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llan Sloan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Sergio Marchionne 피아트 Fiat 최고경영자는 보기보다 훨씬 큰 야심가이다. 그는 서로 다른 대륙에서 태어난 2개의 작고, 빚에 찌든 자동차 기업을 하나의 효율적인 글로벌 거대 기업으로 통합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는 엄청난 도박이다. 게다가 그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거대한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 피아트는 이에 대한 언급을 거절하고 있다. 최근 4분기 실적과 미래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두 시간 동안의 콘퍼런스 콜에서 단 한 명의 애널리스트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필자가 말하는 리스크는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연금 펀드 적자를 떠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적자 규모가 미국 회계 기준으로 55억 달러에 이른다. 이 금액은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인수를 위해 지급한 49억 달러를 초과한다. 칼럼 아래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겠지만, 연금 적자 규모는 1년 전 89억 달러보다 상당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업계 7위 기업에는 여전히 큰 금액이다.
피아트는 지난 1월 21일, 크라이슬러 은퇴자를 위해 신탁회사가 보유한 크라이슬러 지분 41.5%를 인수하면서 동시에 연금 적자를 떠안았다. 현재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따라서 1970년대 말 이후로 세 번이나 파산위기에 몰렸던 크라이슬러가 다시 한 번 재정 위기에 직면하면, 예전에도 그랬듯 크라이슬러의 자산뿐만 아니라 피아트의 모든 자산이 위험에 빠질 것이다.
이런 위험은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게 아니다. 필자가 미국 연금보증공사(U.S. Pension Benefit Guaranty Corp. 이하 PBGC)에 요청해 제공 받은 정보로, 실제 존재하는 빚이다. 기업 연금을 보증하는 PBGC는 ‘크라이슬러가 대형 재무 악재에 직면하면, 이로써 발생되는 연금 적자를 피아트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크라이슬러에 이 문제를 직접 문의하자, 피아트에 물어보라는 답변을 들었다. 다시 피아트 대변인 리처드 가데셀리 Richard Gadeselli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메일로 ‘노코멘트’라는 고상한 말만 들을 수 있었다:
“2011년 크라이슬러와 합병한 이후로, 피아트는 당신이 언급한 연금 적자도 함께 떠안게 됐다. 따라서 이 연금 적자를 크라이슬러 발행 주식을 최종적으로 인수한 후, ‘새롭게’등장한 부채로 가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현재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가데셀리가 제대로 밝히지 않은 점이 있다. 연금 적자 문제에 있어, 단순히 크라이슬러가 2009년 이후 경영권을 장악한 것과 지분 100%를 보유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PBGC에 따르면,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지분 58.5%만 보유한 상태에서 회사가 큰 위기에 처하면 공사 입장에서는 피아트가 책임져야 하는 크라이슬러의 비자산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하지만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100%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모습을 드러낼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 Fiat Chrysler Automobiles는 크라이슬러 연금 제도가 종료된다면 연금 적자에 대해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PBGC의 주장이다.
미국 기업을 소유한 비미국계 기업들의 ‘연대 책임(joint-and-several liability)’에 대해 PBGC는 날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공사는 아사히 테크 Asahi Tec라는 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파산한 미시건 Michigan 자동차 부품 자회사 메탈딘 Metaldyne의 연금 적자를 책임지라는 소송을 (최소한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공사는 또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크라이슬러를 소유했던 독일 다임러 Daimler에 크라이슬러의 연금 펀드에 현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이는 다임러가 보유했던 크라이슬러의 대주주 지분을 미국 대형 사모펀드인 서버러스 Cerberus에 매각하는 안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그렇다면 피아트는 왜 크라이스러 지분 100%를 인수했을까? 피아트가 밝히진 않지만, 무슨 속셈인지 대략 알 것 같다. 크라이슬러를 완전히 소유하면, 피아트 본사를 사업하기 힘든 이탈리아에서 영국으로 이전하기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또 그러지 않을 경우 완전히 소유한 피아트와 부분적으로 소유한 크라이슬러 간의 비용 분담, 세금 계산, 그리고 이익 분배 등이 끔찍하게 복잡해질 것이다. 지금 방식대로 해야 일이 더욱 간단해지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피아트가 장기적으로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크라이슬러에 올인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실패할 수 있지만 최소한 이런 방식으로 하면 성공할 기회도 얻는다. 이게 바로 야심찬 기업가들이 벌이는 게임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