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7조 8,500억 위안(약 1,411조 원)으로 전년 대비 30.83% 성장했다. 중국은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국가가 되었다. 중국 기업인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아마존 닷컴과 이베이 등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중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단순히 중국인들의 ‘Buy China’ 덕분일까? 포춘코리아가 중국 최고 경영대학원 CKGSB의 순 바오홍 교수를 만나 중국 전자상거래의 성공 비결과 과제를 알아봤다.
베이징 =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2006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가 지난 5월 ‘이베이 스타일’이란 패션 사이트를 열고 본격적인 중국 시장 재공략에 나섰다. 이번 도전에선 자사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전 세계 국가간 상품거래의 79%가 페이팔에서 이뤄진다)을 앞세웠다. 존 도나호 이베이 CEO는 “중국의 중소기업 4,000만 개 가운데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아직 500만 개밖에 없다”며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마존닷컴 역시 차이나텔레콤과 손잡고 온라인 스마트폰 유통(온라인 콘텐츠, 모바일 기기, 전자책 판매 등)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월마트는 인터넷 식료품 사이트인 이하오디엔의 최대 주주로 B2C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글로벌 유통 기업들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다퉈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에 진출한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다. 뚜렷한 성공 사례가 지금까지 없었을 뿐이다.
CKGSB 순 바오홍 교수는 이에 대해 “이베이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알리바바보다 일찍 진출했다. 하지만 중국에 미국 모델을 가지고 들어왔다는 점을 (실수로) 지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순 교수는 이어 “이베이의 유료회원제 정책과 배송료 지불 등은 중국 소비자들이 받아 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일찍 진출했지만 중국 소비자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순 교수의 설명은 길게 이어졌다.“반면 알리바바는 고객의 소비패턴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혁신을 추구했다. 우선 알리바바 사이트는 검색, 배송, 상품 정보 등을 중국인들의 기호에 맞게 잘 정리했다. 중국에선 인터넷 쇼핑 때 ‘채팅 구매’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상품 구매 전 판매자와 채팅을 통해서 가격을 흥정하거나 상품에 대한 정보를 하나하나 물어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이런 부분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세세하게 챙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알리바바의 강점을 간단하게 요약하기도 했다. “중국과 같은 광활한 영토에서 1~2일 만에 배송이 가능하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이건 알리바바의 정말 놀라운 성과다.”
순 바오홍 교수는 알리바바의 물류 혁신을 수요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했다. 올해 5월 알리바바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인 잭 마 회장은 루 자오시에게 최고 경영자 자리를 물려줬다. 알리바바 측은 “앞으로 잭 마 회장은 물류 시스템의 혁신과 투자를 전담할 것이다. 앞으로 160억 달러(한화로 약 17조 원)를 투자해 새로운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상거래의 핵심은 물류다. 8~10년 이내에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24시간 배송이 가능해지면 거래액 10조 위안(한화로 1,700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았다.
알리바바가 이토록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인터넷 쇼핑이 중국인들의 소비문화 속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곧 5억 명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기존 인터넷 인구(4억 3,000만 명)의 90% 정도가 이미 인터넷 쇼핑몰 회원으로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있다. 또 이들 중에는 바링허우(一後世代·중국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이 실시된 1980년 이후 태어난 세대)라는 젊은 소비 동력이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에 익숙한 이들과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은 알리바바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겐 긍정적인 측면이다.
중국 정부는 최저임금 수준을 계속 끌어 올리고 있다. 2015년이면 현재 수입의 2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소비 여력이 생겨나게 된다. 소비 파워가 상승함에 따라 인터넷 상거래 업체들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물류 거점을 신속히 정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류혁신은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전자상거래 업체와 유통 기업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 닷컴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물류 거점 센터 신설 등 물류 정비에만 139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기업은 지난 3년간 물류 투자 규모를 연 40% 이상씩 늘리며 ‘배송 시간 단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베이와 월마트 등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런 흐름에 대해 순 바오홍 교수는 “(인터넷 쇼핑) 고객들이 참을성을 점점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의 주력인 바링허우 역시 마찬가지다. 알리바바 역시 이런 흐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지금도 확대되고 있다. 우선 쇼핑 환경이 다양화 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전자상거래 시장이 PC환경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변화되면서 쇼핑 환경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순 바오홍 교수는 “모바일은 전자상거래 이용 침투율이 높다. 오지에서도 (전자상거래 이용률이) 27%에 달한다. 결제방식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의식 조사에서도 쇼핑이용객 중 85%가 다른 수단에 비해 모바일 결제가 편리하다고 답한 바 있다. 이들 중 65%는 실제로 온라인 쇼핑에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PC 이용자뿐 아니라 모바일 환경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전자상거래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 중 58%는 주 1회 이상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매한다. 이는 미국 42%, 영국 41%, 독일 29%보다 높은 수치이다. 또 이들 중 3분의 1 이상이 PC보다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로 쇼핑을 하고 있다. 이는 순 바오홍 교수의 말처럼 중국인들이 모바일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터넷 쇼핑 환경이 더욱 다양화되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 한다.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를 예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인터넷 보급률이다. 2012년 중국 인터넷 보급률은 43% 정도로 선진국의 인터넷 보급률 평균치인 70%에 크게 못 미친다. 절반이 되지 않는 인터넷 보급률로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시장이 형성 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남은 절반의 시장은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알리바바, 그리고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닷컴, 이베이, 월마트 등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10년도 채 되지 않은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도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금전 사기와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다. 지난해 알리바바에서 찾아낸 지적 재산권 침해 상품만 해도 약 9,400만 개에 달할 정도다.
순 바오홍 교수는 이 같이 어두운 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았다. “알리바바를 예로 들겠다. 이 기업은 유통 혁신과 함께 결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전자상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분리되어 이뤄질 수 없다. 판매, 구매 이력과 업체 정보 등이 종합되어 나타나는‘신뢰’를 걷어내면 전자 상거래에는 늘 불확실성이 상존하게 마련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구매자가 제품을 받아보고 결제를 하거나 알리바바에 결제금액을 예치해 둔 다음 제품 확인 후 알리바바가 결제를 하는 제3자 결제방식, 아예 일정액을 알리바바 개인 결제 계좌에 넣어두고 결제하는 방식 등을 활용하고 있다.” 순 교수는 알리바바의 B2C, C2C 브랜드인 타오바오의 결제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소개한 것이었다. 순 바오홍 교수는 “현재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과 그 신뢰를 평가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보면 된다”며 그 이유에 대해선 “지금은 판매자나 구매자에 대한 평가 시 판매량이나 구매후기 등의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또 한 가지가 궁금해졌다. 알리바바에 축적된 가공하지 않은 원래의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이른바 빅데이터를 통해 시장을 좀 더 장악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10년 전부터 빅데이터 관련 논문을 발표하며 IBM 등 글로벌 기업과 관련 연구를 진행해 온 순 바오홍 교수는 빅데이터 자체에 대한 견해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빅데이터는 단순히 패턴을 보여줄 뿐이다. 그 패턴 안에서 나타나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선택의 이유는 다양하다. 예컨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구매 이력을 분석하는 시도들이 많다. 마케팅을 위한 타이밍, 그리고 적합한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순 바오홍 교수의 설명은 이어졌다.“빅데이터를 통한 마케팅의 성공은 점유율 개선에서 나온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중국 기업은 당장 숫자가 아닌 인식 변화를 우선으로 한다. 때문에 중국의 빅데이터 활용은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를 개선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시장 점유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발달이 중국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일까? 순 바오홍 교수는 “거리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유통 채널이 변화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선 타이핑양(太平洋)백화점 3개 지점 등 7개 백화점이 폐점을 결정했다. 이는 인터넷 쇼핑이 급증하면서 백화점 판매액이 계속해서 하락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쇼핑몰이 급증하면서 전통적인 시장과 백화점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실정이다.
순 바오홍 교수는 이 밖에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의 환기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과거에 비해 스몰 비즈니스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C2C 업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C2C사이트인 타오바오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가격 전쟁도 벌어지고 있다.”
순 바오홍 교수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발전이 분명 한국 기업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익숙함을 끊기란 정말 쉽지 않다. 웬만한 기업들도 타오바오 때문에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할 방법을 묻는다면 브랜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그들과 우선 자주 마주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순 교수가 내놓은 조언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최근 발간한 ‘트렌드 차이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중국의 최신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신 실용주의를 꼽으며 세계의 소비 시장 중국에서 ‘공감능력으로 승부하라’고 주장했다. 그 실천 방안으로는 ‘소비자의 중점 가치를 분석하고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이성적인 대안을 마련해주는 치밀한 프로모션을 기획하라’고 조언했다.
김난도 교수의 분석과 순 바오홍 교수의 조언은 소비자와 먼저 호흡하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순 교수는 말한다.“중국에서 삼성은 상당히 좋은 브랜드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해서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브랜드 커뮤니티를 강화해서 충성도 있는 고객들의 인사이트를 얻고 축적해야 한다. 구전효과는 중국에서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다. 그리고 커뮤니티는 위챗이나 QQ 같은 중국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는 “중국에선 그 방식(중국의 커뮤니티에서 얻는 인사이트)이 상당히 중요한데 다른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순 바오홍 Sun Baohong 교수는…
순 바오홍 교수는 CKGSB 석좌교수로 마케팅학부를 담당하고 있다. 남가주대학교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에서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카네기 멜론 대학교 Carnegie Mellon University 마케팅학 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소비자의사결정과 동적 구조 모델, 동적이고 상호 교류 가능한 마케팅믹스 등이고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와 소셜미디어 플랫폼, 빅데이터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순 바오홍 교수 연구 결과는 주로 타임 매거진 Time Magazine,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 뉴욕 타임스 The New York Times, 월 스트리트 저널 The Wall Street Journal 등과 같은 주요 매체에 인용되고 있다. 순 교수는 또 보쉬 Bosch, IBM 등 주요 기업의 컨설팅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