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싱가포르에 문을 연 티브랜드 TWG Tea가 서울에도 문을 열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타하 북딥 CEO를 만나 TWG Tea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김태환 포토그래퍼 www.circus-studio.net
명품 패션 브랜드가 몰려 있는 서울 청담동 골목에 향긋한 차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서울 거리는 커피가 점령해버린지 오래다. 코 끝에 스치는 차향은 그래서 낯설거나 특별하다. 2008년 싱가포르에서 문을 연최고급 차(Tea) 브랜드 ‘TWG Tea’가 서울의 패션 거리에도 둥지를 틀었다.
‘TWG Tea 살롱&부티크 서울’은 벌써부터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살롱은 차를 마시는 티룸을 말하며, 부티크는 차 판매장을 뜻한다. TWG Tea가 전 세계 29번째로 문을 연 ‘TWG Tea 살롱&부티크 서울’ 은 TWG Tea 매장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반짝이는 유리와 황금빛 금속으로 치장한 2층짜리 단독매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고급스럽다.
매장에 들어서자 TWG Tea의 CEO 타하 북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이끈다. 청담동 매장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서울로 날아 온 타하 북딥은 산뜻한 자스민 차를 내놓았다. 차 한 모금으로 여유를 찾은 뒤 둘러본 매장은 고풍스럽지만 아기자기했고, 화려한 색상으로 밝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매장 안쪽 벽면 한 곳은 커다란 겨자색 차통들이 가득 차 있었다. 차통은 19세기 차 무역 당시 사용되던 모양을 그대로 재현해 만든 것이다. 매장에 구비해 놓은 800여 종에 달하는 차는 원하는 만큼 덜어서 살 수 있다. 이 차들은 고급스럽게 포장한 제품으로도 나와 있다.
이곳에서는 차만 마시는 게 아니다. 차 외에도 색색의 마카롱과 페이스트리, 과자, 초콜릿도 팔고 있어 차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모로코계 프랑스인인 타하 북딥은 22살 때 처음 차와 사랑에 빠졌다. 친구와 함께한 여행지에서 세계 각국의 차를 팔고 있는 티하우스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타하 북딥이 말한다. “그 이후 계속 차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
처음에는 미국 뉴욕에서 차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뉴욕행 비행기 표를 끊어 놓은 뒤였는데 우연히 현재 비즈니스 파트너인 마노즈 무르자니를 만났어요. 2004년 프랑스에서요. 칵테일을 마시면서 차 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얘기하니 그가 싱가포르를 가 보라고 하더군요. 싱가포르로 날아가 3일 동안 머물렀습니다. 알고 보니 싱가포르는 동서양 차무역의 운송 중심지더군요.”
TWG Tea는 상표에 ‘1837’이라는 숫자를 쓰고 있다. 타하 북딥이 설명한다. “저희 상표에도 들어 있지만 ‘1837년’은 기념비적인 해입니다. 그해 싱가포르는 상공회의소를 설립했는데 이를 계기로 차 무역이 자유화되면서 영국 차 운반선이 처음 싱가포르에 찾아왔어요. 그때부터 싱가포르가 차 무역 중심지로 발전하기 시작한 겁니다.”
타하 북딥은 2008년 싱가포르에서 첫 TWG Tea 살롱을 열었다. 2008년 문을 열자마자 경제 위기가 닥쳤다. 우려와 달리 TWG Tea 살롱은 북적댔다. “넥타이를 맨 비즈니스맨들이 ‘어떻게 이 경제 위기를 헤쳐나갈까’를 상의하면서 차를 마시더군요.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장사가 잘 되는걸 보면서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더 공격적으로 매장을 내기 시작했어요.”
TWG Tea는 매우 비싼 차도 팔지만 30싱가포르 달러(2만 5,000원) 정도하는 티백들도 팔고 있다. 사람들이 손쉽게 사갈 수 있는 제품을 구비하고 있어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5년이 흐르는 동안 TWG Tea가 매입하는 차 규모는 55배로 늘었다. TWG Tea는 최고 차 재배지와 독점 계약을 체결해 공급받고 있다. 타하 북딥 자신은 매년 전 세계 다원을 직접 찾아가 최상급 차만 구입한다. 이 뿐만 아니다. 차통은 온도 변화가 작은 주석으로 만들고 티백은 100% 면사를 사용한다. 블렌딩티에 사용하는 향은 꽃이나 과일 등 천연재료를 사용한다. 타하 북딥이 말한다. “38개국 45개 지역에 분포한 100곳 이상 다원과 거래하고 있습니다. TWG Tea는 800여 종의 차를 팔고 있어요. 저는 100군데 다원을 매년 방문합니다. 기본적으로 다원 오너들은 농부들이에요. 그들과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최상의 차를 구할 수 있어요.” 타하 북딥은 다르질링 차를 예로 들었다. 현재 최상급 다르질링 차는 일본에서 모두 매입해 간다. 그런데 타하 북딥은 최상급 다르질링 차를 구할 수 있다. 평소 다원 오너와 친분을 맺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다원과는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대형 다원에서는 차 품질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요. 오너가 직접 100% 컨트롤 할 수 있는 규모의 다원들하고만 거래를 맺고 있습니다. 저는 매년 인도 다르질링을 찾아가 차를 골라요. 다원에 있는 농가에 묵으며 오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싱가포르 TWG Tea매장을 찾는 손님들 중에서 세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들이다. 이미 TWG Tea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뜻이다. 짧은 기간에 성장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TWG Tea는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도시마다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이다. 타하 북딥이 말한다. “일단 중요한 도시에는 다 들어가려고 노력했어요. 서울 외에 현재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도 TWG Tea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청담 매장 외에 중요한 곳에 TWG Tea가 들어갈 수 있게 할 겁니다. 현재 신라호텔 객장과 룸에는 TWG Tea 제품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등에서도 TWG Tea 제품을 찾을 수 있죠. 이미 입점이 확정된 주요 쇼핑몰과 백화점도 있어요. 접촉 중인 곳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TWG Tea는 명품들이 몰려 있는 곳에 반드시 입점하는 원칙이 있다. 또 다른 성장 전략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가 타깃으로 한 고객들이 쇼핑을 하다가 편하게 들어와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TWG Tea 제품들을 보면 알겠지만 매우 패셔너블합니다.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아내가 럭셔리 향수 마케팅 일을 했었어요. TWG Tea에도 이런 경험을 접목시켰습니다. 향초 아이디어, 문구, 패키지 디자인, 제품 이름 등 모두 패션과 잘 맞아떨어지고 있죠. 청담동에 단독 매장을 낸 것도 이와 같은 전략 때문이었습니다.”
TWG Tea 이외에도 고급차를 판매하는 프리미엄 티하우스는 여럿 있다. 그들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타하 북딥은 우선, 아시아에 기반을 둔 첫 럭셔리 티 브랜드라는 점을 꼽았다.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보통 고급 티하우스는 한가지 스타일을 고수합니다. TWG Tea는 전통과 현대, 세련미를 골고루 융합해서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핑크색 깡통에 든 차는 다른 럭셔리 티하우스에서는 좋아하지 않을 아이템이죠. 우리는 10대들도 매장을 방문해 차를 사갈 수 있게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어요. 제품 믹스가 잘 되어있는 브랜드죠. 또 하나는 우리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음식과 제과류에 차가 들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곳은 흔치 않아요.”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테이블에 차와 함께 마카롱과 샌드위치, 샐러드가 올려져 있었다. 샐러드에 친 식초 냄새가 차 향을 가리고 있었다. 이를 지적하자 타하 북딥이 말한다. “우리 매장에서 자신하는 메뉴를 모두 보여주기 위해 오늘만 내놓은 겁니다. 원래대로라면 티 마스터가 샐러드 향보다 더 강한 향을 가진 차를 추천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냄새가 적은 음식에는 향이 약한 차를 추천하죠. 반대로 강한 음식에는 강한 차를 추천합니다. 잘 지적하셨어요.”
TWG Tea 매장에는 티 마스터가 상주해 차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직원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티 소믈리에 2명과 직원 한 명이 한 달 동안 싱가포르 본사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한국에 돌아와 직원들을 재교육시키고 있어요. 이론교육과 실제로 차를 우려내는 방법, 추천하는 방법 등을 배웁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매장에서 손님 접대하는 것까지 배우죠. 우리가 판매하는 차 종류가 워낙 많아 그것들을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적하셨듯이 음식 궁합도 중요합니다.”
타하 북딥은 자신이 차 사업을 하겠다고 말하자 주변에서 말렸다고 말했다. “품질이 좋고 패키징과 서비스가 좋으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우리는 특정 계층을 위한 차를 팔지 않습니다.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게 다양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어요.” 찻잔을 들고 싱긋 웃는 타하 북딥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모두 모여 차를 즐기는 차 문화의 장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죠.”
“TWG Tea는 800여 종의 차를 팔고 있어요. 저는 100군데 다원을 매년 방문합니다. 기본적으로 다원 오너들은 농부들이에요. 그들과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최상의 차를 구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