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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와 경쟁 가능한 다른 자동차 브랜드는 없다"

[INTERVIEW] 이철승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 대표

‘영국 왕실의 차’ ‘달리는 별장’. 롤스로이스가 세계 최고의 명차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영화 속에서만 바라보던 롤스로이스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지 10년이 흘렀다. 롤스로이스 국내 공식 딜러인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의 이철승 대표에게 한국 시장 상황과 롤스로이스에 대해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사진 윤관식 기자 newface1003@naver.com


이철승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 대표의 이력에서 자동차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수석 리서치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벤처기업에서 최고운영책임자로 재직하며 국제증권과 채권 매매 시스템 개발에 관여했고, 2003년에는 동양그룹의 투자 부문 전무로 근무했다.

롤스로이스와의 인연은 코오롱글로벌로 자리를 옮긴 뒤 시작됐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은 코오롱글로벌 내 롤스로이스 사업본부의 다른 이름이다. 이 대표는 코오롱글로벌에서 해외퍼포먼스유닛 및 유통서비스사업그룹 총괄 업무를 담당했다. 그가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 대표 자리에 오른 건 올해 4월이었다.

오랫동안 딱딱한 숫자와 보고서를 보면서 살아왔지만 이 대표는 사실 감성이 충만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영화 ‘장군의 아들’ ‘서편제’ ‘취화선’ 등을 제작한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의 장남이다. 그의 동생은 최근 영화 ‘공정사회’를 연출한 이지승 감독이다.

영화제작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영화가 그리는 인생, 그레이스 켈리나 그레타 가르보처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가 롤스로이스를 처음 접하게 된 것도 영화를 통해서였다. 어느 영화에선가 롤스로이스를 타던 그레이스 켈리의 모습을 보면서 롤스로이스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 이제 ‘헐리웃키드’는 자신이 동경하던 브랜드를 스스로 쓰다듬고 보살피며 가꾸고 있다. 이철승 대표는 포춘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브랜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롤스로이스 모터카의 멤버가 돼 개인적으로 흥분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철승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롤스로이스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들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다. 영화 속에 나오는 롤스로이스는 너무나 멋졌다. 그때 이미 롤스로이스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2007년 코오롱에 합류할 때부터 롤스로이스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롤스로이스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보다 훨씬 감성적인 브랜드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들이 가격과 성능을 이야기할 때 롤스로이스는 역사와 오너의 감성에 초점을 맞춘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차인 만큼 감성적으로 풀어나갈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다양한 스토리를 추구하는 롤스로이스와, 인생의 절반쯤이 영화와 맞닿아 있는 이철승이라는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가 어떤 것일지 스스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평소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니는가?

그러면 좋겠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신 아버님도 롤스로이스를 타지 않고 있다. 일단 아버님에게 한 대 팔고 나서 그 다음에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롤스로이스는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차가 아니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과거 1960~1970년대에 그런 루머가 있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는 고객을 선택하지 않는다. 롤스로이스가 일반 대중과 떨어진 폐쇄적인 이미지였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생활이 윤택해지고 있고, 고급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롤스로이스 역시 과거에 비해 지금은 대중과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롤스로이스는 현재 다양한 홍보·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의 전통으로부터 나오는 품격과 희소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은 롤스로이스 딜러사로 한국 영업을 책임지고 있다. 롤스로이스가 한국에서 딜러사 체제로 운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롤스로이스는 BMW그룹에 속해 있지만 그룹과는 별도로 글로벌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작지만 체계적이고 단단한 경영을 해오고 있는 기업이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충분한 영업 역량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에 롤스로이스 본사에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현재 롤스로이스의 관심은 한국 내 지사 설립과 같은 물리적인 부분이 아니라 소비자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발 빠르게 대응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여나가는 것에 있다.


구매 잠재력이 있는 고객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롤스로이스 모델명처럼 마케팅 역시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소리 없이 조용히, 그렇지만 강하게 진행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큰 마케팅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대신,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프라이빗 미팅을 통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전시장이 아니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얘기다. 롤스로이스 차량으로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면서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국내 판매량 추이는 어떤가?
법인과 개인 판매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판매량 또한 지난 10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이 공식 출범한 2004년 5대를 팔았다. 이후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했지만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로 2009년 판매량이 주춤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고스트 모델 출시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18대를 팔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판매량에 진입했다. 올해도 10월까지 23대의 누적 판매대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 팔린 23대 중 21대가 고스트 모델일 정도로 롤스로이스의 오너드리븐카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출시한 쿠페형 모델 레이스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자못 기대되기도 한다.


쿠페 모델인 신차 레이스(wraith·사람의 사망 전후에 나타나는 유령)의 가격(3억9,000만 원부터 시작.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맞춤 제작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을 고스트 모델(3억9,900만~4억7,400만 원)보다 낮춰서 국내에 출시했다. 국내 특성을 감안한 결정이었다고 하는데, 롤스로이스의 명성에 흠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나?
롤스로이스는 항상 각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다. 레이스모델의 한국 출시 가격은 쿠페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가격 책정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롤스로이스는 소비자에게 이미 확고하게 각인된 브랜드 이미지가 있다. 레이스는 롤스로이스만의 브랜드 요소는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역동성을 추가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다. 새로운 가치 제공과 유연한 가격 정책을 함께 펼치고 있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롤스로이스를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플래그십 모델 팬텀은 완벽한 쇼퍼드리븐카다. 팬텀이 나온 이후에는 운전자 중심 차량(고스트와 레이스)을 내놓고 있다. 롤스로이스 역시 판매량 확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인가.
롤스로이스는 트렌디한 신차를 계속해서 시장에 공급해 판매량을 늘리는 여느 브랜드와 다르다. 시대가 변해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가치와 영속성을 간직한, 희소가치가 높은 모델을 지켜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고객의 니즈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변화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비록 신차 출시가 활발하지 않더라도, 맞춤제작인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의 세분화된 취향을 만족시키고 있다. 레이스의 출시도 같은 맥락에서 보다 다양한 취향과 연령대의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최근 직접 운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차량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롤스로이스 구매자들은 어떻게 비스포크 프로그램 을 이용하고 있나.
롤스로이스의 모든 차량은 고객이 원하는 사양에 맞춰 사전 주문·제작되는 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개된 데이터로는 2013년 1분기 동안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판매된 거의 모든 팬텀 및 고스트 모델에 비스포크가 적용됐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도 기본적으로 비스포크 프로그램에 입각해 제작 및 출고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아내가 바르는 매니큐어 컬러와 같은 색상으로 차량 도장을 맞춰 달라든지, 집 앞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로 차량 내부 인테리어를 만들어 달라든지 하는 독특한 요구들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도전적인(?)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적용한 차량은 없는 것 같아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드리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명품 대중화 속에 위버럭셔리(uber luxury·일반 명품보다 많게는 수십 배 이상 비싼 초고가 명품)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이런 시장 변화를 느끼고 있는가?
고객들의 ‘진정한’ 명품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아시아 시장에서 롤스로이스 판매량이 전년 대비 18%가량 늘었고, 한국에서도 최근 수입차 점유율은 물론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쉐 등과 같은 초고가 럭셔리카 판매량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레이스를 출시하면서 젊은 고객 층으로부터 롤스로이스 차량에 대한 문의가 늘어났다. 이는 고객들 사이에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럭셔리 제품의 최고 정점으로 롤스로이스 브랜드가 떠오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서울 전시장을 확대하고 부산 전시장을 새로 지은 것도 같은 맥락인가?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에 고객 접점을 늘려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것은 롤스로이스 브랜드에겐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부산 그랜드호텔 로비에 고스트가 전시되어 있다. 이는 부산 및 경남권 고객들에게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의미도 있지만, 한국 럭셔리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향후 롤스로이스의 국내 시장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이를 통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롤스로이스의 경쟁상대는 어디인가?
단언컨대 롤스로이스와 경쟁할 수 있는 자동차 브랜드는 없다. 롤스로이스 구매를 고려하는 고객이라면 한두 대의 다른 자동차를 사는 대신 같은 가격대의 보석이나 헬리콥터, 요트 구매를 고민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자동차 브랜드의 종착지는 롤스로이스가 될 수밖에 없다.


롤스로이스는…
롤스로이스는 영국 귀족 가문 출신으로 레이서 겸 자동차 딜러인 찰스 롤스와 발전기, 전구용 필라멘트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던 프레드릭 헨리 로이스가 만나 1906년 설립했다. 롤스로이스의 첫 작품은 1907년 내놓은 ‘실버 고스트’다. 1925년까지 생산된 ‘실버 고스트’는 지금도 자동차 역사에서 세계 최고의 차로 평가 받고 있다. 1925년 처음 내놓은 ‘팬텀’은 1968년 ‘팬텀 6’ 시리즈까지 진화하며 한 차원 높은 럭셔리카의 장을 열었다. 이후 롤스로이스는 1931년 경쟁사 벤틀리를 인수하며 사세를 키워나갔다. 하지만 항공기엔진까지 생산하던 롤스로이스는 1990년대 들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1998년 치열한 경쟁 끝에 BMW가 롤스로이스 브랜드를 차지했고, 폭스바겐은 영국 크루에 위치한 롤스로이스 생산공장과 벤틀리 브랜드를 인수했다. 생산공장을 영국 굿우드로 옮긴 롤스로이스는 2003년 새로워진 ‘팬텀’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2009년에는 ‘팬텀’보다 조금 작아진 차체에 운전자 편의성을 강조한 ‘고스트’를 선보였고, 올해에는 쿠페형 모델 ‘레이스’를 공개했다.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전 세계에서 3,575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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