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밸류액트 ValueAct 의 제프리 웁벤은 이 소프트웨어 제조업체를 혁신할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지금으로 봐선 시장에서 그의 아이디어가 통하는 듯하다.
By Stephen Gandel
헤지펀드 매니저 제프리 웁벤 Jeffrey Ubben은 꼼꼼한 스타일이다. 매우 소액을 투자하더라도 보통 일년 이상 대상 기업을 조사한다. 하지만 지난 2월 회의에 참석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말임원들과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동료 중 한 명으로부터 이 소프트웨어 대기업에 대한 검토를 제안받았다. 웁벤은 두 달 만에 20억 달러 규모의 MS 주식을 매수할 정도로 흥분했다. 그는 이후 MS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웁벤은 MS 소프트웨어를 IT업계의 ‘배관 장치’로 보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일 컴퓨터를 사용하는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유명 펀드 매니저 위트니 틸슨 Whitney Tilson은 이런 웁벤의 주장을 “매우 설득력 있는 역발상적 견해”라고 묘사한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웁벤(52)은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 철학을 추종한다. 피델리티의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였던 피터 린치 Peter Lynch 밑에서 애널리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웁벤은 2001년 사모펀드 밸류액트 ValueAct를 설립했다.
현재 120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웁벤은 대중의 주목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그와 파트너들은 20차례나 경영진 교체에 관여했고, 한때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 Martha Stewart Living Omnimedia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새롭게 유명세를 탄 계기는 MS 개혁 때문이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은 웁벤이 MS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 Steve Ballmer의 퇴임 계획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는 주요 주주들을 접촉해 경영진 교체를 위한 세를 규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웁벤과 MS는 이런 주장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저점 매수 기회라고 판단해 MS 주식에 투자한 많은 사람들이 큰 손실을 보고 있다. 하지만 웁벤의 매수 시점은 MS의 부활과 일치했다. 지난 4월 주식 매수 발표 이후 주가가 10% 상승했다. 주가가 상승한 건 웁벤이 ‘10년 이상 제자리 걸음만 했던 MS가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어느정도 심어준 덕분이었다. 투자자들이 웁벤의 편에 서면서, 그는 더 많은 변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MS는 밸류액트에 이사회 한 자리를 주기로 합의했다.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들과 달리, 웁벤은 대부분 배후에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그는 매수 대상 기업의 경영진을 비난하는 서한을 보내거나, 경영진과의 다툼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는 보통 새로운 경영진 선임에 앞서 기존 경영진에게 1년의 시간을 준다. 이런 방식으로 웁벤은 자신의 요구사항을 더 쉽게 관철시켜 왔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눈부시다.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팩트셋 FactSet의 조사에 따르면, 밸류액트가 이사회에 참여한 기업들의 주가는 이후 2년간 시장 수익률 대비 평균 14% 초과 상승했다. 웁벤 펀드는 12년 전 설립 이후 연 평균 1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동기간 S&P 500의 연 수익률은 4%에도 미치지 못했다.
웁벤은 소수의 우량 기업을 선호한다. 올 중순까지 웁벤이 운용하는 펀드는 14개 종목만을 편입했다. 그는 주로 의약품처럼 소비 필수재로 반복 구매가 이뤄지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좋아한다. 또 주주를 무시하는 경영진이 포진한 기업에 매력을 느낀다. 그는 “버핏과 나의 공통점은 위대한 기업을 원한다는 점이다. 경영진은 교체하면 그만이지만, 평범한 기업은 정말 잘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일이 사모 펀드보다 더 훌륭하다고 본다. 웁벤은 “내게는 도덕적 권위가 있다.
인내심을 갖고 성공한 투자자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래서 기업을 완전히 소유하지 않아도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과 동시에 강한 자신감을 가진 그는 최근 “MS 주가가 애플 주가를 추월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밸류액트가 MS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모토롤라 솔루션스 Motorola Solutions이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모토롤라가 2011년 2개 회사로 분사됐을 때, 모토롤라의 휴대폰 사업부를 훨씬 더 선호했다. 하지만 웁벤은 이 둘 중에서 볼품없는 사업부지만 강력한 ‘방어(moat)’경쟁력을 지닌 기업을 선택했다. 버핏이었어도 웁벤과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는 경찰용 무전기 및 무전 안테나를 생산하는 솔루션스 Solutions의 주식을 매수했다. 주요 고객인 지방 정부의 빠듯한 예산에도, 솔루션스의 매출은 지난해 11% 증가했다. 그는 “이 기업은 위험을 매우 싫어하는 소비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90%로 돈을 찍어내듯 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웁벤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주식도 보유 중이다. 이 기업은 소프트웨어와 인덱스-펀드 매니저들이 자신의 투자성과와 연봉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다-를 만들고 있다. 그는 주요 제품이 비교적 저렴하지만 월가 종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이 회사 주식을 좋게 보고 있다.
MS는 게다가 웁벤의 투자 철학에도 부합한다. 영업 이익 가운데 거의 70%는 오피스 및 기타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고, 영업비용도 매우 낮다. 그는 MS의 미래가 B2B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가 클라우드로 통합되면서 기업들로부터 소프트웨어 사용료(Subscription Model)를 받는 방식으로의 전환도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그는 기업 고객 발굴과 혁신을 통해 “제품주기(Product Cycle)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0월말 MS가 예상을 뛰어넘는 B2B판매 이익을 발표하자, 웁벤의 주장은 큰 탄력을 받았다.
웁벤은 MS의 사업구조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가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웁벤이 70억 달러 규모의 노키아 모바일 사업부 인수를 경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웁벤이 윈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MS가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비판자들은 이런 처방전이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IDC에 따르면, 전 세계 컴퓨터 18억 대 가운데 기업 소유는 40% 정도다. MS가 개인 소비자 시장과 모바일 시장을 포기하면, MS 시가총액은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웁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주가가 많이 상승했음에도, MS의 주가수익비율은 1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IBM, SAP 등 경쟁사들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웁벤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면에 너무 집착한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과 함께 강한 자신감을 가진 웁벤은 최근 MS 주가가 애플 주가를 추월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