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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화학기술이 창조적 강소기업 키운다 ③

강소기업이란 규모는 작지만 특정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말한다. 이 같은 강소기업의 육성 없이는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화학연구원이 첨단화학기술의 이전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강소기업 도약을 위한 특급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총 3회에 걸쳐 국내 강소기업 육성의 토대가 된 화학연의 우수 연구 성과와 기술이전 성공사례를 살펴보고, 창조적 국가 발전의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5] 중소제약사를 위한 신약 플랫폼

글로벌 신약 하나를 개발하면 자동차 300만대를 수출한 것과 동일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10여년 이상의 시간과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필요하다. 물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주목받는 게 신약플랫폼 기술이다.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물성과 독성 등을 정밀 분석·평가함으로써 임상과 전임상 단계에서의 실패 가능성을 줄여주는 기술을 뜻한다.

한마디로 신약 후보물질 중 될성부른 떡잎을 선별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한국화학연구원이 다국적 제약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약 개발 인프라가 취약한 국내 중소제약사를 대상으로 지난 5년간 신약 후보물질들의 원스톱 평가지원을 수행해오고 있다.

배명애 화학연 신약플랫폼기술팀 박사에 따르면 평가 지원은 크게 물성·독성·약동력학·화학설계 등이 제공된다. 물성 평가를 통해 후보물질의 용해도·이온화도·막투과도 등 고유 특성을 확인하고 독성 평가에서 심장·간 등 인체 주요 장기에 가해질 수 있는 위해성이나 유전적 변이 유발 여부가 분석된다. 또 후보물질이 체내에 투입된 뒤의 흡수, 약리, 체외 배출기전 등을 파악하는 약동력학적 평가가 수행된다.

배 박사는 “통계적으로 약 1만개의 화합물 중 50여개가 신약 후보물질이 되고 이들 중 1~2개가 신약으로 개발된다”며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 안전성, 약효 지속성 등을 파악하는 것은 신약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신약기술플랫폼기술팀은 중소제약사·바이오벤처 등 80개사 이상의 신약개발 기업에 1만4,000여건의 후보물질 약물성 평가 자료를 제공했다. 배 박사는 “약물성이 검증된 후보물질들은 각 기업과 시장 상황에 맞춰 신약으로의 개발이 이뤄진다”며 “이미 몇몇 기업이 전임상시험을 거쳐 임상1상에 돌입하는 등 국내 글로벌 신약 개발 역량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배 박사팀은 신약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뼈의 형성을 촉진하고, 흡수는 억제하는 ‘타즈(TAZ)’ 단백질을 제어하는 방식의 골다공증 표적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이 후보물질은 소실된 뼈를 정상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등 기술적 혁신성에서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풍제약과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한 연구팀은 올 8월께 전임상시험을 완료한 뒤 오는 2018년까지 새로운 골다공증 치료제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현재 국내에서는 최초로 영장류와 같은 실험동물 대신 어류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한 독성실험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배 박사는 “제브라피시는 인간과 약 80% 이상 장기구조가 일치해 실험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면서 “다국적 제약사들 역시 이미 제브라피시로 간과 심장에 대한 독성 약효를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새로운 질환 타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유망 중소제약사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6] 히든챔피언 육성 프로그램

우리나라 화학산업은 지난 2011년 기준 생산규모 1,387억달러, 무역흑자 188억달러를 기록한 국가 주력산업이다. 하지만 전체 화학업체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수익성이 정체되면서 중장기적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인적·물적 한계에 따른 연구개발 역량 부족과 기술경쟁력의 비교열위를 그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이런 가운데 한국화학연구원이 최근 들어 본격 추진중인 ‘중소기업 연구역량 강화 사업’이 눈에 띄는 성과들을 잇달아 창출해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화학분야 중소기업들의 부설연구소를 화학연 원내에 직접 입주시키는 데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화학연의 우수한 연구인력과 첨단 연구 인프라를 제공하고 37년간 쌓아온 연구개발 노하우를 전수해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입주기업들에게는 연구과제 기획, 연구개발 자금 지원, 공동 연구, 시험·연구 장비와 시제품 생산시설 활용, 기술이전·사업화 추진 등에서 전방위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기업별 맞춤화된 지원을 위한 전담 멘토도 지정된다.

지금까지 도출된 가장 대표적 우수사례는 화학연 연구원 출신의 진승민 박사가 창업한 아이에스엠아이엔씨. 이 회사의 주력 아이템은 분광응용기술을 활용한 혈관탐지장치와 단색화 장치다. 이중 적외선을 이용해 혈관을 쉽게 찾아주는 혈관탐지장치는 기존 수입제품 대비 성능상의 우위를 바탕으로 성형외과·피부과·한의원 등은 물론 하지정맥 진단에도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광대역 필터를 통해 빛의 파장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단색화 장치 역시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을 배가해 연간 9조원대에 달하는 디스플레이·반도체 검사 등의 분야에서 약진이 기대되고 있다.

진승민 대표는 “단색화 장치는 이미 양산에 돌입했고 혈관탐지장치의 경우 금명간 시제품을 출시해 현장 수요조사와 의료기기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화학연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지속적인 성능 고도화를 모색함으로써 연간 20조원으로 추정되는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기 안산에 있는 온실가스 자원화 전문기업 부흥산업사도 화학연에 부설연구소를 설치하고 이전 받은 이산화탄소(CO₂) 전환촉매기술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술은 CO₂를 포집한 후 촉매를 활용해 일산화탄소(CO)로 전환한 뒤 자동차·모니터·휴대폰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 합성수지의 원료인 디메틸카보네이트(DMC)로 전환하여 재사용함으로써 CO₂ 배출저감을 꾀할 수 있다.

김재현 화학연 원장은 “사업시행 전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대상 중소기업의 91%가 적극적인 입주 의사를 밝힌 바 있다”며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화학 강소기업 30개사를 육성해 5,000억원의 매출과 5,000명 이상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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