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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RIDE] 소리없이 강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1리터로 16km를 가는 뛰어난 경제성뿐 아니라 훌륭한 달리기 성능까지 갖추고 고객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 중 올해 가장 많이 사랑받은 모델은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지난해 12월 16일 판매에 들어간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올 1월에만 1,156대가 판매됐다. 가솔린 모델대비 가격경쟁력과 품질 수준을 높인 게 주효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저속에서는 토크가 높은 전기모터를 주로 이용하고 중속 이상에서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같이 사용해 성능과 연비가 우수하다. 공인 복합연비 16㎞/리터인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3,460만 원이다. 복합연비 10.4㎞/리터인 가솔린 모델 ‘그랜저 3.0 익스클루시브(3,422만 원)’보다 38만 원 비싸다. 반면 휘발유 1리터당 1,877원, 연간 2만㎞ 주행을 기준으로 잡을 경우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1년 운행하면 그랜저 가솔린보다 연료비 98만 원을 절약할 수 있다. 5년 주행 시에는 약 500만 원 절감 효과가 있다. 계산기로 두드려 본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장점이다.

그렇다면 실제 도로에서 달리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어떨까. 우선 외부 디자인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굳이 기존 그랜저와 달라진 점을 찾자면 새롭게 적용된 17인치 하이브리드 모델 전용 알로이휠과 하이브리드 엠블럼 정도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차량은 뒷범퍼에 머플러 팁을 숨겨둔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일반 가솔린 모델과 똑같이 듀얼 머플러를 드러내놓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낯설어 하는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실내 구성도 일반 가솔린 모델과 다르지 않다.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반과 센터페시아에 있는 LCD 모니터 (겉 모습은 가솔린 모델과 똑같지만 보여주는 정보가 다르다) 정도가 눈에 띈다. 계기반 왼쪽에는 엔진회전계 대신 현재 어느 정도 경제 운전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게이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센터페시아에 달린 LCD 모니터에는 현재 운전 모드와 에너지 흐름도가 표시된다. 전기모터 연비와 가솔린엔진 연비가 따로 표시되는 기능도 있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징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타고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점은 바로 정숙성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엔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계기반에 뜬 ‘READY’ 표시를 보지 못할 경우 시동이 걸려 있는지 몰라 당황할 정도다. 전기모터만 깨어난 상태에서 변속기를 드라이브 모드로 옮기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그대로 ‘스르륵~’ 차가 움직인다.

하이브리드카답게 출발은 조용하고 매끄럽다. 정차 상태에서 전기모터가 먼저 작동하는 만큼 가솔린엔진 구동음이 들리지 않는 것이다. 대략 시속 20km 정도까지는 전기모터로 구동되고 그 이후에 엔진이 가동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된 세타Ⅱ 2.4 MPI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보다 압축행정을 짧게 하고 팽창행정을 길게 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연비를 높여주는 고효율 엔진이다. 여기에 35kW급 고출력 전기모터가 더해져 총 204마력의 동력 성능을 낸다.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급가속이나 고속구간에 들어서도 정숙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타이어를 통해 전달되는 노면소음 정도만이 느껴질 뿐이다. 가솔린 엔진이 작동되면서 나는 소음도 방음처리가 잘 되어 있어 실내가 매우 정숙하다.

주행 중 전기모터가 가동되는 속도구간은 비교적 넓다. 배터리 충전이 충분할 경우 시속 80km 정도에서도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 이때 연료가 크게 절약된다. 가솔린 모델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16km/리터다. 시가지와 간선도로를 넘나들며 달린 이번 시승에서 나온 연비는 12.8km/리터. 차량 정보창에 나타난 수치다. 공인 복합연비와 제법 차이가 난다. 강변북로를 통해 자유로에서 연비에 신경 쓰지 않고 달린 결과다. 처음 시내 구간에서 차량 흐름을 타고 운전을 했을 때는 약 15km/리터에 달하는 연비를 보였다.

도심구간을 빠져나와 자유로를 타면서는 운전 행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보여준 달리기 실력 때문이었다. 주행감이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우수했다. 빠른 응답성과 역동적인 가속성이 기존 가솔린 모델에 비해 더욱 강조된 느낌이다.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선택할 경우, 독일산 스포츠세단 못지않은 응답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에코-노멀-스포츠’ 3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에코 모드는 철저하게 경제성을 위주로 세팅돼 연비가 높게 나오는 반면, 가속 페달에 대한 반응은 약간 늦다. 반면에 스포츠 모드는 가속 반응이 확실히 빠르게 나타나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상시에는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조합한 노멀 모드를 선택하는 게 무난하다. 현대기아차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제동 능력과 하체도 크게 개선됐다. 고속 주행 중 제동 능력이 상당히 안정적이다. 브레이크가 밀리는 느낌이 거의 없다. 서스펜션 세팅도 비교적 탄탄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급차선 변경 시 뒤가 출렁이며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많이 억제됐다. 현대차의 차 만들기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건 이제 부인하기 힘들다.

앞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친환경 차량 우대책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 도입을 앞두고 있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부과하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 아반떼와 포르테 LPI하이브리드 차량을 시판해 친환경 시대를 열었다. 물론 시장 반응이 호의적이진 않았다. 이후 전기모터, 인버터, 컨버터, 배터리 등 4가지 핵심 전기동력부품의 독자개발과 국산화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높여갔다. 일단 시작하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게 현대기아차의 저력이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5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를 나란히 출시하며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차량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단순히 하이브리드 모델이 하나 추가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국내 대표 준대형 승용차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혔다. 고급차를 기반으로 만들어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과 본격 경쟁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기본 가격은 3,460만 원. 렉서스 E300h에 비해 연비(복합연비 16.4 km/리터)는 비슷하지만 풀 옵션을 갖춰도 가격이 1,000만 원 정도 저렴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우수한 성능으로 무장하고 시장에 나온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친환경 차량 경쟁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현대차의 선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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