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리그 Keurig가 집에서 만드는 음료의 일대 혁신을 위해 실험실에서 극비 기술을 들고 나왔다.
By Beth Kowitt
코카콜라 임원이었던 브라이언 켈리 Brian Kelley 그린 마운틴 커피 로스터스 CEO는 다이어트 콜라를 매우 좋아한다.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회사가 만든 포드 pod *역주: 천연 펄프에 담긴 커피 원두 전용 큐리그를 이용한다. 그러나 그는 오전 10시부터 다이어트 콜라만 입에 대고, 커피는 더 이상 마시지 않는다.
만약 켈리의 계획이 잘 추진되면, 내년쯤 그는 캔 음료 대신 그의 회사가 제작한 전자제품으로 탄산음료를 만들어 마실 수 있을 전망이다. 버몬트 Vermont에 위치한 그린 마운틴 Green Mountain-곧 큐리그 그린 마운틴으로 이름을 바꿀 예정이다-은 새로운 전자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켈리는 큐리그가 뜨거운 음료를 만들 듯, ‘간헐천 (Geyser)’ *역주: 뜨거운 암석층의 영향으로 증기의 압력에 의해 지하수가 지면 위로 솟아오르는 온천이라는 코드명을 쓰는 이 제품이 차가운 음료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인들이 마시는 하루 평균 7.5잔의 음료뿐만 아니라, 액체로 된 모든 것을 만들겠다는 그린 마운틴의 야심 찬 계획의 일환이다. 시작은 지난해 9월 체결된 캠벨 수프 Campbell Soup와의 파트너십이었다. 켈리는 “우리는 어디에서나 큐리그가 필요하길 바라고 어떤 상황에도 어울리는 음료를 만들길 원한다”며“그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핵심은 그린 마운틴의 동명 커피제품이 아니라 기술에 있다. 소비재 회사가 실험실로 후퇴해 이른 실패를 경험하고, 최대한 여러 가지 기술을 결집해 골무 모양의 작은 주머니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렇게 이 회사는 기업 가치를 재구축했다. 미 동부연안이나 중서부 지역의 동종 업계가 아닌 실리콘밸리의 신생 소프트웨어 기업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2012년부터 회사에 합류한 켈리는 “우리는 큐리그와 함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향후 10년 동안 어떻게 다섯 번, 여섯 번 혹은 일곱 번 이상 이 같은 발전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린 마운틴 경영진은 전자제품과 1회용 포드, 그리고 제조과정까지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믿는다. 음료 부문 R&D 수석 부사장톰 노박 Tom Novak은 이를 전자레인지 제조업체가 냉동식품까지 확장하는 것에 비유했다.
“전자레인지 회사가 더 좋은 냉동식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그린 마운틴은 ‘수직통합 (vertically integrated)’ *역주: 원료 기업이 말단제품 분야까지 생산영역을 넓히는 것을 추구한다. 그린 마운틴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만든다. 그러나 자사 커피만 이용할 수 있는 스타벅스의 베리스모 Verismo나 네스프레소 Nespresso의 에스프레소 머신과 달리 그린 마운틴은 오픈 소스 운영 시스템을 채택한다. 커피업계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린 마운틴에서 나온 제품뿐만 아니라 21개 파트너사 제품 역시 큐리그를 이용해서 내릴 수 있다. 파트너 수는 점점 늘고 있다. 경영진은 “큐리그로 뉴먼스 오운 Newman‘s Own, 카리부 Caribou, 셀레셜 시즈닝스 Celestial Seasonings, 스타벅스 등 다양한 제품을 이용할 수 있어 1,500만 이상의 가정에서 사랑받는 제품이 됐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단순하게 만드는 데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린 마운틴이 2006년 인수한 큐리그는 케이컵K-Cup 캡슐 *역주: 커피가 들어있는 작은 컵 모양 캡슐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간단하게 이용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1분도 안돼 커피가 완성된다. 단순함은 이 회사에 매우 중요하다. 그린 마운틴은 하드웨어로 대략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포드로 수익을 창출한다. 2013회계연도의 총 매출 44억 달러에서 포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73%였다.
기계 사용이 쉬워질수록 더 많은 포드가 판매될 것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케빈 설리번 Kevin Sullivan은 커피 머신을 수차례 테스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기기 자체가 아니라 기기가 작동할 때만 수익이 생긴다면 게임의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나 완전히 폐쇄적인 부분도 하나 있다.
바로 제품의 맛이다. 케이컵의 일괄관리 방식 덕분에 소비자들은 매번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켈리는 “소비자들이 각각 자기 방식대로 커피를 만들면 매번 완벽하게 맛을 재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린 마운틴은 커피 맛을 철저히 제한함으로써, 품질관리를 우려하는 파트너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 설리번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스타벅스를 제품라인에 포함하기 위해 직접 스타벅스와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서야 그린 마운틴은 스타벅스가 요구하는 품질 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케이컵의 커피량을 50% 늘리는 혁신을 달성한 후 매사추세츠 벌링턴 Burlington에 있는 회의실 하나를 ‘긴 원통형 필터 (Long Fluted Filter)’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린 마운틴은 5년 전부터 ‘간헐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소비자들이 차가운 음료를 만드는 기기를 구입할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기기는 별도의 제품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그러나 켈리는 곧 하나의 기기로 뜨거운 음료와 차가운 음료를 모두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이유식도 만들 수 있는 소위 ‘특별 제품 (specialty system)’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완전히 다른 기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주방이 아닌 여러 곳에 두고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린 마운틴은 뜨거운 음료용 큐리그 전용 수프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닭고기 면을 만들었던 기기에 커피를 만들기 꺼려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커피 머신을 완전히 씻어낼 수 있는 세척 컵이나 회전 세척이 될 것이다.
엔지니어들은 그린 마운틴 벌링턴 사무실에서 극비리에 ‘간헐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곳에서 커피 머신 및 캡슐 기술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이뤄진다. 이들은 또한 차세대 큐리그 커피 머신도 개발하고 있다. 이 기기는 독점기술 뚜껑을 덮은 포드로만 이용할 수 있다. 이 진보된 기술은 승인된 음료를 구분할 뿐 아니라, 승인되지 않은 포드-현재 큐리그로 내리는 제품 중 12%를 차지한다-까지 걸러낸다.
켈리와 설리번은 대부분의 과정이 회사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왔다. 포드가 습도, 열, 추위 및 산소를 얼마만큼 버텨낼 수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도 회사에서 이뤄졌다. 직원들은 또한 캡슐 및 기기 생산을 위한 시험용 제조라인을 구축했다. 그뿐만 아니라 ‘10대 소년 (teenage boy)’이라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설리번은 “술은 우리 기기로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기기에 금붕어를 키우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니다.”
북서부로 3시간 떨어진 버몬트 워터 베리센터 Waterbury Center라는 곳에 그린 마운틴 음료부분 연구소가 있다. 여기에서 식품학자들은 캡슐에 들어가는 원료를 연구한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커피 머신으로 전에는 만들지 못했던 음료까지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심한다. 큐리그는 포드에 바늘로 구멍을 내서 물을 통과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커피에는 이 방식이 가능하지만, 코코아 같은 경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처음 코코아는 바늘을 막히게 했고, 입자가 너무 굵어 포드를 빠져 나오기도 힘들었다. 해결책은 오직 레이저로만 측정 가능한 입자 모양과 크기에 있었다. 수석 상품개발 담당 과학자인 루시 로이 Lucie Roy는 코코아를 만들고 난 후 빈 케이컵 내부를 자랑스레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녀는 “정말 훌륭한 컵이죠?”라고 반문했다. 다른 케이컵에는 음료를 내리고 난 후 커피 찌꺼기나 찻잎, 과일 잔여물이 남아 있었다.
워터베리의 식품과학자들은 ‘간헐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이 기기는 탄산음료용이지만, 탄산수 제조기와는 달리 탄소 탱크가 없다. 출원된 관련 특허를 보면 차가운 음료는 포드에 들어 있는 과립제로 탄산화 할 수 있다. 이 과립제에는 탄소 같은 ‘흡착 가스 (absorbed gas)’가 포함돼 있는데 물이 닿는 순간 밖으로 배출된다. 간헐천 시스템 역시 맛과 탄소의 양과 모두 동일하다. 큐리그처럼 간헐천도 정확성을 추구하면서 제품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싶은 파트너사들에 어필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린 마운틴의 최신 제품을 직접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 제품이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캐너코드 제누이티 Canaccord Genuity의 애널리스트 스콧 반 윙클 Scott Van Winkle은 “언제나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제품 개발이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린 마운틴의 신제품이 항상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케이컵이 아닌 포드만 이용하는 그린 마운틴의 뷰 Vue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린 마운틴은 2인자 위치에 익숙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그린라이트 캐피털 Greenlight Capital의 데이비드 아인혼 David Einhorn으로부터 공매도 공세를 당하고,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현재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최고혁신책임자 케빈 하틀리Kevin Hartley는 그린 마운틴이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회사 직원 대부분이 큐리그 사업을 그다지 환영하지 않았다.” 물론 당시는 큐리그의 매출이 3,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기기 자체가 아니라 기기가 작동할 때만 수익이 생긴다면 게임의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린 마운틴 최고기술책임자 케빈 설리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