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공원에서 마차를 타고 있을 때 우연히 뭔가가 눈길에 스쳤다. 그것은 요정이었다. 날개를 비롯해 모든 것을 갖춘 요정이 꽃 위를 날고 있었다.”
이는 미국의 세계적 예언가 실비아 브라운이 자신의 저서 ‘세계의 미스터리 비밀을 벗다’에서 털어놓은 경험담이다.
그녀에 따르면 금발에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자그마한 요정이 이 나뭇잎에서 저 나뭇잎으로,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혹시 헛것을 본 건 아닐까? 대중의 의심을 예상한 듯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내가 무엇을 봤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기꺼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라도 받고 싶다. 나는 허깨비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
요정에 매료된 코넌 도일
브라운은 요정을 가리켜 ‘최대한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생명체’라고 정의했다. 요정에 대한 이해는 시대별 혹은 민족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은 그녀의 말마따나 인간과 신의 중간쯤에 위치한 초자연적 존재로 본다. 종종 마법을 부려서 인간을 위기에서 구해주고, 간절한 염원을 이뤄주기도 하는 그런 존재 말이다.
물론 모든 요정이 인간에게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몇몇 신화에 등장하는 요정은 특유의 마법으로 사람을 괴롭힌다. 갓난아기를 몰래 잡아가거나 자신의 터전인 숲을 파괴한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는 요정도 있다. 생김새에 대한 기록도 매우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사람과 거의 비슷한 외모에 날개를 가진, 쉽게 말해 피터팬 동화에 등장하는 ‘팅커벨’ 같은 모습이다.
이런 요정 이야기는 20세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특히 유행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이 시기에 사회적으로 심령학 붐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페어리 테일(FairyTale: A True Story)’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일명 ‘코팅리 사건’이다.
이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1917년 코팅리라는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던 두 소녀가 요정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내놓으며 일대 소동이 일어난 것. 특히 한참 신비주의에 빠져 있던 소설가 아서 코넌 도일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이 사진이 진짜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후 수년간 진실여부를 두고 공방이 펼쳐졌는데 1978년 컴퓨터를 이용한 분석 결과, 사진 속 요정이 입체가 아닌 평면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1983년에는 할머니가 된 소녀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졌다. 해당 사진은 잡지에서 오려낸 요정 그림을 자신들의 앞에 세워놓고 찍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문제의 흑백사진을 직접 보면 알겠지만 사실 그다지 완벽한 ‘조작’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당시 많은 사람들을 순식간에 매혹시켜버렸다. 훗날 이 현상을 되짚어본 학자들은 초자연적인 존재에게서 위로를 구하고자 했던 당시 대중들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각지의 목격담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1년 8월에는 멕시코의 한 청년이 살아있는 요정을 붙잡았다는 주장을 제기, 전세계 인터넷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바 있다.
멕시코 중서부 과달라하라에 살고 있던 이 청년은 집 근처 나무 아래에서 우연히 반짝이는 물체를 주워들었는데 반딧불이나 날벌레 정도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요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요정을 포름알데히드에 담가 보관하고 있다면서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 보여줬고, 돈을 내고서라도 요정을 보려는 사람들로 일대가 때 아닌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이 또한 실제 요정이 아닌 인형을 가지고 대중들을 속인 사기행위로 드러났다.
다만 여전히 공방이 진행 중인 사건도 있다. 태국의 ‘나리폰(Naree Pon)’이 가장 대표적 사례다. 나리폰은 태국의 전설 속에 나오는 꽃의 요정이다. 과일나무에 살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나리폰이 살고 있는 나무의 과일을 총각이 따서 먹으면 나리폰을 아내로 맞을 수 있고, 과일나무를 함부로 베거나 훼손하면 나리폰이 검게 변해 죽는다고 한다.
어쨌든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태국 프랑무니 사원의 한 스님이 산딸기를 따던 중 주변 과일나무에서 특이한 꽃송이가 떨어졌다. 그 안을 보니 미라처럼 말라서 죽어 있는 괴이한 생명체가 있었고, 스님은 그것이 나리폰이라고 확신해 법당에 모셨다. 이 사건은 태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에서 큰 화제가 됐으며, 지금까지도 나리폰의 미라를 직접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원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프랑무니 사원의 나리폰은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정도다. 얼굴과 팔, 다리 등 외형은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까이서 살펴보면 눈, 코, 입까지 또렷하다. 특기할 만한 부분은 머리 모양으로 마치 커다란 꽃잎처럼 생겼다.
SBS 백만불 미스터리 제작팀이 쓴 ‘하룻밤, 미스터리를 찾아서’에는 이 나리폰을 직접 관찰한 소회가 다음과 같이 소개돼 있다.
“손가락과 다리 부분의 뼈뿐만 아니라 등에도 뼈의 형태가 선명했고, 머리 부분을 중심으로 촘촘히 박혀있는 잔털이 특히 눈에 띄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섬세해 보였다.”
나리폰은 태아의 사체?!
제작팀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실체를 추적하던 중 태국에서 때마침 장기밀매꾼 일당이 체포되는 일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들에게 압수한 장물, 즉 간과 신장 등의 인체장기 사이에서 낯익은 모습이 확인됐다. 그것은 바로 프랑무니 사원에 안치된 것과 거의 동일한 작은 크기의 미라였다.
그 미라를 입수한 제작팀은 즉시 해부학 전문가에게로 향했고 X레이 촬영 결과, 사람이 분명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덩치는 작아도 척추, 갈비뼈 등 사람의 골격을 그대로 갖추고 있었다.
해부학자의 최종 견해는 ‘6개월 정도 자란 태아의 사체’. 머리 모양이 꽃잎처럼 쭈글쭈글한 것은 뇌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 두개골이 결손된 뇌에서 수분이 빠져나간 뒤 사체가 건조될 경우 이런 모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과연 프랑무니 사원의 미라도 나리폰이 아닌 태아의 사체일까. 과학적·합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아직까지는 코팅리 사건처럼 명백한 거짓이라고는 할 수 없다. 창조론과 진화론, 인간복제 등 많은 분야에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과학과 종교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요정이 애당초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허구의 산물이라는 확신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몇몇 과학적 결과가 요정의 실재에 대한 단서를 어느 정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가능성은 아직 잔존한다. 요정을 믿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실질적인 목격담도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과학의 손에 의해 요정을 둘러싼 무수한 이야기들의 베일이 벗겨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뜬금없는 생각이 필자의 뇌리를 스친다. 혹여 과학이 요정의 존재를 부정하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아니 그럴 개연성이 높다면 굳이 그 결론으로 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그것은 어쩌면 다수가 바라지 않는 일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 이어 요정까지 아이들의 동심에서 빼앗아가는 것은 아무리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이라도 너무 매정한 처사가 아닐까?
히틀러는 요정을 좋아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에 위치한 해발 1,776m의 운터베르크산은 많은 전설 속에서 요정이 사는 신비한 산으로 지목돼 왔다. 이 산에 요정이 살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하 깊은 곳에 현 인류와는 다른 인류가 존재하고, 그곳에서는 시간여행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신비한 현상들이 목격되고는 하는데 가장 최근의 사건이 1987년에 있었다.
당시 요정을 찾아 동굴을 탐험하던 사람들이 3개월간 실종됐다가 이집트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후 독일로 돌아온 탐험대는 자신들이 어떻게 이집트로 갔는지 알지 못했고, 동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운터베르크산을 각별히 아낀 사람 중 한 명은 다름 아닌 희대의 학살자 아돌프 히틀러. 그는 운터베르크산을 바라볼 수 있는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의 산에 자신의 별장을 지었다. 또한 운터베르크산에서 신비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은 그는 별장에 천체망원경을 설치해놓고 오랫동안 관찰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FAIRY CIRCLES]
요정 서클
아프리카 사막의 표면에는 종종 여러 개의 미스터리한 동그라미 형상이 목격되고는 한다. 외계행성의 표면에서 쉽게 발견되는 크레이터처럼 생긴 이 동그라미는 지름이 2~10m 정도로 수백㎢에 걸쳐 규칙적으로 펼쳐져 있다. 또한 서클의 안쪽에는 어떤 식물도 자라지 않으며, 한번 생성된 동그라미가 수십 년간 유지되기도 한다.
과학자들의 지속적인 관찰에도 불구하고 이 서클의 생성원인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를 일컬어 ‘요정 서클(fairy circles)’이라 부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3월 독일 함부르크대학 연구팀이 요정 서클의 생성 원인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사막 흰개미(Psammotermes allocerus)의 소행이라는 것. 6년간 요정 서클을 주시한 결과, 서클의 생성 초기단계에서 사막 흰개미가 함께 관찰됐다는 게 그 근거였다. 식물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던 것도 흰개미가 서클 내부에 자라고 있는 식물의 뿌리를 갉아먹어 고사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흰개미가 식물을 뿌리를 갉아먹었다면 해당식물의 증산작용이 중단돼 땅속에 물이 고이게 된다며 실제로도 지면으로부터 100㎝ 이내에 강수량의 50% 정도 되는 물이 저장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남아공 케이프타운대학의 생물학자 미카엘 크레이머 교수는 이 가설의 모순을 지적했다. 흰개미가 어떤 과정으로 정교한 동그라미 모양의 요정서클을 만들 수 있었는지, 그리고 크기나 위치가 왜 규칙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증산작용 (transpiration) 잎 뒷면의 기공을 통해 식물이 품고 있던 수분이 기체상태로 빠져나가는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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