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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의 왕’이 더욱 강해져 돌아왔다

[JOY RIDE] 메르세데스 벤츠 더 뉴 S클래스

메르세데스 벤츠 ‘더 뉴 S클래스’가 드디어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미리 만나 본 더 뉴 S클래스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작정하고 만든 만큼 한 치의 빈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지난 7월 초,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 더 뉴 S클래스 국제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모델을 미리 타볼 수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었다. 게다가 S클래스라니. 국제 미디어 시승회 이후 4개월이 지나서야 더 뉴 S클래스는 한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11월 27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 평화광장에서 더 뉴 S클래스는 대중들 앞에 화려하게 나타났다. 이번에 선보인 더 뉴 S클래스는 6세대 모델이다. 5세대 모델이 나온 2005년 이후 8년 만에 모든 것이 달라져 등장했다.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더 뉴 S클래스가 차지하고 있는 무게감은 독보적이다. 이 녀석을 소개하기 위해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더 뉴 S클래스를 선보이기 위해 여간 공을 들인 게 아니다. 지난 5월 독일 함부르크 교외에 자리잡은 에어버스사 조립 공장에서 더 뉴 S클래스를 세계 최초로 공개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더 뉴 S클래스는 활주로 위에 서 있는 거대한 A380을 배경 삼아 메르세데스 벤츠가 생산하고 있는 모든 모델들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했다. 대단한 연출이었다. 첫 공개 후 각국 미디어를 캐나다 토론토로 초청해 4주에 걸쳐 시승회를 연 것도 뭔가 보여줄 게 많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다시 왕이 된 S클래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내린 건 현지시간 7월 1일 오전이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날짜도 7월 1일이었고 오전 10시였다. 어쩐지 하루를 벌었다는 생각에 토론토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더 뉴 S클래스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커졌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준비해 놓은 대형 SUV GL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토론토 중심가에 있는 포시즌 호텔 로비 앞 주차장은 정말 볼만했다. 무채색으로 고급스러움을 뿜어내는 더 뉴 S클래스들이 줄을 맞춰 늘어 서 있었다. 마이바흐 브랜드가 사라진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더 뉴 S클래스는 명실상부한 최고급 세단으로 돌아왔다. 마이바흐를 제치고 왕좌에 복귀한 만큼 품위와 프리미엄을 훈장처럼 달고 있어야 하는 게 더 뉴 S클래스의 사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더 뉴 S클래스는 우월성을 부각하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을 키웠다. 그릴의 각도도 수직으로 좀더 세웠다. 긴 보닛에서 시작해 흐르는 것처럼 이어진 둥근 루프 라인은 더 뉴 S클래스에 스포티한 쿠페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트렁크 부분에서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후미로 이어지는 선과 뒷바퀴 위쪽에 뚜렷하게 튀어나온 선은 더 뉴 S클래스에 육상선수의 허벅지 같은 근육을 선사했다. 아래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트렁크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차체를 감싸는 듯한 후미등은 뒷모습을 더욱 넓어 보이게 했다.

S는 스포티한 살롱이었다

시승은 토론토에서 북쪽으로 180km 떨어진 무스코카 공항까지 구간과 무스코카 공항에서 무스코카 호수까지 135km를 달려보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량으로 배정받은 흰색 더 뉴 S500 롱휠베이스의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다. ‘웅~’ 하는 소리는 애써 글로 표현한 것일 뿐, 그 묵직하고 낮게 깔리는 음색은 묘사하기조차 쉽지 않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진동과 소음은 당연히 없다.

선도 차량의 출발 지시에 따라 가속페달에 힘을 준다. 묵직한 건 역시 벤츠의 장기다. 십여 대의 더 뉴 S클래스들이 줄지어 호텔을 빠져 나갔다. 제법 차들이 많은 토론토 시내를 뒤로 하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무스코카 공항까지는 180km.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만 남았다. 더 뉴 S500은 4.7리터급 V8엔진에 7G트로닉 플러스 기어를 물려 455마력, 토크 700Nm를 낸다. 제로백은 4.8초. 최고 안전속도는 시속 250km에서 제한된다.

넓은 평원지대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속도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순식간에 시속 200km를 넘어가 버리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더 뉴 S클래스는 정확한 조향을 돕는 4링크 에어스프링 서스펜션을 앞바퀴에 끼웠고, 뛰어난 안정성과 타이어 접지력을 자랑하는 멀티링크 에어스프링 서스펜션을 뒷바퀴에 장착했다. 덕분에 차체가 휘청대지 않고 핸들링도 묵직하게 움직인다. 시속 150km까지는 풍절음이나 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면 소음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한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비로소 V8엔진이 뿜어내는 힘과 배기음이 살아난다. 가속페달을 건드릴 때마다 툭툭 치고 나가는 더 뉴 S클래스는 이미 세단이 아니었다.

‘눈’을 가진 세계 최초의 서스펜션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섰다. 무스코카 공항은 온통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천천히 공항으로 진입하는 순간 안내요원이 깃발을 흔들며 차를 세운다. “매직 바디 컨트롤 체험을 먼저 해 보세요.” 차를 멈추자 매직 바디 컨트롤 개발을 책임졌던 슈테판 시트린스키가 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먼저 이 상태에서 앞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을 넘어가 보세요.” S클래스는 매우 부드럽게 과속방지턱을 넘었다. 하지만 다른 고급 세단도 이 정도 거동은 보여준다. 뭘 보여주고 싶은 걸까. 차를 한 바퀴 돌려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이 시트린스키가 말한다. “이제 센터페시아에 있는 ABC버튼을 누르고 시속 30km 정도를 유지하면서 과속방지턱을 넘어가 보세요.” 고백컨대 그 다음 일어난 일은 시승식에서 체험했던 것 중 가장 놀라운 부분이었다. 과속방지턱은 그냥 보닛 아래로 스르륵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어떤 충격도 느끼지 못했다. 쉽게 표현하면 아무것도 없는 평지를 달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정말 마법같은 기술이었다. 환호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함께 시승한 타 매체 기자들과 한참 동안 매직 바디 컨트롤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더 뉴 S클래스는 세계 최초로 전방 도로에 튀어나온 요철을 미리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시트린스키가 설명한다. “앞 유리창 안쪽에 장착된 스테레오 카메라가 도로 표면을 스캔해요. 카메라가 도로의 튀어나온 노면을 탐지하고 굴곡 영상을 중앙처리장치로 보내면 매직 바디 컨트롤 시스템이 그 즉시 서스펜션을 조정해 노면에 관계없이 차량을 수평으로 유지시킵니다. 이 모든 게 순식간에 이뤄져요.”

매직 바디 컨트롤은 시속 30km~130km 사이에서 작동한다.

자동으로 멈추는 더 뉴 S 클래스

무스코카 공항에서의 체험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만의 독보적인 탑승자 사전 보호 시스템인 프리 세이프도 더욱 진화했다. 공항 한쪽에서는 프리 세이프 브레이크 기능을 시연하고 있었다. 액티브 세이프티 개발 담당자인 요헨 헤르만이 운전석에 앉았다. “안전벨트를 매세요. 조금 스릴 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헤르만이 더 뉴 S클래스를 출발시켰다. “자! 속도가 올라갑니다. 지금 시속 50km죠? 크루즈컨트롤로 속도를 고정하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겠습니다. 저 앞에 사람모형이 있네요. 보이죠?”

헤르만은 운전대에서 두 손을 놓고, 두 발을 끌어 올려놓고 있었다. 속도는 줄지 않았다. 조수석에 앉아서 빠르게 거리가 좁혀지는 인형을 바라보고 있자니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20미터, 10미터, 5미터, 아무리 인형이지만 겁이 나기 시작했다. “어, 어, 어, 충돌할 것 같은데요.” 목소리를 조금 높였지만 인형은 이미 2~3미터 앞까지 와 있었다. 헤르만은 웃고 있었다. 속도계는 여전히 시속 50km를 가리키고 있었다. 몸을 뒤로 빼며 긴장한 순간, 더 뉴 S클래스는 안전벨트를 자동으로 조이면서 기자의 몸을 시트에 밀착시켜버렸다. 그리고 급정거가 이뤄졌다. 비상등은 자동으로 깜빡이기 시작했다. “끼이익~.” 짧은 순간이었다. 인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서 있었다. 헤르만이 말을 이었다. “S클래스가 보행자를 인식한 겁니다. 도심구간에서 차량 전방의 보행자나 차량과의 충돌 상황이 감지되면 운전자에게 위험 경고를 보내요. 경고했음에도 운전자가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을 경우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제동을 걸죠.” 프리 세이프 브레이크 기능은 주행 속도 72km/h 미만 구간에서 작동된다. 50km/h 이하 주행 구간에서는 보행자와의 충돌을 완벽히 피할 수 있다. 심지어는 스티어링 휠도 자동으로 조작해 전방에 있는 장애물을 스스로 피해간다.

디자인도 성능도 최상

모든 S클래스는 시대를 막론하고 혁신적인 자동차 공학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 신기술들은 자동차 업계 전체로 널리 전파됐다. 더 뉴 S클래스는 알루미늄 하이브리드 바디셸을 적용했다. 충돌 안전성을 위한 구조물과 사이드 멤버, 서스펜션 타워, 보닛, 펜더, 도어, 루프 등이 모두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알루미늄 사용 비율이 50%를 넘는다. 이전에 비해 고장력 강판 사용 비율도 늘었다. 이 결과 충돌 안전성은 더욱 높아졌고 소음과 진동은 줄어 핸들링 성능까지 개선됐다.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안전 시스템 또한 한층 강화됐다. 벨트백은 전방 충격 시 안전벨트 스트랩이 팽창되어 승객의 갈비뼈에 가해지는 충격 정도를 줄이고 부상 위험을 감소시킨다.

더 뉴 S클래스는 플래그십 모델답게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최고를 추구했다. 더 뉴 S클래스는 차량 내부 및 외부를 통틀어 500여 개의 LED램프가 장착됐다. 모든 조명이 LED로 이뤄진 세계 최초의 자동차다. 헤드램프는 LED 56개로 구성돼 있다. 테일램프에는 35개의 LED가 사용되었으며 뒷차량 운전자를 고려해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되게 했다. 실내에는 간접조명인 엠비언트 라이트를 포함해 약 300여 개의 LED가 사용되었다.

무스코카 공항에서 무스코카 호수까지 135km를 달려보는 마지막 시승 코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이었다. 뒷좌석에 앉아 우아함과 감각적인 스타일로 새 단장한 실내를 뜯어봤다. 차 폭 전체를 가로지르는 대시보드는 가죽으로 감싸 다이아몬드형으로 박음질을 해놓았다. 실내가 넓어 보이는 동시에 안정되고 당당함을 느끼게 해준다. 더 뉴 S클래스는 롱휠베이스 버전을 기본으로 개발해 이전 어느 모델보다 뒷좌석 승객들의 편의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 또 차량 시트에는 핫스톤 방식의 마사지 기능을 장착했다. 에어쿠션 14개가 내장돼 온열기능을 포함한 6가지 마사지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

뒷좌석 이그제큐티브 시트는 등받이를 37도에서 동급 최대 각도인 43.5도까지 눕힐 수 있다. 특히 뒷좌석 선택사양인 퍼스트클래스 리어에는 전화기, 수납공간, 접이식테이블이 포함된 비즈니스 센터콘솔이 제공된다. 메르세데스 벤츠 세단 최초로 운전석과 조수석 발 밑 공간(40리터)을 베이스 라우드 스피커의 공명 공간으로 활용했다.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업체인 독일 버메스터와 공동 개발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나 하이엔드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선택사양으로 넣을 수 있다.

더 뉴 S클래스를 뒤로 하고 캐나다를 떠난 지 4개월. 국내에서 그 녀석을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국내에 투입된 더 뉴 S클래스는 디젤차인 ‘더 뉴 S350 블루텍’(1억2,990만 원), ‘더 뉴 S350 블루텍 롱’(1억4,430만 원)과 가솔린차인 ‘더 뉴 S500 롱’(1억9,700만 원), 풀타임 4륜구동인 ‘더 뉴 S500 4매틱 롱’(1억9,700만 원), 고성능차 ‘더 뉴 S63 AMG 4매틱 롱’(2억1,300만 원) 등이다. 새 모델 출시를 기념해 100대만을 한정 제작하는 ‘더 뉴 S500 롱 에디션1’(2억2,200만 원)도 국내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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