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전에도 줄곧 멕시코를 차세대 경제 대국으로 지목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될 전망이다.
By Jen Wieczner
작년 이맘때 투자자들이 멕시코로 몰려들었다. 야심 찬 개혁 방안을 내세운 새로운 대통령이 집권한 직후였다. 그리고 스페인계 은행 산탄데르 Santander가 자회사를 40억 달러에 상장하면서 멕시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식공개상장이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정부의 말대로 됐다면 멕시코는 지난해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어야 한다. 하지만 신정부는 재정지출에 과감하지 못했고, 2013년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기대치에 훨씬 밑도는 1%에 그쳤다. 12월이 되면서 주가는 4% 하락했고, 다수의 투자자들은 희망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모건 스탠리 자산관리 부서의 최고 투자전략가 데이비드 다스트 David Darst는 “투자자들은 멕시코의 기회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다스트는 지난 2년 중 상당 기간 멕시코에 머물면서 이 나라의 잠재력을 연구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했던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 2013년에 찾아오지 않은 호황기가 올해 도래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1년 전 멕시코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이 속지 않겠다며 신중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해 장밋빛 전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단지 덜 무르익었을 뿐임을 뒷받침하는 사실이 많다. 최근 멕시코는 법률개정을 통해 통신 및 에너지 인프라(이쪽에 좀 더 치중된 면이 있다)뿐만 아니라, 세제 및 교육 체계의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멕시코 중산층의 성장세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템플턴 이머징 마켓 그룹 Templeton Emerging Market Group의 회장이자 전설적인 투자자 마크 모비우스 Mark Mobius는 멕시코의 이런 개혁이 소비재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결코 말을 돌려서 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멕시코에 훌륭한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며 그 미래의 한 부분이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멕시코를 투자처로 생각해보면, 1년 전에 비해 다양한 측면에서 상황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 신흥시장 중 미국의 성장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국가가 바로 멕시코다. 지금까지 미국은 멕시코의 최대 수출상대국이다. 또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역적자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미 연준위의 ‘축소정책 (tapering)’이 예상대로 시행된다고 해도 잃을 것이 적다. 17억 달러 규모의 손버그 디벨로핑 월드 펀드Thornburg Developing World Fund를 운용하는 루이스 코프먼은 “개혁은 멕시코를 향후 5년간 더 활기찬 나라로 만드는 데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이 펀드의 추종 지수는 4% 하락했지만, 12월 중순까지 약 13%의 총 투자수익을 올렸다.
크리스마스 몇 주 전, 멕시코 의회는 정부관리 석유매장고를 민간기업에 개방할 수 있도록 하는 역사적인 헌법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에너지 개혁을 위해서는 올해 더 많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과정만으로도 낙관적인 투자자들의 희망을 뛰어 넘기에 충분하며, 멕시코에 곧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믿음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다. 다스트는 석유관련 개혁이 “항상 가장 높은 장애물이었다”고 말한다. 다스트가 최고로 꼽는 멕시코 최대 석유화학기업 알펙 Alpek은 이런 정책변화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에 틀림없다.
EP 라틴 아메리카 펀드 EP Latin America Fund의 릭 호스 Rick Hoss는 멕시코의 개혁이 완료된 후 성장할 기업들을 선호한다. 예를 들면, 지난해 상장한 천연가스 파이프 기업 인프래스 트룩투라 에네제티카 노바 Infraestructura Energetica Nova나, 멕시코 내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앨시Alsea 같은 회사가 있다. 호스의 펀드는 2013년 모닝스타 Morningstar의 펀드 순위에서 같은 그룹 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현재 해당 펀드의 2,000만 달러 규모 포트폴리오 중 56%가 멕시코에 속해 있다. 지난해 6월 국경 남쪽에 다녀온 후 ‘추종 지수 (Index benchmark)’를 두 배로 높인 것이다(펀드를 첫 조성한 2011년 당시에는 80%가 브라질에 편입돼 있었다).
광범위한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신흥 시장투자 전략으로는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하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멕시코의 경우 이런 전략이 쉽지 않다. 멕시코에서는 지수를 따르는 상장지수펀드 ETF가 전통적인 우량주들에 밀려 힘을 못 쓰고 있다. 문제는 이런 우량주들이 반독점 개혁의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미래가 불투명 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모빌 America Movil과 텔레비자 Televisa는 경쟁 활성화를 위한 멕시코 통신 개혁의 주요 타깃이다.
그런데 이 두 기업이 아이셰어MSCI 멕시코 캡트 상장지수펀드 (iShares MSCI Mexico Capped ETF)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적정 주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멕시코 유일의 증권거래소(Bolsa Mexicana de Valores)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기업이 상장돼 있는데, 이 기업들의 주가가 지난해 11월 수익의 평균 20배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는 S&P 500 지수의 주가이익비율(P/E Ratio)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자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한다. 미래 수익 예측(P/E 배수 평균 17.5를 적용)에 기반한 밸류에이션이 6개월 전에 비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T. 로 프라이스 T.Rowe Price의 멕시코 출신 자산평가사 폴리나 아미에바 Paulina Amieva는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증거가 이미 나타났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멕시코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며 다른 신흥시장과 구별된다”고 말한다. 몇몇 투자자들은 멕시코 시장이 국경 북쪽과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손버그의 코프먼은 미국에 본사를 둔 퍼스트 캐시 파이낸셜 서비스 First Cash Financial Services를 선호한다. 이 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은 멕시코의 전당포에서 나오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다스트는 미국의 석유업체인 핼리버턴 Halliburton 이나 슐룸버거 Schlumberger도 멕시코의 에너지 개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미국 성장세의 긍정적 여파로 멕시코 현지 주택시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스트는 멕시코를 “또 하나의 아시아”라고 부르면서, 주택 건축기업 시멕스 Cemex나 부동산 기업 매쿼리 멕시칸 REIT Macquarie Mexican REIT 등이 성장가도를 달릴 것이라 예상한다. 멕시코의 투자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9월 S&P 캐피털 IQ는 멕시코 시티에 새 지사를 세웠다. 이 지사를 이끄는 후안 카를로스 페레즈 마시아스 Juan Carlos Perez Macias는 “지금은 멕시코의 시대이므로 수년간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몇 개월 뒤 그 진위가 드러날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멕시코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며 다른 신흥 시장과 구별된다.”
- T. 로 프라이스의 폴리나 아미에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