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한해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기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과거를 평가하고 있을까? 혹 아무 반성 없이 하루를, 일년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뒤를 돌아보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다.
글·사진차병선 기자 acha@hk.co.kr
도움말 민진희 자이요가 원장
현대인은 앞만 보고 달린다.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렇다 보니 몸과 마음이 앞으로 쏠려 있다. 어깨가 앞으로 몰리고 허리는 구부정하다. 이런 현대인에게 허리를 비틀고 뒤를 돌아보는 동작은 매우 유용하다. 척추와 등을 중심으로 근육이 길게 잡아당겨져 몸이 개운해지고, 내장이 자극을 받아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몸 안 곳곳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뒤를 돌아보는 동작을 마음에도 적용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 쏠린 마음 즉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우리를 스트레스와 강박으로 몰아간다. 요가는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찾는 수련이다. 뒤를 돌아보고 되짚는 명상은 우리가 더 나은 현재를 느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삶의 현장 곳곳에서 돌아보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둑에서 실력이 쌓이는 건 지난 경기를 복기할 때다. 고수와의 한 판, 원 포인트 레슨, 스승의 한 마디보다 자신의 수를 되짚어 보는 데서 더 큰 배움을 깨칠 수 있다. 기업에서 해마다 성과를 분석하며 한 해를 돌아보는 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함이다.
국내 대부분 기업은 성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금전적인 동기를 부여해 조직원들의 경주를 독려한다. 국내 대부분 기업은 성과주의는 과거 연공서열을 대치하는 수단으로 도입됐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성과주의는 반드시 비교와 경쟁을 수반한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의식은 구성원 간, 부서 간 협력을 저해한다. 성과금은 소수의 우수 임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해줄지 모르지만 대다수 직원의 사기 저하를 초래한다. 또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 장기적 전략이나 인재개발에 소홀해진다. 성과 평가는 종종 해고로 이어져 회사에 대한 임직원의 충성심을 약화시킨다. 이래선 평가를 하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다.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성과 지상주의를 대신할 제도를 모색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따뜻한 성과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창조적 성과주의’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캐논이나 토요타 역시 지나친 경쟁보다는 장기고용을 통해 직원의 안정감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른바 ‘인간’ ‘따뜻함’ ‘포괄적 동기부여’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가재산 조인스HR대표겸 한국형 인사조직연구회 회장은 말한다. “고도 성장기, 제조중심의 경제구조에서는 물질적인 보상이 큰 힘을 발휘했지만 창의와 창조, 융복합의 시대에서는 내발적 동기 부여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기업 경쟁력은 사람에서 나옵니다. 소모적인 경쟁보다는 협력이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자발성과 창조성을 높일 수 있죠.” 이른바 냉정한 잣대보다는 긍정적인 강화나 칭찬이 더욱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경영관리와 리더십 분야의 전문가 켄 블랜차드는 그의 베스트셀러 저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도망가는 죄수를 잡는 서치라이트처럼 잘못한 것에 집중하여 그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더욱 잘못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부정적인 힘만 커지죠. 칭찬은 긍정적인 힘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블랜차드는 “사람들을 생산적이고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회사와 가정에서는 정반대의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며 그에 따라 사람들의 사기는 계속 저하된다.
하지만 우리는 회사 내에서는 물론 자신에게조차 냉엄하고 부정적인 평가 기준을 들이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 중 어느 쪽에 익숙한지를 알 수 있는 실험 한 가지가 있다. 먼저 부정적인 감정을 묘사하는 형용사를 10가지 이상 나열해봐라. 다음에는 긍정적인 형용사 10가지를 나열해보자. 어느 편이 쉬운가? 만약 긍정적 언어를 떠올리는 게 더 어렵다면, 뇌 구조가 부정적인 평가 위주로 활성화되어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사람을 평가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하는가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가 더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심지어는 외모를 평가할 때조차 그러하다.
서울 강남의 청담U성형외과의 추한호 원장. 10년 넘게 사람들 외모를 바꿔온 추 원장은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이 외모보다 마음을 고쳐 먹었을 때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고 말한다. 추 원장이 말한다. “성형외과에 오는 사람들이 바라는 건 단순히 예뻐지는 게 아니에요 .더 깊은 욕구가 있죠. 한 30대 여성 환자는 가슴 확대 수술을 받기 원했는데, 그분은 가슴이 작기 때문에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슴만 키우면 사랑받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었죠.
이런 분들은 수술이 만족스러워도 행복감이 오래 지속되지 않아요. 그래서 또 외모를 바꾸죠. 근본적인 문제는 인식하지도 못한채 말이죠.”
우리는 거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것은 거울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마음이다.
자이요가에선 직원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민진희 자이요가 원장은 다양한 조직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유명 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근무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 직접 회계학원을 운영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민 원장은 세 가지 원칙을 말한다. 첫째 단점을 지적할 때는 진심과 애정을 갖고 말하고, 둘째 칭찬을 아끼지 말되 장점을 콕 찍어 말하고, 셋째 실수를 용인하는 사무실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자이식 평가법에 만족하고 있을까? “다른 요가원에선 회원 수와 매출에만 민감했어요. 저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회원 수 늘리는 데만 초점을 두고 일했죠.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도 전혀 즐겁지 않았죠.” 이선경 자이 요가 강사는 말한다. “하지만 자이 요가에선 늘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회원 한 분 한 분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서유정 강사는 일반 직장 경험과 비교한다. “전에 일한 시설관리공단에선 개인평가제도를 적용했는데, 연봉 인상이 그에 따라 결정됐죠. 모두가 경쟁자였어요. 누군가의 실수가 나에게는 기회였죠. 하지만 자이 요가에선 함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윤영 강사는 평가 방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말한다. “자이요가에선 단점을 감추기보단 공개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요. 지적은 매우 정확하고 예리해요. 하지만 상대의 성장을 바라는 진심 어린 분위기가 있어 큰 도움이 되죠.” 요가원이 아닌 다른 일터에선 실현 불가능한 꿈일 뿐인가?
“도망가는 죄수를 잡는 서치라이트처럼 잘못한 것에 집중하여 그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더욱 잘못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부정적인 힘만 커지죠. 칭찬은 긍정적인 힘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