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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 모임으로 인맥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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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에 목마른가? 여기 비즈니스 인맥을 이어주는 서비스가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10월8일 오전 6시30분,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호텔. 레스토랑 안쪽 방에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조찬 모임을 갖고 있었다. 한 회원이 일어나 한 주간의 결과를 발표했다. “유엔모터스 대표 윤형주입니다. 지난주에 저는 모 골프대회 기획자에게 은지성 유니스 대표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본인이 회원 중 누구에게 어떤 비즈니스를 소개해줬는지에 대한 리포트였다. 윤형주 대표와 은지성 대표는 이 모임의 회원으로 윤 대표는 수입차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은 대표는 각종 모임이나 기업 행사장에서 음악 연주와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소개의 결과로 은 대표가 다음 골프대회에서 연주를 맡게 됐습니다.” 윤 대표가 발표를 마치자 회원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뒤를 이어 나머지 회원들이 주간 활동을 보고했다. 이 모임은 BNI(Business Network International) 코리아가 운영하는 그룹 중 하나다. BNI는 이름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시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회사다. 미국의 컨설턴트 아이반 마이즈너 박사가 1985년 창업했다. 그는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경로를 분석해본 결과, 상당수가 입소문과 소개인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관련업계 사람을 모아 전문적인 소개 모임을 운영했는데, 이 모임이 점점 커져 오늘의 BNI가 됐다. BNI에는 현재 50여 개 국가에서 6,000개 이상의 ‘챕터’(모임)와 15만 명 이상의 멤버가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선 존 윤 미국변호사가 대표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현재두 개 챕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각 챕터는 35명 안팎의 회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회원 면면도 다양하다. 법무사, 세무사, 맞춤정장업체 대표, 인쇄업자, 다원 대표, 보험사 FP, 여행사 판매실장 등 좀처럼 한데 어울리기 어려운 업종 관계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단 각 챕터에는 동종 업계에선 단 한 사람만 멤버로 가입할 수 있다.

BNI가 운영되는 방식은 매우 실질적이다. 매주 화요일 정기모임에서 회원들은 ‘BNI 소개장’과 ‘계약체결 감사장’을 적어 낸다. 소개장에는 언제 누가 누구에게 어떤 소개를 해주었는지와 더불어 소개받은 사람의 관심 정도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표기한다. 명함만 준 정도인지 아니면 전화만 하면 바로 비즈니스가 착수되는 단계인지 등이다.

비즈니스가 성사되면 멤버는 계약체결 감사장을 제출하는데, 여기에는 소개해준 멤버는 물론 계약금액까지 기재한다. 이는 월 단위로 집계되어 글로벌 본사로 보고된다. 이를 토대로 작성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의 BNI 멤버는 지난 한 해 동안 700만 건이 넘는 사업소개를 주고받았고 이를 통해 3조 원 이상의 비즈니스가 이루어졌다. 국내 집계는 비공개. 국내 관행상 회원들이 정확한 금액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임에서 월말과 반기 말에 가장 많은 소개를 해준 사람을 ‘비즈니스 소개 리더’로 선정하고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이날 모임에서도 지난 반년 동안 가장 많은 비즈니스를 소개해준 신창식외식연구소의 신창식 대표가 수상했다. 신 대표는 올 상반기 동안 717건을 소개했고 이 중 99건이 성사됐다. BNI에선 큰 사업을 경영하는 사람보다 가장 많은 소개를 해준 사람, 즉 베푼 이가 존경을 받는다. 실제 매출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회원마다 달라 평균값을 구하는 데 무리가 있다. 맞춤정장업체 ‘아르노’를 운영하는 노미선 대표는 “매출 중 약 30%를 덕보고 있다”며 “인맥을 쌓기 위해 대학원 과정과 BNI를 놓고 저울질했는데, BNI가 큰 만족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회원은 지난 5년간 매출이 5배 성장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BNI 소개에 의한 것이라고 전한다. 존 윤 대표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 70~80%에 이르는 회원도 있다. 이에 반해 일 년간 헛물만 켜다 그만둔 회원들도 있다. 개인차가 크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뛰어나지만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계시다면 BNI가 도움이 됩니다.” 존 윤 대표는 말한다. “우리는 비즈니스를 사냥이 아닌 농사라고 생각합니다. 회원 상호간에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맺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베풀면 그들 역시 우리를 외면하지 않아요.”

회원들이 매출신장만 기대하는 건 아니다. 알찬 교육 프로그램도 BNI의 자랑이다. “BNI의 교육프로그램은 매우 실질적이에요. MBA 교육이 이론적이라면 여기서 배운 지식은 현실적입니다.” 마케팅 대행사 ‘뉴로마케팅’의 이승준 이사는 말한다. 그중 하나가 ‘리퍼럴(Referral)’이라 불리는 기법으로, 짧은 시간에 자기 비즈니스를 강력하게 소개하는 법이다. “전에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눌 때 회사 소개하는 게 왠지 장삿속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불편했어요. 하지만 리퍼럴을 배운 뒤로는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제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소개할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이 이사의 말이다.

존 윤 대표는 인적 네트워크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법 외에도 다양한 기본 경영기법을 가르치고 있다. 주먹구구로 회사를 운영하던 소상공인들 대상으로 마케팅, 재무, 회계, 접객, 인사관리 등을 두루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존 윤 대표의 강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를 갖고 있다. 그의 화려한 경력만 감안하더라도 값어치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존 윤 대표는 과거에 미국 10대 로펌으로 꼽히는 ‘셔먼앤스텔링’의 뉴욕 본사와 ‘폴 와이즈’ 도쿄 사무소 등에서 일한 바 있으며 현재 리더십 코치로 활동하며 기업 임원 코치를 맡고 있다.

무형적인 가치는 더 크다. 존 윤 대표는 말한다. “우리는 비즈니스 하는 법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역시 협력하고 도와주는 방식으로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Givers Gain’, 즉 ‘주는 자가 받는다’는 철학이 이상에 머물지 않고, 매출에 직결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우리는 비즈니스를 사냥이 아닌 농사라고 생각합니다. 회원 상호간에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맺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베풀면 그들 역시 우리를 외면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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