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콘솔은 당대 전자공학계의 결정체와 같다. 예컨대 플레이스테이션4에는 연산
속도가 초당 1조8,400억회에 달하는 그래픽프로세서(GPU)가 탑재돼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콘솔 업계의 암흑기였다.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생태계의 핵심인 CD 게임의 판매 및 대여가 지난해에만 무려 21%나 줄은 것이다.
이 문제의 원인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들은 여전히 게임을 즐긴다. 다만 다른 방식을 이용할 뿐이다. 온라인 상점에서 게임을 다운로드 받고, 클라우드 서버로부터 게임을 스트리밍 받는다. 디지털 게임의 다운로드가 작년 한 해 동안 16% 늘어난 것이 그 방증이다. 이는 게임 개발자들이 X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 중 하나를 선택해 코딩할 필요가 없어졌음을 뜻하기도 한다. 정확히 말해 게임에서 콘솔은 더 이상 필수적 존재가 아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게임콘솔의 강력한 대항마들도 등장하고 있다. 레이저의 윈도8 기반 게이밍 태블릿 PC‘에지 프로’만 해도 디스아너드,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등 콘솔게임 수준의 게임타이틀을 다운로드 받아 렌더링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인 엔비디아의 ‘실드’ 또한 PC 게임의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이들 두 기기는 그래픽 엔진도 강력해 실드의 경우 미세한 품질저하만으로 HDMI 단자를 통해 HDTV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결국 콘솔이 점령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어떤 장소에서든 다양한 방식과 다양한 기기로 고성능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도 몇 사람이 모여 개발한 게임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출시, 박리다매를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향후 태블릿의 성능이 블록버스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만큼 향상되면 대형 개발자들도 MS나 소니와 결별하고 이들의 뒤를 따를 개연성이 높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할 때 게임콘솔은 과거 CD플레이어가 걸었던 길을 가고 있다는 게 개인적 판단이다. 어쩌면 8세대 콘솔이 우리의 마지막 콘솔이 될지도 모른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게임콘솔
1. 오디세이 (마그나복스, 1972년) 2. 아타리 2600 (아타리, 1977년) 3.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닌텐도, 1983년) 4. 제네시스 (세가, 1988년) 5. 플레이스테이션 (소니, 1994년) 6. X박스 (MS, 2001년) 7. 위 (닌텐도, 2006년) 8. X박스 원 (MS,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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