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클라인 레빈 증후군’ 이야기
WHEN SLEEP GOES TERRIBLY WRONG
크리스 스티맥은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신체는 건강했고, 누구에게나 친절했으며, 과학과 미식축구를 좋아 했다. 그러던 2003년 겨울, 한차례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더니 그가 완전히 변했다. 기분은 한없이 처졌고, 불쾌감과 무력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또한 며칠씩 끝도 없이 잠을 잤으며, 깨어있을 때는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식사를 할 때는 걸신이 들린 듯 피자 1판을 혼자 먹어치웠다. 원하는 게 이뤄지지 않으면 통제력을 잃고 상스러운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다행히 수주일 뒤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이듬해 그 증상이 다시 찾아왔고, 이후로도 매년 몇 차례씩 반복됐다. 여러 병원에서 그에게 수차례 수면연구를 시도했음에도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때 한 의사의 권유로 스티맥은 미네소타에 있는 메이요 클리닉을 찾았고, 그곳에서 희귀 수면 장애인 ‘클라인 레빈 증후군(KLS)’ 진단을 받았다. KLS는 10대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의학계가 파악하고 있는 환자수는 전 세계에 700여명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수면 전문가인 에마뉘엘 미뇨 박사에 따르면 KLS의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자가 면역 질환 또는 전염병의 일종일 것이라는 2가지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대개 감기 등 전염병에 걸린 후에 발병되고, 바이러스성 질환처럼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도한 수면과 식욕을 감안하면 대사장애일 개연성도 배재할 수 없다.
현재 미뇨 박사팀은 500여명의 KLS 환자를 대상으로 KLS와 연관된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유전자가 발견되면 발병 원인 파악과 치료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이번 연구는 뇌가 수면, 식욕, 성욕 등의 기본적 행동을 제어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KLS는 일반적으로 30대가 되면 사라진다. 스티맥은 올해로 24세가 됐다.
“대학 진학 후 KLS 때문에 수업을 너무 많이 빠져서 1학년을 통째로 다시 다녀야 했고, 작년에만 3차례나 KLS로 고통 받았어요. 하지만 머지않아 KLS의 고통에서 벗어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열심히 제 삶을 살아갈 거예요.”
700 전 세계 클라인 레빈 증후군 환자수 추정치. 현재 이들 중 500명을 대상으로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수면 연구 자가 실험
집에서 스스로 수면연구를 할 수 있다. 결과는 완전히 비과학적이지만 말이다.
최신 피트니스 트래커들의 상당수는 수면상태 모니터링 기능을 지원한다. 이들 중 4종을 이용해 몇 가지 실험을 했다. 며칠간은 카페인 섭취를 자제한 채 일찍 일어나 아침운동을 하고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고, 며칠간은 밤늦도록 TV를 시청했다. 또 과음을 하고 부작용을 체험하기도 했다. 결과는 기기마다 천차만별이었다.
1. 조본 업24
사용 편의성 으뜸
작동원리: 가속도계가 활동과 휴식(수면) 시의 움직임을 측정. 알고리즘이 이 데이터를 활용해 착용자의 성별, 체중, 신장, 연령을 감안해 칼로리 소모량을 계산.
실험결과: 이 기기의 앱은 수면을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으로 구분해 알려준다. 신체 움직임의 미묘한 차이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면 중 자주 깨어난 날도 숙면을 취한 것으로 감지했다. 15~18만원대.
데이터: 5 사용 편의성: 10
폼생폼사: 8 착용감: 10
2. 베이시스 B1
최고의 땀 모니터
작동원리: 가속도계와 센서가 심박수, 칼로리 소모량, 피부 온도, 발한 상태를 관찰.
실험결과: 앱과 웹사이트의 동기화에 번번이 실패했고, 그나마 업데이트된 수면 데이터도 실제와 일치하지 않았다. 다만 발한 모니터링 기능만큼은 제대로 작동했고, 필자는 취침 시 침실 온도를 낮춰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조사에 따르면 올해 출시될 최신 버전은 렘수면과 깊은 수면을 구분하며, 취침 중 뒤척임도 감지한다. 25~27만원대.
데이터: 2 사용 편의성: 2
폼생폼사: 5 착용감: 7
3. 피트비트 포스
맵시 만점
작동원리: 가속도계 외에 칼로리 소모량 분석 알고리즘, 식사량 기록 기능 등 탑재. 고도계를 내장, 오늘 오른 계단과 언덕의 높이도 표시.
실험결과: 예쁜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 직관적 사용법을 겸비해 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유일한 제품. 하지만 숙면을 취한 날과 새벽까지 호러 영화를 보고 악몽을 꾼 날을 구분하지 못했다. 17만9,000원.
데이터: 4 사용 편의성: 10
폼생폼사: 9 착용감: 10
4. 보디미디어 피트 링크
최고의 수면 트래커
작동원리: 발한, 피부 온도, 열 유속(heat flux) 센서와 가속도계를 내장.
실험결과: 팔의 상박에 착용해야해 이물감이 들었지만 정확도는 가장 뛰어났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날과 수면 중 깨어난 횟수를 가장 근사치로 측정해낸 것. 물론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최고로 숙면을 취한 날의 수면효율은 78%, 불면증에 시달린 날은 90%로 표시한 적도 있다. 119달러.
데이터: 8 사용 편의성: 8
폼생폼사: 4 착용감: 3
Plus:
수면 트래킹 앱
수면 분석 앱은 대개 스마트폰의 가속도계로 사용자의 수면 중 뒤척임을 감지하는 메커니즘을 지닌다. 때문에 휴대폰을 침대 맡에 올려놓아야 한다. 필자는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기록해 가장 얕은 수면 상태일 때 최대 30분간 알람을 울려 잠에서 덜 깬 채로 일어나는 상황을 줄여준다는 ‘슬립 사이클(Sleep Cycle)’ 앱으로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 수면품질 평가의 정확도가 다소 의심스러웠다. 과음 후 속쓰림으로 새벽 4시에 깨어났는데도 수면 품질은 100점 만점에 81점이나 됐다. 1달러(앱스토어).
악몽 터미네이터
누구든 이따금씩 악몽으로 땀에 흠뻑 젖은 채 새벽에 깨어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어쩌다 한번이 아닌 빈번하게 겪는 미국 성인의 비율이 무려 5%나 된다. 빈번한 악몽은 숙면을 방해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또한 미국 성인 중 770만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며, 이중 71%가 잦은 악몽에 시달린다. 미국수면의학회(AASM)가 공식 인정한 2개의 악몽 방지 방안을 소개한다. 미국 내 보훈병원에서 흔히 쓰는 치료법이다.
1 프라조신(Prazosin)
고혈압 치료 약물이지만 악몽 완화 효과도 갖고 있다. 정확한 작용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싸움 혹은 도피’ 반응에 연관된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한데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2 이미지 트레이닝
인지행동 치료 기법의 하나다. 악몽의 내용을 낮에 설명하면서 반드시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악몽의 빈도와 강도가 낮아진다.
미래의 수면 치료제
불면증
대다수 불면증 치료제는 뇌를 진정시킨다. 반면 ‘수보렉산트(suvorexant)’는 각성 상태 유지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오렉신’의 작용을 차단, 수면을 유도한다. 때문에 아침에 쉽게 잠에서 깰 수 있다.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중 출시가 예상된다.
수면 무호흡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은 상기도가 막혀서 발생하는 수면 무호흡증 치료를 위해 상기도의 운동뉴런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칼륨 이온채널을 억제하는 방안이 모색 중이며, 5년 내 시판 가능할 전망이다.
제트 래그
지금껏 최소 4개 연구팀이 일주기 리듬 유지에 관여하는 분자를 발견했다. 쥐 실험에서 이 분자들을 억제했더니 수면주기의 변화에 맞춰 일주기 리듬이 잘 조정됐다. 10년 내 이를 이용한 약물이 출시돼 근무시간 변경이나 시차 부적응에 도움을 줄 것이다.
숙면의 비법
TIPS
미국 애리조나주 소재 메이요 클리닉 수면장애센터의 버니 밀러 소장이 알려주는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비결 6가지.
HACKS
아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DIY 사이트 라이프해커의 테사 밀러가 귀띔하는 초간단 나쁜 수면습관 치료법.
1
[TIPS] 침실을 무덤처럼 어둡고, 조용하고, 시원하게 만들자. 특히 컴퓨터 모니터는 반드시 치운다. 스크린의 청색광 스펙트럼은 졸음 유발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한다.
[HACKS] 모니터의 색상을 변경,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무료 소프트웨어 ‘F.LUX’를 설치하면 모니터의 청색광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암막 커튼으로 외부 빛을 차단하면 더 좋다.
2
[TIPS] 취침 및 기상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고, 알람시계의 반복 알람(스누즈) 기능은 사용하지 않는다. 주말에도 평일의 규칙을 지켜야 몸이 습득한 일주기 리듬이 강화된다.
[HACKS] ‘BetterMe’ 앱을 설치한다. 그러면 휴대폰의 스누즈 버튼을 누를 때마다 페이스북에 포스팅이 된다. 게으르다는 지인들의 놀림을 받기 싫으면 일찍 일어나게 될 것이다.
3
[TIPS] 잠을 청하기 전 4~6시간 동안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올라가면서 잠들지 않고는 못 배긴다.
[HACKS] 워킹 데스크 설치. 작업대를 높여서 아래에 러닝머신을 놓는다.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1.5㎞로 설정하면 일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운동을 할 수 있다.
4
[TIPS] 낮잠 금지. 굳이 자야 한다면 정오부터 오후 4시 30분 사이에 30분만 잔다. 그래야 정상적 수면 주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HACKS] 전략적으로 낮잠을 즐긴다. 심리학자 사라 메드닉 박사의 ‘낮잠 바퀴(nap wheel)’를 이용하면 자신에게 가장 이상적인 낮잠 시간을 찾을 수 있다.
5
[TIPS] 카페인 금지. 정오 이후에는 커피, 녹차 등 카페인 함유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카페인은 반감기가 약 5시간이며, 최대 14시간까지 체내에 남아있다.
[HACKS] 카페인이 필요할 때 청색광을 발산하는 램프나 컴퓨터 스크린을 쬐면 각성에 도움이 된다. 청색광이 카페인보다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6
[TIPS] TV를 끈다. TV를 켠 채로 잠이 들면 화면의 밝은 빛이 인체 시계를 고장 낼 수 있다.
[HACKS] 독서. 빛을 내뿜지 않는 E-북이나 종이책을 읽는다. 죽어도 TV를 봐야겠다면 자동 꺼짐 타이머를 맞춰놓는다.
숙면 부스터
인간은 잠을 자지 않고는 살 수 없다. 하지만 남보다 조금 자면서 최대의 회복효과를 얻을 방법은 있다. 미국의 뇌전도(EEG) 기기 기업 ABM의 안면 마스크 ‘썸네오(Somneo)’가 바로 그런 기기다. 소음 차단 장치와 수면단계 분석용 EEG 시스템, 가장 얇은 수면단계에서 켜지는 청색 LED 등이 최상의 숙면을 유도해준다. 병사들의 전투능력 강화에 관심이 많은 펜타곤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시제품 제작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ABM도 군 당국의 구미를 당길 방안을 모색 중이다. 투자자를 찾고,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차질없이 이뤄지면 2015년쯤 출시가 예견된다.
클라인 레빈 증후군 (Kleine Levin Syndrome) 폭식, 과잉행동, 과도한 성욕 등의 증세가 수반되는 수면과다증의 일종. 1년에 2~3차례씩 나타나며, 며칠에서 수주일간 지속된다.
싸움 혹은 도피 (fight or flight) 공포 등 위험상황에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혈압과 심박수의 증가, 동공 확대 등이 일어나는 현상. 위험상황에 맞서 싸우거나 도피하기 위한 준비반응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불린다.
워킹 데스크 (walking desk) 책상과 트레드밀(러닝머신)을 결합한 기기. 운동을 하면서 업무를 볼 수 있다.
제트 래그 (jet lag) 정상적 시간에 수면을 취하지 못해 생기는 피로감. 장거리 항공여행에 따른 시차병을 지칭하기도 한다.
낮잠 바퀴(nap wheel) saramednick.com/htmls/book/napwheel.htm
ABM Advanced Brain Monito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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