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시인은 노래했다. 시인의 깊은 뜻을 모두 헤아리긴 어렵지만 범인들이라고 왜 모르랴. 봄이 찬란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글 ·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도움말 민진희 자이요가(jaiyoga.co.kr) 원장
봄은 오묘한 계절이다. 겨우내 잠들었던 만물은 꿈틀대건만, 사무실에 앉아 있는 직원들은 꾸벅꾸벅 고갯짓을 한다. 몸은 근질근질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싶지만, 마음 한편에선 의욕이 저하되고 짜증만 난다. 전형적인 춘곤증 증상이다.
춘곤증은 신체가 계절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겨울 동안 활동을 줄였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이 봄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생기는 일종의 피로 증세다. 일상과 업무에 쉽게 지치고 쉽게 짜증이 난다.
4월은 스트레스 요인도 많다. 졸업과 입학, 취업 이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다. 회사에선 1분기 성적표가 나온다. 1년 중 4분의 1이나 지났다는 사실은 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겐 큰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꿈과 현실의 거리, 목표와 현황의 차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는 그런 달이다.
‘이만하면 됐지!’ 이쯤 되면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메커니즘이 발동한다. 그리고 중도 포기할만한 이유나 핑계 거리를 찾아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실 그 시점이 바로 과도기인 경우가 많다. 한계선이라 생각하는 지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엄청난 전환과 큰 성장이 찾아올 수 있다. 요가 매트 위에서도 그런 경험을 종종 한다. 한 동작을 배울 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노력을 멈추고 다른 동작으로 넘어가려 한다. 하지만 그 자세에서 호흡을 더 깊게 하고 몸에 의식을 조금 더 두는 노력을 하면 더욱더 깊은 경지를 체험할 수 있다. 우리 일상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 스스로 그어놓은 한계선을 알아차리고, 한발 더 내딛는 연습을 해보자.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는 위로 향한(Urdhva) 활(Dhanura) 자세(Asana)를 뜻한다. 몸의 앞면을 스트레칭하는 동작으로, 춘곤증을 쫓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 적합한 요가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를 하면 신체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온다. 가슴이 확장되며 심장과 폐 주위에 여유 공간이 더 생긴다. 폐활량이 증가하며 신선한 산소가 혈액으로 많이 공급된다. 교감신경계가 자극되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생기와 활력이 생기고 더불어 자신감도 증대된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는 어깨와 골반을 펴주는 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현대인은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어깨가 구부정하고 골반도 움츠려 있다. 이 외에도 하체와 복부의 힘을 길러주고, 팔과 손목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신체적 변화는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 요가에선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본다. 몸 수련을 통해 마음 역시 가다듬을 수 있다. 요가에서 몸의 앞면은 미래, 목표와 관련돼 있다고 본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로 몸 앞면을 열어주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의지와 용기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하는 법
① 등을 바닥에 대고 눕는다. 무릎을 세우고 발은 골반 너비 정도로 벌린다. ② 양손바닥이 귀 옆의 바닥을 누르는 힘을 이용해 골반과 상체를 들어올린다. ③ 몸의 앞면을 활짝 열어준다는 느낌으로 내쉬는 호흡에 상체를 더 들어 올려준다. ④ 3~5호흡을 유지한다. ⑤ 자세를 풀 때는 턱을 쇄골 쪽으로 당기고, 힘을 유지한 상태에서 골반과 등을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는다.
주의 사항이 있다. 손바닥 전체를 바닥으로 밀어내 손목에만 무리한 힘이 실리지 않도록 한다. 하체 힘으로 골반을 안정적으로 받치며 허리와 등을 보호한다. 활 자세가 어렵다면, 누워서 골반과 가슴만 들어 올리거나, 정수리만 바닥을 향해 내려놓아도 좋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아래와 같은 준비 동작으로 몸을 충분히 이완시켜 주어야 한다. 준비 동작 역시 가슴을 열어주는 자세들이다. 초보자는 준비 자세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손목 스트레칭
경직된 손목을 스트레칭 해주는 동작이다. 테이블 포즈를 취한다. 즉, 팔다리가 4개의 기둥을 이루고 등이 상판처럼 펴지도록 엎드린다. 이때 어깨 아래 손바닥, 골반 아래 무릎이 위치하도록 한다. 오른 손목을 바깥쪽으로 180도 회전시키며 손목과 팔 안쪽을 스트레칭 한다. 깊은 호흡을 3~5회 반복한다. 손을 바꿔 반대쪽 손을 풀어준다.
고양이 자세
척추를 마사지 해주는 효과가 있다. 테이블 포즈를 취한다. 날숨에 가슴을 웅크리며 등을 최대한 넓게 확장시킨다. 이때 시선은 복부를 보고 꼬리뼈는 바닥을 향하도록 한다. 척추 마디마디가 펴지는 느낌에 집중한다. 5호흡 정도 유지한다.
가슴과 어깨 열기
가슴 앞면을 열고 겨드랑이와 팔 안쪽을 스트레칭 하는 자세다. 좌식생활로 몸이 움츠려 있는 현대인들의 가슴과 어깨를 열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테이블 포즈를 취한다. 손이 있던 자리에 팔꿈치를 내려 놓는다. 손은 머리 뒤쪽으로 깍지를 낀다. 가슴을 낮추고 손은 올리며 몸 앞쪽이 활짝 열리도록 한다. 5호흡 정도 유지한다.
로우 런지 (Low Lunge)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처럼 어렵지 않으면서도 몸 앞면을 효과적으로 열어주는 자세다. 허벅지 앞쪽과 골반 안쪽 근육(대퇴사두근과 장요근)을 스트레칭 해준다. 왼발을 한 다리 길이만큼 뒤에 놓고, 발끝을 누르며 무릎을 바닥에 내려 놓는다. 상체를 세우고 머리 뒤에서 깍지를 끼어 머리를 받쳐준다. 날숨에 오른쪽 무릎을 좀 더 굽히며 골반을 가라앉혀 골반 깊숙이 스트레칭 한다. 들숨엔 가슴을 들어 올리고, 팔꿈치는 어깨넓이 정도로 벌리고 하늘을 향해 조금씩 더 들어 올리며 가슴을 열어준다. 이때 뒤통수로 손을 밀며 가슴을 더 확장시킨다. 3~5호흡 동안 유지한다.
허리 비틀기
활자세 등을 하고 난 뒤 마무리 동작으로 유용하다. 척추의 피로감을 풀어주고, 중립의 상태로 만들어 준다. 바닥에 두 다리를 펴고 앉는다. 왼쪽 다리를 접어 왼 발바닥을 오른 무릎 옆에 위치시킨다. 오른 팔꿈치를 왼쪽 무릎에, 왼손은 등 뒤쪽 바닥에 둔다. 숨을 마시며 척추를 바르게 세우고, 숨을 내쉬며 배꼽에서부터 가슴, 어깨, 머리 순으로 뒤쪽으로 비틀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