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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샤넬 그리고 키린?

GUCCI, CHANEL, and... QEELIN?

중국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서양 명품에 열광해 왔다. 그러나 패션 대기업 케어링 Kering은 앞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의 고급 주얼리 브랜드를 갈망하고, 다른 나라도 곧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
by Fennifer Reingold


필자는 지금 울루 Wulu 목걸이를 하고 있다. 울루란 박을 뜻하는 만다린어로, 아시아 문화권에선 행운을 상징한다. 서양에서 편자 *역주: 말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붙이는 쇠붙이로 행운을 상징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느낌이다. 필자가 차고 있는 이 울루 목걸이는 반짝거리는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키린Qeelin 제품으로, 가격도 5만 달러나 되기 때문이다. 키린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케어링(전신은 PPR)이 소유한 아시아 주얼리 회사다.

필자의 행운은 홍콩에 위치한 키린의 고급 부티크 소파에서 계속 이어졌다. 키린의 공동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니스 찬Dennis Chan은 내게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만든 판다 모양의 액세서리(6만 달러)-이 판다의 연결 부분은 돌리거나 움직일 수 있다-와 비틀어 열면 그 안에 꽃이 장식된 연꽃 반지(4만 3,000달러)와 그 밖에 아시아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 갖가지 주얼리를 착용해볼 기회를 줬다. 키린-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 이름에서 따왔다은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 19개 매장을 두고, 이제 케어링의 도움으로 아시아에 기반을 둔 최초의 명품 주얼리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케이티 페리 Katy Perry나 케이트 윈슬렛 Kate Winslet 같은 유명 스타들도 이미 키린의 팬이다. 키린은 정교함과 투박함 사이를 넘나들고, 가격도 440달러의 작은 펜던트부터 60만 달러의 주문제작 상품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2012년 매출 134억에 달하는 케어링-아시아 부호들을 공략하기 시작한 구찌 Gucci, 생 로랑 Saint Laurent 및 보테가 베네타 Bottega Veneta 등 유서 깊은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같은 기업이 왜 설립된 지 10년밖에 안 된 신생업체를 인수하려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더욱이 키린은 유럽 장인들만 명품을 만드는 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한 한 가지 답은 ‘이미 주도권을 빼앗겨 버린 지역에서 차라리 그 지역의 최고 브랜드를 인수하겠다’는 케어링의 전략에 키린이 딱 들어맞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중국 부호들이 점차 수출품보다는 자국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케어링의 CEO 겸 회장 프랑수와 앙리 피노 Francois-Henri Pinault의 신념 때문이다.

피노는 “키린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키린은 기술적으로도 매우 깐깐하고, 디자인도 멋지다. 여기에 중국이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따라서 중국 브랜드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면 충분히 베팅해 볼 만하다.”

이런 시도를 하는 회사가 케어링이 처음은 아니다. 케어링이 키린 지분의 대부분을 매입하기 전인 지난 10년간, 의도는 좋았으나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사례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1998년 리치몬트 Richmont가 아시아풍의 의류를 판매하는 상하이 탕 Shanghai Tang이라는 홍콩기업을 인수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에르메스 Hermes가 공동 창립한 중국 브랜드 상 시아 Shang Xia를 포함해 몇 개의 기업이 있지만 해외는 고사하고 중국에서도 그렇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틈새기업에 머물렀다.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약 4,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케어링에서 키린이 차지하는 비율은 낮다. 그러나 키린 인수는 케어링이 중국 명품 브랜드를 키우기 위한 경쟁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동 창립자인 찬은 도전할 준비가 되어있다. 주얼리 산업에 뛰어들기 전 타이완에서 공중 전화부스를 만들고, 롱포드 Longford 라는 회사를 설립한 유명 산업디자이너 찬은 그의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은 진정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키린이 더 진정성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다”며 “키린은 아시아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과 품질,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찬은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 출신이고, 공동 창립자인 기욤 브로샤르 Guillaume Brochard도 프랑스 출신으로 상하이에 거주한다. 그러나 이들의 컬렉션은 중국 문화와 깊이 연관돼 있다. 지난 2004년 열렸던 키린의 첫 컬렉션은 고비 Gobi 사막 중심부에 있는 둔황 DunHuang을 여행하면서 영감을 얻었다. 고비 사막의 수천 년 된 동굴화에는 장신구를 한 부처와 사람들이 등장한다.

서양인들에게 키린 제품은 화려하고 재미있으며, 심지어 유치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아시아 사람에게 이 제품들은 중요하고도 때론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종은 악령으로부터 갓난아기를 보호한다고 해 선물로 흔히 주고받았고, 장수 자물쇠(longevity lock)도 ‘꿈은 이뤄진다’는 상징성과 안전을 의미해 자주 회자된다. 찬은 “일부 패션 디자이너들은 용 디자인 등 중국에서 단지 모티브만 얻어 패션에 접목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에게는 장난에 불과하다.”

키린에는 로봇처럼 중국과 전혀 상관없는 현대적 디자인도 있다. 찬은 “현대 중국에서 어떤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명나라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현재 키린 매장 19개 중 9개는 중국 본토에 있고, 나머지는 홍콩, 유럽, 도쿄 및 싱가포르에 있다. 키린을 인수한 이후 문을 연 매장은 6곳이다.

유럽에서는 명품 백화점 셀프리지스 Selfridges와 쇼핑 타운 콜레트 Colette에 케어링 부티크가 있고 단독 매장도 있다. 고객 중 15%는 중국인이고 나머지는 유럽, 중동 및 러시아인이다. 따라서 6만 4,000달러 혹은 64만 달러 가치가 있을지 모르는 중요한 질문은 아시아에서 버킨 Birkin 백이 큰 인기를 끌 듯, 키린도 서양인들의 사랑을 받아 중국 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나 매킨지 McKinsey의 중국 담당자 유벌 애츠먼 Yuval Atsmon은 현재 키린의 목표는 우선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파리나 런던에 진출하는 이유는 중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만약 샹젤리제 Champs-Elysees를 여행하는 중국 여행객이 샤넬 옆에 중국 브랜드가 진열된 것을 보면 매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2013년 1월 마무리 된 키린 인수는 중국 성장이 둔화하고, 시진핑 정부가 정치인들의 고가 선물 관행을 단속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최근 베이징 인타이 센터 Yintai Center의 파크 하얏트 Park Hyatt 호텔 인근에 위치한 키린 매장을 들렀을 때, 매장이 텅텅 비어 있는 것을 봤다. 한 여성 점원은 손님들이 많이 오냐고 묻자 “전혀 바쁘지 않다”고 답했다.

판매 부진은 중국 명품 매장이 모두 겪는 문제다. 유럽 투자회사 엑산 BNP 파리바Exane BNP Paribas의 이사인 루카 솔카 Luca Solca에 따르면 중국에서 고급 시계 판매율이 두 자릿수나 하락했다. 케어링의 가장 중요한 브랜드인 구찌는 2013년 3분기에 판매율이 단 0.6% 오르는 데 그쳤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앞서 말했던 선물 단속 때문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이제 신흥 엘리트층이 상류층의 신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커다란 로고 제품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훨씬 더 차별화된 명품을 원한다. 따라서 구찌는 현재 로고 수를 줄이고, 진짜 엘리트 층만 알아볼 수 있는 핸드백과 여타 최상위 명품 위주로 생산라인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키린 주얼리가 인기를 끌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고급 주얼리 시장이 여전히 매우 세분화 돼 있는 데다, 경기침체에도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솔카는 주얼리 업계가 중국에서만 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컨설팅 업체 베인 Bain과 이탈리아 명품협회 알타감마 Altagamma에 따르면 75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주얼리 업계에서 브랜드 제품은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국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여기에 중국 사람들은 이미 약혼반지 등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본토벨 리서치 Vontobel Research에 따르면 이 덕분에 약혼반지 판매율이 연간 거의 24%씩 성장하고 있다.

또한 부상하는 문화는 스스로 표현하고 싶어하는 심리적인 요소가 있다. 중국 문화처럼 강력하고 유서 깊은 경우 더욱 그렇다. 오늘날 ‘사치’란 서구에서 만든 최고 제품을 구매할 여력이 있느냐에 대한 것이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앞으로 문화 수출이 반대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솔카는 “키린 인수는 콜 옵션 call option *역주: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과 같다. 소비자들이 5년 내지 10년 후 어떤 제품을 선호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시아 브랜드에 살짝 노출돼 보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은 과연 판다 펜던트를 원할까? 만약 그렇다면 케어링은 준비가 돼 있다.

“일부 패션 디자이너들은 용 디자인 등 중국에서 단지 모티브만 얻어 패션에 접목한다. 그러나 중국 사람에게는 장난에 불과하다.”
-키린의 공동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데니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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