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URENSILVA LAUGHLINGraphics by NICOLAS RAPP
과거 한 평범한 투자자(조 Joe라고 부르자)가 일요일 신문 광고에 실린 유명한 대규모 뮤추얼 펀드에 퇴직금의 일부를 넣었다. 펀드는 이런 돈으로 미국 유명 기업들의 주식을 매수했다. 이런 주식을 ‘라지 캡 large cap *역주: 시가총액이 큰 종목 ’이라고 부른다. 그 후 조는 퇴직금의 일부를 채권형 펀드에도 성실하게 불입했다. 그리고 나스닥 100대 기업에 포함된 테크 펀드에도 조금 투자하는 모험을 감행했을 수도 있다(1999년엔 다들 그랬다).
개별종목은 어느 날이든 제멋대로 등락을 거듭한다. 그러나 전체 주식시장은 보통 좁은 폭 안에서 거래된다. 다우 지수나 S&P 500지수가 특정 거래일에 어느 방향으로든 3% 이상 움직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이런 일이 생기면 언론은 블랙 먼데이 black Monday *역주: 미국 뉴욕에서 주가 대폭락이 일어났던 지난 1987년 10월 19일을 가리키는 용어나 아시아 금융위기 확산 같은 제목으로 대서특필을 하곤 했다. 매매는 나스닥에서도 이뤄졌지만 대부분은 빅보드 Big Board, 즉 뉴욕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를 통해서 이뤄졌다. 월가의 전형적인 기업들이 거래를 독점했다. 헤지펀드와 데이트레이더들은 그 주변을 맴돌았다.
새천년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오늘날에는 금융상품에서부터 매매 장소, 매매 속도 등 투자지형의 모든 면이 여러 가지로 크게 변했다. 미국자산운용협회(the Investment Company Institute·ICI)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는 1993년 최초로 거래되었다. 그리고 20년 후 ETF는 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그러나 여전히 뮤추얼펀드의 10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이 달러를 투자하는 대상도 충격적으로 변했다. 미국인들의 해외 주식 펀드와 ETF 투자 자산은 10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늘어 전체 자산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뮤추얼펀드를 판매하고 운용하는 업체들 사이에서도 큰 변화가 생겼다. 1995년 당시 대규모 펀드 운용사 25개 가운데 10곳이 이제는 순위에서 사라졌다.
한때 유명했던 몇 개 회사들(리먼 브라더스, 베어 스턴스)을 제외하면 월가 기업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가보다는 ‘로봇’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을 따르는 자동매매 시스템이 미국증권거래소 거래량의 약 절반을 처리하고, 100만 분의 일초 단위로 주식을 매매하며 변동이 심한 주식을 더 변화무쌍하게 만들고 있다. 리서치 회사 HFR에 따르면, 1999년 이후 헤지펀드 순자산은 다섯 배 커져 2조 5,000억 달러에 이르렀고, 공격적인 베팅으로 종종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데이터에서 충격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로 올해 투자가이드를 설명하고자 한다. 매매방식의 엄청난 변화를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TF의 시작
2002년 전까지 ETF는 투자자들의 레이더망에 거의 잡히지 않고 있었다. ICI에 따르면 전체 뮤추얼펀드 투자 규모는 7조 달러였지만 ETF의 전체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 미만이었다. 그러나 주식 바스켓을 단일 종목처럼 사고파는 개념은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ETF 부문은 10배 이상 성장했고, 2007년 이후 약8,000억 달러가 순유입 되었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약 1,300개의 ETF를 선택할 수 있었다. 2000년 말보다 약 15배 증가한 수치다.
이와 함께 미국의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2007년 1월 이후 6,000억 달러 이상이 플레인 바닐라 plain vanilla *역주:단순 구조 상품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한편 투자자들은 약 1조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채권형 펀드에 쏟아부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개미 투자자들도 증가했다. 지난 6년간 ETF와 해외 뮤추얼펀드로 5,500억 달러 이상의 순현금이 유입되었다.
RISE OF THE BORG보그 BORG의 부상
지난 수십 년간 거래소는 소리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곳에 전광판이 들어서고 조용해지면서 매매 한 건당 걸리는 시간이 거의 0초에 수렴되었다. 거래 시간이 몇 분에서 마이크로 초로 줄어들면서 거래 가격도 하락했다. 매매자들이 더 빠르고 저렴하게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게 된 셈이다. 조지타운 대학교의 재무학과 부교수 제임스 엔젤 James Angel은 “금융 시장에는 언제나 경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800년 대에 네이선 로스차일드 Nathan Rothschild가 다른 사람들보다 워털루 전투 정보를 빨리 입수하기 위해 만든 정보망을 그 예로 지적했다. 로스차일드는 그 덕분에 전쟁 결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엔젤은 “지금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정보는 거의 빛의 속도로 이동하지만, 어떤 매매 주문이든 광케이블을 통과하는 속도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때문에 매매자들은 ‘거래 플랫폼과의 거리’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경쟁하게 되었다. 최근의 ‘투자 무기 경쟁(Investing arms race)’은 거래소 서버로부터 가까운 거리를 확보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용어 ‘코로케이션 co-location’은 거래소의 서버룸과 가까운 공간을 빌려 트레이딩 컴퓨터를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한편 여러 규제와 기술 변화로 인해 속도가 빠른 트레이딩 업체들이 더욱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미국 주식 매매의 절반 이상이 NYSE와 나스닥 밖에서 이뤄지고 있다.
거래가 더 늘었기 때문에 컴퓨터는 다른 컴퓨터보다 먼저 거래를 하기 위해 여러 곳으로 갈 수 있다. 목표는 몇 백만 분의 일초에 몇 백 분의 일 페니를 얻는 것이다. 일리노이 주 위넷가 Winnetka에 위치한 리서치 회사 나넥스 Nanex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에릭 헌세이더 Eric Hunsader는 “누구나 번개처럼 빠르게 거래하는 기기를 사고, 거래소 서버 옆에 장소를 빌려 기기를 둘 수 있다. 하지만 KCG(예전엔 나이트 캐피털 Knight Capital이었다)와 시타델 Citadel 등 소수의 선택 받은 트레이딩 기업들만이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소트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했나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즉흥적으로 자동 거래를 하는 보그 *역주: 스타트렉에 나온 외계 종족 중 하나 같은 컴퓨터를 이용하면 변동성에 대처할 방안을 갖게 된다. 특히 21세기 금융위기 이후 몇 년간 전 세계 금융 시장은 격변했다. S&P 캐피털 IQ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S&P 500 지수가 어느 방향으로든 3% 이상 움직인 날은 총 76일이었다. 이는 지난 30년을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이 중 15일간 시장은 8% 이상 움직였다. 새천년이 되기 전까진 거의 전무했던 일이었다. 최근 몇 개월간 시장이 안정적이라고 느낀 사람들은 착각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2012년 이후 S&P 일중 변동성은 3%를 넘은 적이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을 초래한 구조적 힘(예를 들어, 알고리즘 트레이딩 *역주: 일정한 논리구조(알고리즘)에 따라 상품을 자동으로 거래하는 거래 방식과 HFT)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그러므로 다음에 시장이 조정기를 맞으면 급등락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엄청난 변화 때문에 투자자들이 도중에 포기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기지 사태가 시스템에 초래한 충격과 뒤따른 공황상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성공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 Morningstar에 따르면, 미국의 뮤추얼 펀드(주식, 채권 등)는 2002년 이후 평균 6.6%의 연간수익률을 기록하며 전체적으로 S&P 500 지수(6%)를 앞질렀다. 한편 401(k) 퇴직연금의 잔고도 계속 증가했다. 한 예로 뱅가드 Vanguard가 운용하는 계좌들의 경우, 10월 말 기준 평균 잔고가 9만 8,826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닝스타의 투자조사 책임자 돈 필립스 Don Phillips는 “금융 산업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도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큰돈을 기업주에 투자했다. 이제는 주식을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보유하고,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고 균형 있게 구성한다.” 401(k) 퇴직 연금 가입자들이 꾸준히 분담금을 내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구조 때문에 빠른 결정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오히려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필립스도 “투자자들은 거의 구조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시장이 호황일 때 투자하고 싶어하고 불황일 때 돈을 빼고 싶어한다.” 401(k)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동적으로 시장이 불황일 때 분담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사실 투자자들은 가치가 오를 주식을 산 것이다. 하지만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분명히 고통이 따랐다. 2008년 퇴직금을 빼내야 했던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연금을 유지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시장에 변하지 않은 한 가지 진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사고 잊어버리는 것’이 ‘대세를 따르는 것’보다 나은 공식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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