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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맨, 뉴욕에 오다

THE ICEMAN COMETH

제프리 스프레처 Jeffrey Sprecher는 한 원자재 거래소를 단돈 1달러에 인수해-그의 동료이자 부인 켈리 뢰플러 Kelly Loeffler의 도움을 받았다- ICE라는 거대 에너지 거래소로 키워냈다. 그리고 주식공개를 통해 14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NYSE를 인수했다. 그는 과연 NYSE의 추락을 멈출 수 있을까?
By Carol F. Loomis
Photograph by Andrew Hetherington


지난 2세기 동안 증권거래소의 상징이었던 뉴욕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이하 NYSE)가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라는 세련된 이름의 신생 거래소 겸 어음교환소에 인수됐다. 전자거래 기업가이자 공상가인 제프리 스프레처(58)가 ICE의 설립자이자 CEO다(제프리 자신도 ICE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이다). 13년 전 애틀랜타 Atlanta에서 설립된 ICE는 비용에 민감한, 군살을 최소화한 기업으로 발전했다. 2012년 기준 매출은 14억 달러, 영업이익은 무려 5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NYSE 인수 전 시장가치는 93억 달러였다. 큰 키에 매력이 넘치는 그의 부인 켈리 뢰플러(43)는 ICE가 성장하는 동안 제프리의 곁에서 그를 보좌했다. 그녀는 ICE 경영진 중 한 명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투자자 관계 등을 책임지고 있다. 2012년 11월 12일 스프레처-원어 발음상 ‘트레커(Trekker)’와 운이 맞다-는 NYSE와 (NYSE의 모기업) NYSE 유로넥스트NYSE Euronext 인수라는 상상치 못한 거래를 성사시켰다. 뢰플러는 인수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직무를 맡고 있다.

그렇다. 2012년 기준 매출 37억 달러, 이익 3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한 NYSE 유로넥스트에는 NYSE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ICE가 매각이나 분사를 고려 중인 유로넥스트 증권거래소 4곳(암스테르담, 브뤼셀, 리스본, 파리 지점)과 스프레처가 오랫동안 탐내던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ondon International Futures Exchange)-약자는 LIFE며 ‘라이프’라 발음한다-도 포함돼 있다. ICE는 NYSE 유로넥스트 NYX 전체를 인수하기 위해 현금과 주식으로 82억 달러를 지불했는데, 이는 인수 직전인 2012년 말 시가보다 40% 높은 금액이었다. 그 후 규제 문제가 해결되자, 유로넥스트를 인수한 ICE의 시장가치는 2013년 주식시장 강세에 힘입어 25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개장 종은 이미 울렸고, 환영행사도 끝났다. 스프레처는 이제 NYSE가 ICE에 어렵고 불확실한 과제를 가져다 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증권거래위원회(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이하 SEC)가 주식 거래 규정을 자율화하면서 주식거래 시장 간 경쟁을 유도한 데서 불거졌다. 트레이더들은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반응했고, 더 많은 상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한 주식시장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한때 유명 주식을 거래할 때 가장 먼저 찾던 NYSE는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250여 개의 거래소와 경쟁하고 있다. 그중 다수는 NYSE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 ‘다크 풀 Dark Pool’이라는 불길한 명칭을 가진 일부 시장은 자신들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운영되는 NYSE와 달리, 비공개로 운영되기 때문에 더 나은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공언한다.

당연히 이런 시장변화는 NYSE에 큰 타격을 입혔다. 맨해튼에 위치한 금융 리서치 회사 태브 그룹 Tabb Group에 따르면, NYSE의 미국 주식거래 점유율은 지난 6년간 40%에서 23% 이하로 크게 하락했고, 이런 하락세가 완전히 끝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더욱 뼈아픈 사실은 NYSE가 거래 수수료 일부를 환급해 주는 자구책을 시행하는 와중에도 이런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NYSE만 수수료 환급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경쟁사들도 수수료 환급을 실시하는 데 사실 이것은 선택적 대규모 가격할인과 같다. 업계에서 수수료환급은 ‘유동성 보상Liquidity Payments’이라 불린다. 다시 말하면 우량 고객을 필요로 하는 거래소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트레이더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특히, 주식매매를 원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편의를 (물론, 저렴한 가격에) 도모해주는 트레이더들이 주요 환급대상이다.

덧붙이자면 수수료환급은 뇌물이나 다름없다. 적어도 스프레처는 그렇게 부른다. 그는 수수료환급을 경멸하며 폐지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이 그러지 않는 가운데 NYSE만 갑작스레 환급을 중단하면 시장점유율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하다. 때문에 NYSE는 계속 환급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자세한 환급액 규모는 절대 공개되지 않지만, 연간 1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스프레처는 언론을 통해 업계의 수수료환급 관행을 맹비난했지만, 어떻게 NYSE를 개선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지난해 11월 19일 ‘ICE 인수 후 전략’에 관한 전화회의에서도 ICE의 프레젠테이션은 NYSE의 경쟁상황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도 이 주제를 피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날 무렵 스프레처는 갑작스레 NYSE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직원들에게 ‘저비용 업체로의 전환’이라는 임무를 내릴 것이며, 이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야심 찬 목표임은 분명하지만 물리적 규모가 상당하고, 직원 수도 많은 NYSE가 실현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직원들 중 일부는 여전히 오랜 관습에 얽매여 있다. 월가가 계속 ‘저비용’의 기준을 바꿔가고 있는 점도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부 업체의 수수료는 주당 1센트 또는 그 이하-1센트의 10분의 1가치인 1밀스 Mills-다.

그렇기는 하지만 스프레처는 이미 대단히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경력이 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그는 단돈 1달러-그렇다, 1달러다!-에 ICE의 첫 번째 거래소를 매입했고, 그 거래소의 수익은 계속 늘고 있다. 이런 경력을 가진 사업가를 의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스프레처가 1달러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고향 위스콘신 Wisconsin에서 받았던 화학 엔지니어링 교육과 캘리포니아에서 발전소를 운영하며 쌓은 비즈니스 경험이었다. 1997년 스프레처는 발전소에서 사용할 연료가격 변동을 헤징하고, 거기서 생산된 전기를 전자거래를 통해 전국에 판매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는 당시 애틀랜타에 소재한 작은 에너지 회사 콘티넨탈 파워 익스체인지 Continental Power Exchange(이하 CPEX)에 대해 알게 됐다. 당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MidAmerican Energy의 자회사였던-지금은 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가 소유하고 있다-CPEX는 63개 공익시설 상호간에 전기거래를 추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패하고 있었다. 미드아메리칸 에너지는 3,5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매달 떠안는 적자만 100만 달러에 달했다.

스프레처는 캘리포니아에서 미드아메리칸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앨런 웰스 Alan Wells에게 전화를 걸어 CPEX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디모인 Des Moines에서 열린 회의에 초청받았다. 회의장소에 도착한 스프레처는 미드아메리칸의 임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연설을 했고, 모두 그를 CPEX의 경영자로 삼고 싶어했다. 하지만 스프레처는 이를 거절하며 “나는 이 회사를 인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결국 그들은 스프레처가 1달러에 CPEX를 인수하는 대신, 미드아메리칸도 1달러에 CPEX 지분 20%를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진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 후 스프레처와 웰스는 애틀랜타로 가 직원들에게 오너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렸고, 직원 중 절반은 해고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했다(퇴직금은 미드아메리칸 측이 지급했다). 스프레처가 CPEX 사무실에서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해고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에드윈 마셜 Edwin Marcial이라는 프로그래머가 집무실에 들이닥쳐 요구사항을 늘어놓았다. 그는 자신의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자신과 두 명의 다른 프로그래머는 회사를 떠날 것이라 말했다.

스프레처는 그 이후의 일을 이렇게 기억한다. 그 직원은 “우선, 현재 사용 중인 언어로 코딩작업을 하고 싶지 않다. 대신 자바 Java를 사용하길 원한다. 두 번째로 현재 사용 중인 데이터베이스 제품 대신 오라클 Oracle사의 제품을 사용하길 원한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하드웨어 컴퓨터 네트워크를 인터넷 네트워크로 교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스프레처는 그 프로그래머에게 자신은 자바가 뭔지 모르고, 오라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으며, 데이터베이스가 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력생산 비즈니스 덕분에 인터넷이 그의 네트워크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스프레처는 그에게 “자네는 이 점을 알아야 하네. 전기생산 시설에는 핵 발전소가 포함돼 있어. 이 때문에 총을 든 경비요원들까지 있을 정도야. 시설 측은 모뎀접속을 통해 시설을 운영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네”라고 말했다. 잠시 말을 멈춘 뒤 스프레처는 “이보게, 자네에게 제안을 한 가지 하겠네. 하드웨어 네트워크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 인터넷용 프로그램도 개발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마셜은 회사에 남아 훗날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ICE는 탁월한 기술력으로 명성을 얻었다(이제 이 기술력을 NYSE에 도입할 계획이다). 인터넷에 관한 마셜의 주장은 옳았다. 2000년 CPEX가 독자개발 네트워크를 출시했을 때, 기존 하드웨어 네트워크는 폐기됐다. 이 과정에서 (인수 때 해고되지 않았던) 다른 CPEX 고위 경영진처럼 마셜도 스프레처에 대해 깊은 충성심을 갖게 됐다. 스프레처는 그저 “우리는 함께 고생하며 성장했다”고 말한다.

쉴 새 없이 말하는 달변가 스프레처가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한다. 사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인터넷 네트워크를 개발하던 3년간 CPEX는 매출이 전혀 없었다. 스프레처는 애틀랜타와 캘리포니아의 발전소를 오가야 했다. 또 수표를 써서 직원 월급을 주고, 부족한 부분은 당시 종이 조각에 불과했던 스톡옵션으로 충당하며 겨우겨우 회사를 지탱해 갔다. 애틀랜타에 머무를 때는 하룻밤에 40달러짜리 모텔에서 묵었다.

하지만 2000년 스프레처는 경이로운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우선, 전자 네트워크를 테스트하면서 기적적인 순간이 있었다. “우와, 작동한다-실제로는 ‘우와’가 아닌 더 험한 욕이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스프레처는 더 과감한 계획을 추진하게 됐다. CPEX를 ICE라는 신생기업에 합병시키고, 합병 기업의 주식을 영향력 있는 새로운 주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 것이다. 이들은 ICE의 신규 네트워크에서 에너지 제품을 거래한다는 조건으로 ICE 지분의 약 90%를 취득했다.

주요 투자업체들-모두 이미 원자재 거래에 참여하고 있었다-은 골드만 삭스 Goldman Sachs, 모건 스탠리 Morgan Stanley, 도이치 뱅크 Deutsche Bank, 소시에테 제네랄 Societe Generale 등 금융업체 4곳,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British Petroleum, 로열 더치 Royal Dutch, 토털 Total 등 대형 석유업체 3곳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규모가 작은 듀크 에너지 Duke Energy, 서던 컴퍼니 Southern Co. 등도 있었다.

이 투자업체들이 점점 더 ICE에 고마움을 느낀 것은 당연하다. 2005년 ICE가 기업공개를 단행했을 때 시장가치는 14억 달러로 평가됐다. 앞서 말한 13개 투자업체들은 기업 공개 때 보유중인 ICE주식 일부를 매각했고, 이후 한 차례 더 주식을 매각했다. 스프레처는 투자업체들이 각각 1억 달러에서 6억 달러의 주식매각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 판단한다. 기억나나? 그들은 모두 공짜로 주식을 받았다.

한편 미드아메리칸은 ICE의 기업공개 덕분에 투자금 3,500만 달러를 회수한 것은 물론,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CPEX 경영진이 받았던 스톡옵션의 가치도 크게 치솟았다. 그렇다면 스프레처는? 이런 경우 다른 설립자들은 대개 보유 중이던 막대한 양의 주식을 매각하지만 스프레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애초에 ICE 지분을 5%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최근 NYX인수 후에도 합작회사 지분의 단 1%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ICE의 최근 시장가치를 고려했을 때 1%의 가치는 2억 7,000만 달러에 달한다. 때문에 그를 동정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하룻밤에 40달러짜리 싸구려 모텔에서 묵던 경영자 중에서 도시에서 가장 비싼 주택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스프레처와 그의 부인 뢰플러가 그 주인공이다. 뢰플러는 2002년 ICE에 입사했고, 2004년 둘은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둘은 애틀랜타 중심가의 원룸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작정을 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호화 주택을 구입했다. 그들이 2009년 1,050만 달러에 매입한 이 집의 넓이는 1만 4,908평방 피트(약 1,385㎡)이며, 욕실 8개와 간이욕실 2개가 딸려 있다.

제프리 부부의 자택은 애틀랜타에서 가장 고급 주택단지인 벅헤드 Buckhead에 위치해 있다(또 푸른 언덕 위로 높이 솟은 빌딩에 입주한 ICE의 사무실들과도 가깝다). 스프레처는 그 집이 아주 오랫동안 매물로 나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집이 산타 바바라 Santa Barbara 같은 이탈리아풍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집은 제롬 돕슨 Jerome Dobson, 브리짓 돕슨 Bridget Dobson 부부 같은 사람들에게 어울린다(고전 드라마 ‘산타 바바라’의 각본을 쓰고,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돕슨 부부가 이 집의 건축가이자 전 주인이다). 스프레처는 그들 부부가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공간은 하나밖에 안 되지만, 집을 기금 모금 행사장소로도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프레처가 이끄는 ICE는 이제 그의 넓은 저택처럼 충분한 여유가 있는 구조로 발전했다(고객들을 위한 저택 사용과는 대조적으로 원자재 비즈니스만 고집하고 있지만 말이다). 스프레처는 2001년 선물 거래소를 인수하기 시작했고, ICE 설립 1년 만에 어음교환소 같은 유사 거래소를 인수했다. ICE 웹사이트에는 6개의 선물 거래소, (현재 NYSE에 의해 운영되는) 10개의 외환거래소, 3개의 장외거래시장(크레디텍스Creditex처럼 신용부도 스와프를 거래하는 시장), 그리고 5개의 어음교환소가 소개돼 있다. ICE의 트레이드 중 95%는 글로벌 전자거래다. 때문에 매출의 절반 가까이는 미국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발생한다.

스프레처는 인터넷의 발달과 원자재 거래의 세계화는 ICE에 시의적절했다고 말한다. 그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우리는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한 돛단배 같다. 바람에 의해 항로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어쨌든 ICE가 초기에 시류를 잘 탔다는 점은 인정하는 셈이다.

원자재 거래소들의 오랜 관행도 그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ICE가 2007년 뉴욕선물거래소(New York Board of Trade·이하 NYBT)를 인수했을 당시, NYBT에서는 ‘월드 슈거 World Sugar’라는 선물상품이 거래되고 있었다. 상품명에서 알 수 있듯 글로벌 설탕 가격을 설정한 상품이었다. 하지만 이 상품은 맨해튼에서 하루 4시간 30분 동안만 거래됐다. 스프레처는 “중국이 최대의 설탕 소비국이라는 점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중국 소비자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가 돼서야 상품판매를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는 성공이 분명해 보이는 시장에 거래소를 개방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NYBT는 현재 ICE 선물거래소 ICE Futures Exchange에 합병됐고, 이곳에선 ‘월드 슈거’가 24시간 거래된다.

태브 그룹의 CEO 래리 태브 Larry Tabb는 ICE가 런던의 국제석유거래소(International Petroleum Exchange·이하 IPE)를 인수한 2001년 스프레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스프레처는 ICE 설립 직후부터 계속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태브는 “그를 미친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회상한다. 스프레처가 확고히 자리 잡은 기존 업체들을 이길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머지 않아 ICE는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태브는 “세상에, 그가 해내고 말았다!”고 말한다. 한편 2005년 ICE는 공개호가(소란스러운 전통 선물거래 방식)를 폐지하고-스프레처가 이를 강력히 추진했다-완전한 전자거래 방식으로 탈바꿈했다.

태브는 스프레처를 엄청난 에너지를 소유한, 매우 창의적이고 인상적인 리더라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험회사 로이즈 오브 런던 Lloyd’s of London의 전 CEO 리처드 워드 Richard Ward도 태브의 말에 동의한다. ICE가 IPE를 인수했을 당시 IPE의 CEO였던 워드는 스프레처와 함께 회사를 성공적으로 변화시켰다.

스프레처가 IPE를 성공시킨 것처럼 최근 인수한 NYSE도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래리 태브는 다시 한번 회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뿐만 아니라 워드도 스프레처가 NYSE를 경쟁력 있는 거래소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완전히 변화된 자금의 주식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태브는 스프레처가 결국 NYSE를 분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태브와 워드는 다른 많은 이들처럼 스프레처가 유로넥스트를 인수한 이유는 IPE를 얻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워드에게 NYSE는 이미 실패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경쟁 플랫폼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워드는 주식 거래소 업계 전체가 “머그 게임 mug’s game 같다”고 말한다. 그것은 ‘어리석은 일’을 뜻하는 영국식 표현이다.

하지만 250여개의 주식 거래소를 하나같이 어리석다고 말할 수는 없다. NYSE와 (최근 몇 년간 문제가 많았던) 나스닥 Nasdaq, 그리고 11개의 다른 ‘리트 lit’ 거래소들부터 살펴보자. 리트는 시세 및 거래 가격이 전 세계에 공개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이런 투명성 자체는 칭찬할만한 것이지만 이 때문에 거래소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덧붙이자면, 초단타(high-frequency) 트레이더들이 고객들의 거래 정보를 알고 ‘선행매매(Front-running)’를 할 수 있다. 이들은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할 생각이 전혀 없다. 대신, 해당 주식을 매수하려는 고객들로부터 이익을 취득하려는 목적뿐이다. 오늘날 이런 트레이더들은 ‘알고스 Alogs’라 불린다. 그들이 최적의 거래시점(sweet spots)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알고리즘 규칙(Algorithmic rules)의 약자다.

그리고 앞서 잠시 언급했던 다크 풀도 살펴보자. SEC의 최근 추산에 따르면, 다크풀 중 44개는 주식거래소이고 브로커-딜러 *역주: 단순중개 업무(브로커)와 자기자본 투자(딜러) 업무를 겸하는 회사 증권사들에 의해 운영된다. 그중 헤지펀드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레딧 스위스 Credit Suisse의 크로스파인더 Crossfinder가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바클레이즈 Barclays의 LX풀 LX Pool이 두 번째 규모다. 이들은 투명성 부분에서는 리트와 정반대 입장이다. 거래기록 공개를 꺼리는 일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다크 풀은 보이지 않게 고객들의 거래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NYSE와 달리) 중개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고, 요구하더라도 상당히 저렴하다.

약 200명의 ‘내부화 브로커들(internalizing brokers)’은 다크 풀의 친척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들은 내부적으로 거래를 중개한다. 예를 들어, 페덱스 FedEx 주식 100주를 매수하라는 한 고객의 주문을 페덱스 주식 100주를 매각하려는 다른 고객의 주문과 이어준다. 이들이 더욱 자주 하는 일은 스스로 바이어나 셀러가 되는 것이다. 혼자서 내부적으로 처리하기 너무 큰 주문은 다크 풀로 보내 처리한다. 이런 비주류 시장이 생겨난 이유는 브로커들이 더 큰 시장을 원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더 많은 돈을 주식거래에 쏟는 더 많은 고객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거래소들이 사방에 생겨나면서, 비난의 화살은 다크 풀로 향하고 있다. 주식시장 전통주의자들은 다크 풀은 고객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거래를 한다고 의심한다. 우선, 앞서 말한 것처럼 SEC가 최저 수준으로 줄여놓은 거래 수수료를 보자. 뉴욕의 할인 증권중개업체 이트레이드 파이낸셜 E*Trade Financial을 예로 들면, 이 업체의 전략은 9.99달러라는 헐값에 무제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해 개인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트레이드는 실제적으로 거래에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 대신, 수수료가 없는 다크 풀을 이용한다. 다크 풀은 9.99달러보다 저렴한,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에 이트레이드의 거래에 영향을 끼쳐 이 업체가 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해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심가에 위치한 이트레이드 본사에는 NYSE의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 속에는 브로드 스트리트와 월 스트리트를 가리키는 표지판 뒤로 NYSE의 깃발이 높이 걸려 있다. 이트레이드의 투자자관계 책임자 브렛 굿맨 Brett Goodman은 이 사진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당연한 듯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는 정서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주식거래에 있어 훨씬 더 중요한 두 번째 비용은 거래 주식에 대한 막대한 매수 금액이나 매도 금액이다. 이 점에서 비판가들은 다크 풀 운영자들은 고객기록을 추적해-그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고객들의 발자국을 보고’-특정 방식을 통해 고객들보다 선행매매를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런 조작된 시장에서 점차 더 많은 양의 주식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는 원래 지불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

당연히 다크 풀 측은 누구도 아무것도 조작하지 않는다며 이런 의혹을 부인한다. 사실 부당 관행에 대한 의혹들은 입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다크 풀에서 이뤄진 거래의 대부분은 감사를 피해가기 때문이다. 2012년 독립 증권거래 규제기구 FINRA(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는 15개의 다크 풀에 대해 거래정보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조사결과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SEC가 해결책을 일부 제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SEC는 작금의 혼란에 대한 단초를 제공했음에도, 관련 보고서 발행 정도로만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리트 거래소 NYSE의 CEO에 취임한 스프레처는 일부 거래소의 죄를 사한다. 그는 “다크 풀과 알고스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이런 업체들은 주식 거래시장의 현 상황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스프레처는 현재 주식 시장이 정상이 아니라는 점은 확신한다. 그는 “나는 공학도다. 개인적으로 세계에는 질서가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시장은 경쟁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원자재 하나를 사고팔기 위해 250개나 되는 거래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주식 거래소들은 어떻게든 통합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NYSE가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어떻게 그런 과정이 이뤄질지에 대해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현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분명 무리한 요구로 보인다. 스프레처는 투명한 금융시장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지가 주식시장에 반영되기를 희망한다. 또 NYSE를 자신의 목소리를 낼 ‘큰 연단’으로 여기며,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스프레처는 여전히 NYSE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ICE는 나스닥에 더 어울리는 혁신 기술기업이지만, 2005년 기업 공개 후 NYSE에 상장돼 있다. 그는 “NYSE에는 은은한 영적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박식한 인물로 LCH 회장 자크 애그랭 Jacques Aigrain이 있다(LCH는 ICE와 치열히 경쟁하는 영국 어음교환소다). 애그랭은 지금의 NYSE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를 사용해 NYSE의 ‘아름다운 브랜드’를 설명한다. 그는 “스프레처는 대단히 뛰어난 리더며 NYSE의 재건을 위한 최적의 인물이었다”고 평가한다.

재건 프로그램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스프레처는 몇 가지 계획에 대한 의향만 드러냈다. 현재 NYSE에서는 전자거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장이 열리고 닫힐 때 여전히 거래인들이 상주한다(순간적인 주가폭락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24시간 ‘사람’이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 스프레처는 계속 거래인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체 250개 거래소 가운데 249개가 완전 전자거래 방식으로 운영되고 하나만 공개호가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이것이 NYSE를 차별화 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한다.

그는 또 ICE의 비용절감 운영방식이 뉴욕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미 NYSE 직원들의 이직 뉴스가 나오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소식은 데일리 쇼 Daily Show의 진행자 존 스튜어트 Jon Stewart의 형제이자 NYSE 유로넥스트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래리 리보위츠 Larry Leibowitz의 이직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ICE의 NYSE 인수를 승인하기 수개월 전인 올해 초, 스프레처는 포춘과 인터뷰 중 ICE와 NYSE의 직원 수 차이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ICE 직원 수는 1,000명이다. 그리고 스프레처가 시사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직원들은 최대한의 책임과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NYSE 직원 수는 정직원 3,200명과 계약직 800명이다. 스프레처는 근본적으로 계약직도 정직원과 같다고 설명했는데, 말투에서 그가 계약직 고용형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프레처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불안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문제는 ‘1,000명이 일하는 기업의 문화를 4,000명이 일하는 기업에 심을 수 있을지 여부다.” 그는 이미 이에 대한 답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그는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이번 인수합병을 성공으로 이끌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면서도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인정했다.

상징적인 기업들이 얼마 남지 않았고, 특히 NYSE 같은 기업은 유일무이하다. 이런 상황에서 스프레처가 NYSE를 재건한다면 대단히 기쁜 소식일 것이다. 1792년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버튼우드 협약(Buttonwood Agreement)을 맺어 공식 연합을 만든 이후, NYSE는 역사적으로 많은 일들을 겪어 왔다. 어쩌면 ICE 시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적응력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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