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 미국과 G2 중국이 경제 정책의 큰 틀을 바꾸려 한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고, 중국은 생산중심에서 소비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은 두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세계 경제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2R’로 대표되는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생산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과 중국의 ‘구조 개혁(Reformation)’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핵심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번 것의 5%도 저축하지 않고 소비하던 미국이 제조대국으로 돌아서려 하고, 번 것의 50%를 저축하고 투자하던 제조대국 중국이 소비대국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세계 역사는 결국 G1과 G2, 강대국의 역사에 따라 달라졌다. 금융위기 이후 6년간 G20이 모여서 열심히 회의를 했다. 회의하고 사진만 찍었지 별 성과는 없었다. 결국 G1과 G2 따라하기에 다름 아니었다. 최근 금융위기 6년간 전 세계가 보인 행태는 결국 정책공조라는 이름으로 ‘G1 베끼기’를 한 것이었다.
미국 투자은행들이 신흥시장에 대해 BRICs네, VISTA네, MINT네 하고 신흥국을 비행기 태우고, 바람 넣었다. 장삿속이었다. 미국이 금융위기 수습의 마무리 단계로 통화방출을 줄이는 테이퍼링 Tapering을 시작하자 이들은 한 방에 갔다.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 브라질의 소위 연약한 ‘F5(Fragile5)’국가들은 바로 금융위기에 빠졌다. BRICs국가 중 세계최대 외환보유국인 G2 중국과 석유를 팔아 떼돈 번 러시아만 살아 남았다.
G1과 G2의 변화를 잘 살펴봐야 한다. 그곳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핵심 트렌드가 있다. 오바마 2기 정부 들어 미국이 내세운 것은 ‘Remaking America’였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금융과 서비스를 중시하는 정책을 쓰자 제조업이 해외로 나가는 (Off-Shoring) 상황이 벌어졌고, 그 결과 무역과 재정 쌍둥이 적자 문제와 고용문제가 발생했다.
오바마는 2기 정부를 시작하면서 도드-프랭크법 제정을 통해 월스트리트의 탐욕에 제약을 가하고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었다. 금융억제, 제조업 부활이었다. 수출 부활로 무역흑자를 만들고 이를 위해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는 정책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셰일가스를 이용해 에너지비용을 줄여 ‘메이드인 USA’를 부활시키는 리쇼어링이 시작되었다. 작년부터 미국 제조업체들이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철수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리쇼어링이 확산되고 있다. 포드사는 160억 달러를 투자해 멕시코의 트럭 생산라인을 2015년까지 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제너럴 모터스(GM)사는 2억4,000만 달러를 투입해 미국 테네시 주 생산 공장을 재가동한다. 구글은 실리콘밸리에 구글 글래스 제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애플은 1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 내 매킨토시 PC 생산라인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 맥 미니를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의 새로운 제조업 부활은 시장을 필요로 한다. 1947년 GATT체제 출범 이후 미국은 자유무역을 통해 미국제품의 수출을 확대하고 G2국가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1995년에 도입한 WTO를 통해 소련을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중국이 어부지리로 G2로 등장했다. WTO체제를 통한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는 제조업이 사라진 미국이 아니라 제조업에 강한 중국이 되어버린 것이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신화의 재현을 위해서는 미국 상품을 팔 소비시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비시장의 필요성으로 등장한 것이 태평양과 대서양에서의 TPP(환태평양동반자협정)와 TTIP(환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이다. 이는 WTO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만들려는 시도인 동시에 G2 중국의 붕괴를 노린 것이다. 이번 미국의 TPP와 TTIP 동맹국에는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이 배제되어 있다. 바로 미국의 BRICs 고립화 전략인 것이다. 셰일가스로 인한 낮은 원가와 로보트, 3D프린터 그리고 빅데이터가 미국 제조업 부활의 비밀병기다. 그러나 높은 세율, 달러 환율의 변동성, 그리고 무엇보다 제조업이 없어지는 바람에 30년간 키우지 못한 숙련노동자 문제가 미국 리쇼어링의 장애요인이다.
G2 중국도 변했다. 시진핑 정부 들어 중국은 ‘GDP 영웅은 죽었다’는 표현으로 생산중심에서 소비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새로운 시진핑 정부는 경제성장률 목표를 전임 후진타오 정부의 10%대 성장에서 7%대 성장으로 낮추었다.
성장률을 3%p나 낮춘 것이다. 이는 시진핑 정부의 전략이 후진타오 정부와 다르기 때문이다. 등소평은 선부론(先富論)으로 부자를 만들었지만, 시진핑은 분배론(分配論)으로 중산층을 만들 작정이다. 등소평은 개혁으로 성장을 만들었지만 시진핑은 분배가 발전을 만든다고 믿고 있다.
중국이 더 이상 GDP에 목매는 성장을 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이렇다. 역대 G2 자리에 오른 국가 중 G2였을 때 7%대 성장을 한 나라는 없었다. 미국 경제규모의 55%, 세계경제의 13%를 차지하는 대국이 7%대 성장을 하는 것은 역사 이래 없던 일이다. 7%대 성장을 10년 지속하면 GDP가 두 배가 되고 미국의 경제성장률만큼 매년 2~3%씩 위안화 절상을 하면 10년 뒤 중국의 GDP가 미국을 뛰어넘는다.
중국의 구조개혁은 제조업과 국유기업의 구조조정 그리고 이를 통한 분배구조 조정이 핵심이다. 중국은 2013년부터 대대적인 제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 2012년 GDP의 48%를 차지했던 제조업 비중을 2013년에는 41%대로 낮추었다. 대신 서비스업이 47%로 주력산업으로 등장했다. 2013년 4분기에는 서비스업종 성장률 12%로 제조업 성장률 7%를 훌쩍 뛰어넘으며 중국 GDP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두 가지 ‘R’이 주목받고 있다. 리쇼어링과 구조개혁을 하는 G1과 G2 두 거인의 어깨 위에 어떻게 올라가 변화의 흐름을 탈 것인가가 G15인 한국의 숙제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