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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자기인식 갖기

고현숙의 ‘리더십 코칭’

인간은 누구나 나르시시스트이다. 그것은 생산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나르시시즘은 조직에 독이 된다.
글 고현숙 국민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코치 (helenko@kookmin.ac.kr)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친구 하나는 남편이 바람 피우는 걸 알고 엄청난 배신감과 충격에 괴로워했다. 그런데 자기 여자 후배가 어떤 유부남과 사귀면서 애처롭게 상담해오자 따뜻하게 공감해주며 위로했다는 거다. 그러고선 나에게 물었다. “나, 남편한테 게거품 물면서 여자 후배 사랑 응원하는 거, 이거 말 되는 거니?” 물론 말 안 된다. 하지만 그게 인간이다. 누가 한 일이냐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잣대가 달라진다.

나르시시즘이 빚어내는 긍정적 착각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대학교수 중 자신이 평균 이상의 연구 실적을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98퍼센트에 달한다. 리더십 면에서 자기가 평균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고등학생은 절반은 되어야 하지만 조사해보니 2%에 지나지 않았다(칩 히스 & 댄 히스, ‘스위치’) 더한 것도 있다. 1997년 미국의 한 잡지가 ‘죽어서 천당 갈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결과가 황당하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 52%,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 60%, 오프라 윈프리 66%, 마더 테레사 수녀는 79%이고, 자기 자신이라고 답한 사람이 무려 87%였다.

이 모든 것들은 나르시시즘이 빚어내는 긍정적 착각(Positive Illusion)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자기애, 자기 사랑이라는 뜻의 나르시시즘은 ‘자신은 옳고 중요하며 그런 자신을 세상은 알아줘야 한다’는 심리로서, 인간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라서 ‘심리 중의 심리’라고 불리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라는 것은 매우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한 주문일지도 모른다. 또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우리에게서 나르시시즘이 사라지면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자살인구가 늘어날지 모른다고 말한다. 긍정적 착각이 주관적인 행복감을 강화시키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똑똑하고 논리적이며 객관적인 법률가들보다, 자기 배우자에 대해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진 환상을 가진 바보들이 훨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 그러니 나르시시즘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에리히 프롬이 말하기를, 나르시시즘은 동물로서의 생존본능을 상실한 인간에게 주어진 제2의 본능이라고 했다. 자기를 보호해주는 순기능을 강조한 말이다.

자기수용과 자기개선의 균형

나르시시즘은 생산적인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리더십에서는 이를 조직에 해를 끼치는 유독성 리더(Toxic Leader)로 분류한다. 왜냐하면 과도한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은 특별하다고 과대평가하며 권한욕구가 강하고, 외부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 동료나 부하를 희생시키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임원 평가 전문가 딘 스태몰리스는 임원 선발에서 가장 피해야 할 1순위는 지나친 나르시시스트라고 말한다. 그들은 나르시시스트를 걸러내는 진단까지 개발해놓았다.

조직에서 리더십을 향상하기 위해서 자주 쓰는 도구가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로부터 리더십 평가를 받는 360도 다면진단이다.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도 나르시시즘이 방해가 된다. 해리슨 어세스먼트 Harrison Assessment의 개발자인 단 해리슨 Don Harrison 박사는 패러독스 그래프에서, 사람들의 자기 인식을 두 가지 축의 조화로 설명했다. 자기 수용(Self-Acceptance)와 자기 개선(Self-Improvement). 표 ‘자기수용과 자기개발’에서 보여지듯이 이 두 가지 축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이 나올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기수용도 높고 자기개선의지도 높은 ‘건강한 자부심’ 유형이다.

역설적인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측면이 모두 높은 것이 통합적인 강점이라는 것이다. 마치 음양의 조화처럼 역설적인 강점을 동시에 갖는 동양적 철학이 녹아 있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동양에서의 겸양이란 실력이 없는 겸손이 아니다. 속이 꽉 찬 내실 있는 사람이 겸손할 때 진정한 겸양인 것처럼, 자기 수용이 높은 사람이 개선의지도 높은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자기 수용이 높으면서 자기 개선에 대한 의지가 낮으면 ‘방어적 태도’에 머문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나르시시스트로서, 타인들의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늘 자신은 선하고 옳기 때문에 그런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타인들이 오해했거나 잘 못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개선에 대한 의지가 적기 때문에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자기개선 의지가 높고 자기수용이 낮은 ‘자기 비판적’인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형이다. 겉으로는 몰라도 내면에서는 늘 높은 기준을 세우고 그에 못 미치는 자기자신을 비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런 성향은 자신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자기비판적인 사람이 리더가 되면 구성원들에 대한 인정에 인색하기 쉽다. 자기도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준이 높은데 누구를 인정하고 칭찬하겠는가? 그래서 가족을 연구한 학자들은 “집안에 완벽한 사람이 하나 있으면 가족에게 그것은 재앙”이라고 말한다. 완벽한 사람이 가정에서 하는 역할이 주로 지적과 질책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을 수용하기

자기만이 특별하다는 건 미성숙한 생각이다. 그래서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치기 어린 자기 중심성과 나르시시즘을 내려놓는 과정이다. 인류가 발전해온 것도 나만이 특별하다는 집단적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는 여정이었다고 한다. 자기개선과 자기수용을 균형 있게 갖추고, 타인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자신과 타인을 인정하는 건강한 리더가 되길 바란다.


고현숙 교수는…
국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코칭경영원 대표 코치, (사)한국코치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리더십센터 사장, 한국코칭센터 대표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전자, 두산중공업 등에서 임원 코칭을 한 바 있다. 저서로 ‘티칭하지 말고 코칭하라’ ‘유쾌하게 자극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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