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고기 맛 좋기로 소문난 삼원가든이 해외로 첫발을 떼었다. 박영식 삼원가든 부사장은 2013년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삼원가든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박 부사장은 삼원가든을 창업한 박수남 회장의 아들이자 프로골퍼 박지은의 동생이다. 그는 삼원가든에서 부사장 직을 맡아 현장을 챙기는 동시에 2007년 SG다인힐을 세워 트렌디한 외식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김태화 포토그래퍼 www.circus-studio.net
박영식 부사장의 첫인상은 ‘자신감이 넘친다’였다. 그리고 인터뷰 하면서 느낀 점은 ‘매우 솔직하다’는 것이었다. 박 부사장은 “평범한 고깃집 아들로 살기 싫었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시작했지만 도전정신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엿보였다. 그는 삼원가든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한식세계화를 위해서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식세계화는 일개 식당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라가 알려지고 콘텐츠가 알려져야죠. 한식세계화가 아니라 삼원가든 세계화가 맞는 말입니다.”
인도네시아 진출로 새로운 성장동력 실험
삼원가든이 해외에 진출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한국 외식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 인도네시아 진출의 직접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인건비, 임대료가 만만치 않아요. 부친(박수남 삼원가든 회장)이 경영할 때와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예전엔 영업이익이 30~40% 나왔다고 해요. 하지만 이제는 이익만 나면 잘한다고 말하죠.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습니다.”
영동 개발이 한창이던 1980년대 초, 강남지역에는 이른바 ‘가든’이라고 불린 갈빗집들이 전성기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남은 ‘가든’은 삼원가든이 유일하다. 비결이 뭘까? 박 부사장은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기본을 중요하게 여겨요. 기본적으로 외식업은 맛, 서비스, 청결이 중요합니다. 삼원가든은 석 삼 자(三)에 으뜸 원(元)을 써요. 기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자는 의미죠. 두 번째는 자기 소유 부동산에서 장사를 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본점이 2,000평이 넘는데 자기 땅이 아닌 곳에서 장사를 했으면 개발 바람을 피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직 갈 길 멀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같은 장소에 매장을 낸 불고기브라더스 이야기를 꺼냈다. 삼원가든과 불고기브라더스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문을 연 롯데몰에 거의 같은 시기에 입점했다. 삼원가든은 5층 파인 다이닝존에, 불고기브라더스는 3층 캐쥬얼 다이닝존에 자리잡았다. 삼원가든은 본사 직진출 방식을, 불고기브라더스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했다. 박 부사장은 진출 방식의 차이점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처음 만들 때부터 해외 프랜차이즈 진출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삼원가든과 콘셉트 자체가 달라요. 직접 운영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리스크153도 크죠. 하지만 식당은 맛이 가장 중요합니다. 먼저 기본을 챙기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한식은 맛의 표준화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삼원가든의 고기 맛을 인도네시아에서 제대로 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표준화로 만들어진 음식은 사실 한계가 있습니다. 염도계와 당도계를 써서 음식을 만들어내더라도 음식이 짜거나 싱거울 때가 있어요. 기본적인 건 매뉴얼대로 하더라도 그걸 운영하는 건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가장 좋은 매뉴얼인 것 같아요.”
삼원가든은 인도네시아 지점에 주방장을 포함해서 주방에 4명, 홀에 2명을 파견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맛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삼원가든에 대한 현지 반응이 비교적 좋다”며 “현장에서 한 달 넘게 상주하면서 관찰 한 결과, 일주일에 5번 오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 롯데몰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상태입니다. 쇼핑몰이 자리 잡으려면 2~3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현지에서 나오고 있어요. 쇼핑몰에 들어가는 것의 장점은 유입된 인구를 우리가 다시 흡입할 수 있다는 건데 지금 상황에서는 당장 기대하기 힘들어 조금 걱정스럽죠.”
삼원가든은 인도네시아 거주 한국인이나 화교를 타깃으로 삼는다. 삼원가든은 인도네시아 현지 한식집보다 가격이 20~30% 비싸다. 갈비 1인분에 30만 루피(약 2만7,000원 정도)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3만3,000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현지에서는 매우 비싼 음식이다. “쇼핑몰에 유입되는 인구보다는 삼원가든이 따로 고객을 유인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내방 고객들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것과 한국인 대상 마케팅 등을 통해 자생력을 빨리 키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도전, SG다인힐
박 부사장은 삼원가든 이외에 SG다인힐에서 운영하는 다른 브랜드도 해외 진출을 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브랜드를 진출시킬지는 아직 말하기 힘들어요. 해외 진출을 위해 우리가 가진 브랜드를 합칠 수도 있고 새로 만들 수도 있겠죠. 브랜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
박 부사장은 2007년 삼원가든과 별도로 SG다인힐을 만들었다. 법인은 다르지만 사무실도 같이 쓰고 두 곳에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그냥 고깃집 아들로만 남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릴 때 누나 때문에 미국에 자주 갔었고 뉴욕에서 대학교(뉴욕대 호텔경영학과 졸업)를 다녔어요. 그냥 식당 하나의 주인으로 남고 싶지는 않았어요. 대형 식당보다는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SG다인힐을 설립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됐습니다.”
그는 2007년 청담동에 일식당과 바를 열었다. 하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다. 식당 차리는 것도 체계화 되지 않았고 준비가 미흡했다. “총체적 난국이었어요. 그러던 중 2008년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루밍가든이 대박이 났어요. 블루밍가든마저 성과가 좋지 않았다면 사업을 접고 삼원가든에서만 일할 뻔 했습니다.”
현재 SG다이닝이 운영 중인 외식 브랜드는 7개(블루밍가든, 부티크블루밍, 부처스컷, 봉고, 패티패티, 투뿔등심, 꼬또)다. 2014년에 브랜드 3개(오스테리아 꼬또, 스모크링, 난시앙)를 더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는 박 부사장이 메뉴디자인팀(R&D팀)과 연구해서 만든다. “우리는 마케팅보다 맛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회사입니다. 해외로 나가서 영감도 얻고 맛도 보고 브랜드, 콘셉트 등을 만들어요. 늘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한 달 안에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많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내비치자 박 부사장은 말한다. “우리나라 외식 트랜드는 주기가 매우 짧아요. 브랜드 하나로 다점포 전략을 세울 경우 리스크가 큽니다. 한번 브랜드가 거꾸러지면 전체가 다 쓰러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155래서 다브랜드로 매장을 적게 여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앞으로는 포트폴리오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고단가이긴 하지만 매장을 확장할 수 있는 브랜드와 확장하지 말아야 할 브랜드로 나눠서 꾸준히 론칭할 겁니다. 사실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블루밍가든이나 부처스컷(스테이크하우스)은 서울에 두 개 정도 있으면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희소가치와 퀄리티 유지를 위해서입니다.”
직원과 현장 챙겨야
삼원가든과 SG다인힐 직원의 90%는 정직원이다. 정직원을 쓰면 그만큼 고객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믿음에서다. 박 부사장은 고객을 무조건 만족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고객에게는 평생 한 번뿐인 오늘 저녁 식사니까 그걸 우리가 망치면 안 된다. 항상 특별한 날이다’라고 직원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고객 서비스를 강조하는 만큼 그는 직원들과 회사 비전을 공유한다. 그는 직원 주주제를 만들어서 운영할 계획이다. 직원들에게 지분을 주고 같이 성장하자는 뜻이다. “전 직원 대상은 아니고 장기 근속자 또는 본사 팀장급 이상들을 대상으로 하려고 해요. 2013년부터 실행하려고 계획했는데 성과가 그다지 좋지 못해서 연기했습니다. 올해 직원 펀드 같은 걸 만들어서 새로운 점포를 만들 때 직원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할 겁니다.”
삼원가든에 내세울만한 직원 교육시스템은 없다고 박 부사장은 말한다. 역시 솔직하다. “사실 점장을 제대로 뽑아서 운영하는 게 중요해요. 저하고 손발을 맞춘 직원들이 많아서 회사가 원하는 방침과 스타일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주입식으로 교육해서는 안 됩니다. 쌍방향으로 서로 이해하고 합의가 이뤄져야 해요. 현장에서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면서 직원들과 소통하려 애씁니다. 오너가 현장을 지키느냐 또는 책임 있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그때그때 서비스를 개선하고 직원들을 교육시키느냐,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집에서 외식업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했을 것 같냐고 박 부사장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그래도 외식사업을 했을 것 같아요. 남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시작한 걸 부인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자본력만 있다고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보통 돈 있는 집 자식들이 식당을 하면 현장에 나가지 않습니다. 대체로 그래요. 저는 제가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상주하면서 일합니다. 저는 남들보다 노력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계속 식당을 찾아 다니면서 맛을 보고 공부했습니다. 현장 경험도 많이 했고요. 앞으로 지켜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