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레이싱 대회의 새 역사가 시작되는 해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역대 최초로 100% 순수 전기자동차들만을 위한 ‘포뮬러 E’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포뮬러 E는 포뮬러1(F1)의 무공해 버전으로, 전기자동차 기술 고도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향후에는 FIA가 정한 기술사양을 충족하는 순수 전기차라면 모두 출전이 가능해지지만 이번 첫 시즌의 경우 10개 참가팀 모두 스파크 르노의 SRT_01E 머신을 가지고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르노의 감독 하에 프랑스의 스파크 레이싱 테크놀로지가 총 42대를 생산하게 되는데 F1의 핵심 협력사인 달라라(차대)와 윌리엄스(배터리), 맥라렌(동력전달장치, 전자장비)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았다. 올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첫 경기에서 SRT_01E는 전기자동차의 진정한 능력을 만천하에 보여줄 것이다.
A 저소음
F1 머신은 고속주행 시 약 130㏈의 소음을 낸다. 반면 SRT_01E는 일반 자동차보다 조금 높은 80㏈에 불과하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엔진음은 전혀 없으며 소음의 원천은 타이어, 변속기, 공기에 의한 차체 진동뿐이다. 어쩌면 FIA는 피트인을 할 때 정비요원들이 차량 진입을 인지할 수 있도록 인공 소음 발생을 의무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B 동력전달장치
맥라렌의 P1 하이브리드 슈퍼카에 쓰인 것과 동일한 전동발전유닛(MGU) 2기가 6단 변속기에 연결돼 뒷바퀴를 구동한다. 내연기관 엔진은 매번 레이스를 마칠 때마다 전면적인 재조립이 필요하지만 MGU는 2년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C 푸시 투 패스
레이스 도중 모터 출력은 최대 180제동마력으로 제한된다.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레이싱의 흥미와 긴장감 향상을 위해 한 번에 몇 초 동안 최대 270제동마력까지 출력을 높이는 게 허용된다. 이른바 ‘푸시 투 패스(Push to Pass)’ 정책이다.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코너링 또는 직선트랙에서 경쟁자를 손쉽게 추월할 수 있다.
D 타이어
포뮬러 E는 전천후 타이어를 사용하는 최초의 1인용 레이싱 대회다. 미쉐린의 포뮬러 E 전용 타이어는 지면과의 접지면이 마른 도로와 젖은 도로 모두에 대응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직경은 18인치(45.7㎝)로 작은 타이어에 비해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더 빠른 속도로, 더 오래 주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타이어인 셈이다.
E 피트인
각 출전팀은 총 4대의 머신을 보유한다. 그런데 시속 240㎞로 주행 시 배터리가 30분만에 방전되고, 배터리만 교체할 수도 없어 1시간의 레이스를 치르려면 머신의 교체가 불가피하다. 다만 세이프티카는 퀄컴의 ‘헤일로(Halo)’ 무선충전기술을 활용해 배터리가 충전될 예정인데, 두 번째 시즌부터는 머신의 배터리도 이 기술로 충전된다.
재생 에너지 저장 시스템 (RESS)
SRT_01E 머신에는 제동 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 200㎾급 배터리에 충전하는 RESS가 채용돼 있다. 제동 시의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바꿔서 엔진 출력 향상을 꾀하는 F1 머신의 에너지저장시스템(ERS)와 유사한 메커니즘이다. FIA는 RESS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피트인 (pit in) 레이싱카가 수리와 점검, 타이어 교환 등을 위해 경기 중 지정된 정비장소(피트)로 들어오는 것.
제동마력 (brake horsepower, bhp) 내연기관, 전기모터 같은 엔진의 출력에서 동력전달장치의 구동에 사용되거나 마찰력 등에 의해 손실된 출력을 제외한 실제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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