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선 사업의 미래를 논하는 포럼이 열렸다. 중국은 대지진 이후 자선활동이 기업 이미지 개선과 경영 활동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번 포럼에선 기업들이 자선활동을 경영의 일부로 생각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베이징=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지난 9월 25일 중국 베이징 CKGSB 캠퍼스. CKGSB와 세계공동모금회(UWW)가 주최한 2013 세계 자선 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중국의 대표적 자선 활동가인 왕쩐야오 베이징사법 대학교 공익연구원장과 브라이언 갤러거 세계공동모금회(UWW)회장, 양 리리 슈나이더 일렉트릭 차이나 부회장 등 UWW 주요멤버 20명과 CKGSB 출신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참석해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 벌어지는 자선활동의 모범 사례와 지속 방안 등을 나누는 토론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포럼을 통해 자선활동의 체계적인 모델 구축, 기금의 효율적 운용, 참여자들의 ‘함께’라는 인식 확산 등 다양한 과제를 제시했고 자선활동의 다양한 모델도 개발되어야 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브라이언 갤러거 회장은 사회 구성원들과 리더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자선활동의 성과와 성공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적 영향력 있는 조직을 구성해 자선 활동의 확산에 효율성을 더해야 한다는 데 토론자들이 공감하며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토론자로 나선 제니퍼 황 CKGSB 재무학 교수는 “자선활동의 확산을 위해선 자선활동을 통해 수혜자가 어떤 혜택을 받고 또 생활이나 행동 패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연구해 이를 데이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알렉스 싱크 플로리다 넥스트 파운데이션 Florida Next Foundation 설립자 겸 의장은 “조직이나 리더들은 자선활동의 목적뿐 아니라 목표치를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면서 “그것은 자선활동의 동기만큼 결과 분석이 중요하기 때문이며 좀더 창의적인 자선활동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브라이언 갤러거 회장이 말한 “기업이 자선활동을 CSR로 인식하지 않고 창조적인 경제·경영 활동으로 인식하고 전략으로 삼으려면 이런 결과를 통한 가치 경쟁도 필요하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쓰촨성 대지진 당시 재난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지휘하는 등 중국 공익 사업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왕 쩐야오 중국공익연구원 원장은 포럼 중 연설에서 “중국에서 자선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급속한 경제 발전과 함께 부를 축적한 이들의 기부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서 “처음 정부가 자선활동을 독려할 때는 반감이 컸다. 단순히 내가 번 돈을 남에게 준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중국의 기부가 확산된 계기는 지난 쓰촨성 대지진이었다. 전국에서 기부가 열풍으로 번졌다. 이를 계기로 기업과 CEO는 자선활동이 자신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국의 자선사업은 여전히 시설 투자에 머무르고 있으며 기금운용이나 지원책을 효율적으로 디자인하고 이끌 전문가나 시스템 마련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중국 대지진 이후 중국의 자선활동’은 왕 쩐야오 원장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중국 자선활동은 정부의 수직적인 관리체계로 인해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난 당시 해외 언론에서는 “모여드는 구호의 손길을 컨트롤 할 수 없어 오히려 중국 정부가 나서 구호 활동 지원과 시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복지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제도적 보완과 시스템 정착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에서 자선 활동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이를 통해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선 활동과 효율적 방안 찾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선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에서 자선활동의 주체가 개인이나 기업을 넘어 지역사회 단위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CKGSB는 아시아 최고의 부호인 리카싱이 중국 최고 명문 MBA를 만들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설립한 학교다. 또 이 학교는 중국 내 683개의 도서관을 건립해 주민들의 품에 안겨줬으며 수업 커리큘럼 안에 자선활동을 포함시켜두고 있다. 또 CKGSB 자선펀드도 설립했으며 지난 쓰촨성 대지진 사태 때 CKGSB 동문들이 뭉쳐 4억 위안을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당시 중국 전체 기관 기부의 7%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EMBA(Executive MBA) 전교생이 졸업 전 48시간의 사회 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등 자선활동에 선도적인 역할을 기울인 것이 2013 세계 공동 모금회 개최의 계기가 됐다.
중국의 기부가 확산된 계기는 지난 쓰촨성 대지진이었다. 전국에서 기부가 열풍으로 번졌다. 이를 계기로 기업과 CEO는 자선활동이 자신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