눈에 띄지 않고, 사무실 안의 라벤더 액센트에서 약간의 여성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극도로 정리를 잘하는 동시에 대부분의 시간을 길에서 보내는 여성의 사무공간이라 할 만했다.
로메티는 특이한 인물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녀가 항상 하고 다니는 헤어밴드에서 과거 여학생 클럽 회장의 면모가 엿보인다. IBM CEO에 걸맞게 격식을 차리지만 동시에 따뜻한 사람이기도 하다. 로메티는 거만함을 절대 참지 않는 부류의 인물이다. 그녀는 장황하게 얘기하기보단 열심히 ‘들었던’ 덕분에 최고의 판매사원이 됐다. 그 때문인지 고객들은 그녀를 열렬히 사랑한다. 실제 인터뷰 과정에서도 그녀가 자신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보단 필자에 대해 물어보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왓슨이야기를 꺼내자 곧 목소리에 열정이 묻어났다.
로메티는 미래의 성공적인 사업 비전을 소개하면서, 세 가지 특성으로 정의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첫째, 데이터가 모든 결정을 주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퇴직 관리는 오랫동안 과학보다 기술이라고 간주됐던 분야다. 유능한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2011년 IBM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왓슨의 기술을 이용해 한 부서에서 시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금전적 보수, 복지 혜택, 직장과 개인 생활의 균형, 커리어 개발 기회 등 명백한 변수들을 검토했다. 그에 더해 보통 사람들은 염두에 두지 않을 만한 데이터와도 연결을 했다. 예를 들어, 왓슨 소프트웨어는 산업 컨설턴트로 일하는 한 여직원이 클라우드 컴퓨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인맥을 쌓는 점에 주목했다. IBM은 그녀를 회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 클라우드 분야의 선배를 그녀의 새 멘토로 지정했다. 로메티는 이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해 “퇴직이 75%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적재적소에 투자한 금액도 1억 달러나 절감했다”고 말했다(이 금액에는 수년간 직원들을 채용, 재배치, 교육하는 비용이 포함된 것이다). IBM은 이제 이 프로그램을 전사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둘째, 로메티는 기업들이 가진 방대한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유형의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를 돕기 위해, IBM이 올해 안에 외부 개발자들에게 왓슨의 소프트웨어 코드 중 일부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들이 훌륭한 아이디어와 왓슨 프로그램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셋째, 로메티에 따르면 새로운 사업 때문에 고객들과의 일대일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오늘날 기업들은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 St. Paul에 사는 23세의 대졸 미혼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할 정도로 데이터를 세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데이터의 양과 이를 관리할 능력은 세인트폴 메이플스트리트 110번지에 사는 신디 데이비스 Cindy Davis라는 특정 고객을 타깃으로 할 수 있을 수준으로 진화할 것이다(소비자들이 이 정도의 관심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렇게 다가오는 현실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해, 로메티는 새로운 고객층이 테크놀로지의 소비자가 되도록 교육하고 있다. IBM의 기존 고객인 최고운영책임자(COO)들에게 최고마케팅책임자(CMO)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어떻게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지 시연하는 등, 다른 분야의 동료들과 더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로메티는 또 IBM의 문화를 개혁해 회사가 이런 새로운 고객들에게 더 빠르게 접근하고, 그 수요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왓슨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연구 부문에선 고객 서비스와 관련해 컨설팅 부문과 더 많이 협력하여 일하고 있다.
500여 명의 IBM 직원들이 오스틴과 보스턴에 있는 왓슨 아카데미 Watson Academy에서 일주일간 교육을 받았으며, 앞으로 수천 명이 추가로 컴퓨터를 통해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IBM의 리더 로메티는 우수한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20년간 수익이 20배 늘어난 주주들의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 이런 일들을 해내야 한다. 로메티는 전임자들과 같은 공식에 의지하고 있다. IBM은 그동안 야심만만한 5개년 로드맵을 발표하고 그 목표를 (대부분 기한보다 앞서) 달성해 왔다. 로메티는 이윤이 낮은 하드웨어 사업을 폐지하면서 동시에 이윤이 높은 소프트웨어 부문을 두 배로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비용 시장의 직원들을 저비용 시장 직원들이나, 때로는 기술 분야 직원들과 주기적으로 교체한다. 그리고 풍부한 자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재매입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 10년간 빅 블루의 주당순이익(EPS)은 매년 두 자리씩 뛰었다. 로메티는 2012년 15.25달러였던 주당순익을 2015년까지 20달러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올봄 IBM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월가의 이익 추정치를 밑돌자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IBM의 인원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지속 성장하는 데 필요한 만큼 회사의 클라우드 사업이 성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로메티는 회사가 5개년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말하고,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은 IBM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번스타인 리서치 Bernstein Research의 선임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 Toni Sacconaghi는 “IBM은 매우 엄격한 재무 모델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IBM이 지난 7월 발표한 이익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동안 많은 기술업체들이 왓슨과 같은 전문 분야를 개발해왔다. 구글은 검색 알고리즘에 기계 학습을 활용했다. 애플의 시리는 자연어로 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박사 학위소지자들이 세운 벤처기업 대여섯 곳은 감정분석(sentimentanalysis) 소프트웨어와 고도의 데이터 분석을 마케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왓슨만큼 폭넓은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바로 IBM의 규모, 경험, 자원, 그리고 야심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 회사는 획기적인 제품들을 만들어낸 역사와 60억 달러의 연구 예산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큰 이상을 펼칠 독특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5만 명의 컨설턴트를 직원으로 두고 있어 이런 제품들의 출시가 가능하다. 고객과의 돈독한 관계와 장기계약들 덕분에 IBM은 늘 새롭고 중요한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다.
지난 5월 IBM은 대량 생산이 기대되는 첫 제품으로 왓슨 인게이지먼트 어드바이저 Watson Engagement Advisor를 발표했다.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가 이 제품을 콜센터에서 시험하고 있다. 왓슨이 바로 지금 크로거의 모든 고객정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고객이 크로거의 연료 보상 프로그램 포인트를 어디서 쓸 수 있는지 질문한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으로 콜센터 직원은 프로그램 규칙을 훑어보고, 포인트를 어디서 쓸 수 있는지 지침을 찾고, 고객의 계정을 검토해야 한다. 몇 초 안에 하기는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콜센터에 걸려오는 2,700억 건의 전화 중 절반은 해결되지 못하거나, 상사가 전화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 IBM 측의 설명이다. 이젠 크로거 콜 센터 직원들은 ‘왓슨에게 물어봐’ 버튼을 눌러 더 빠르고 정확하고 도움이 되는 답을 줄 수 있다. 크로거의 최고정보책임자(CIO) 크리스 혤름 Chris Hjelm은 “왓슨 덕분에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왓슨의 상품들은 고객사들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에 더 빠르고 잘 접근하도록 도왔다. 그러나 더 혁명적인 가능성이 열려 있다. 왓슨이 인간 지식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것이 3,000명의 IBM 연구진의 책임자인 존 켈리 John Kelly가 던진 화두다. 켈리(59)는 “우리는 이 새로운 시스템들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영역까지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 중의 과학자다. 물리학 석사와 재료공학 박사 소지자인 켈리는 평범한 대중이 복잡한 아이디어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재능을 갖추고 있다.
전기톱 소리가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고객들이 IBM 연구원들과 왓슨을 어떻게 가장 잘 적용할지에 대해 협력할 공동작업 연구소를 여름내 아래층에 짓고 있었다. 켈리는 고객들이 “어떤 상관관계가 가능한지, 또 어떤 백지-신약, 신소재, 그들이 하는 사업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발견될지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왓슨은 겨울철 폭풍에 대비해 어느 길에 소금을 뿌려둬야 할지 알아낼 수 있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IBM의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부사장 브리짓 반 크랠링겐 Bridget van Kraljingen은 식료품점의 시리얼 진열대를 스캔해 소비자에게 어느것이 가장 건강에 좋은지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에 대해 설명했다(연구소에서는 성공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IBM의 장기 비전이 실현된다면, 우리 인간들은 기계와 매우 친밀한 새로운 관계를 맺을 것이다. 켈리는 “더 이상 우리가 시스템의 지배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짐작컨대 왓슨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A Space Odyssey’에서 주인에게 저항하고 우주선을 마음대로 통제했던 불량 컴퓨터 ‘할 HAL’보다 품행이 바를 것이다). 그는 “우리는 이 시스템들을 통해 훨씬 더 빨리 배울 것이고, 이 시스템들도 우리를 통해 훨씬 더 빨리 배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컴퓨터가 인간의 모든 지식을 배우고 우리의 언어로 우리에게 말하는 일에 점점 더 능통해진다면, 결국에는 인간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다른 더 오래된 기술들이 육체노동 직업을 없앤 것과 달리, 왓슨은 고도로 훈련된 전문직 지식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게 분명하다. 오늘날 ‘왓슨에게 물어봐’ 버튼은 암 전문의들에게 부차적인 의견을 제공한다. 그러나 신뢰도가 더 높아지면 아예 일부 의사들을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이런 질문들은 IBM이 대답할 것이 아니다. 이 회사는 기술사업을 한다. 기술을 혁신하고, 그 기술을 상품화하고, 다시 혁신한다. “당신이 100세쯤 되면 하나의 제품으로 자신을 정의할 수 없을 겁니다.” 로메티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필자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IBM의 슈퍼컴퓨터가 지식의 한계를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노동의 미래에 대한 질문은 왓슨에게 하는 것이 마땅할지도 모른다.
IBM의 장기 비전이 실현된다면, 우리 인간들은 기계와 매우 친밀한 새로운 관계를 맺을 것이다. 켈리는 “더 이상 우리가 시스템의 지배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