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 채권들이 한낱 ‘땅콩’ 수준은 아니다

These Bonds Aren’t Peanuts<br>FIXED-INCOME STRATEGIES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자산유동화증권(Asset-Backed Securitiesㆍ이하 ABS)은 경제를 망치는 데 한몫을 했다. 최근 다시 한 번 채권으로 많은 돈이 유입되는 가운데 그 형태가 담보 모기지와 임대, 그리고 심지어 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By Jen Wiezner


스콧 미너드 Scott Minerd는 만화 주인공 찰리 브라운 Charlie Brown에게 거액의 판돈을 걸고 있다. 2,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는 구겐하임 파트너스 Guggenheim Partners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미너드는 ‘피너츠 Peanuts’ *역주: 찰스 슐츠 원작의 인기 만화. 찰리 브라운, 강아지 스누피 등이 등장한다 미술품의 세계 최대 수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최근 찰스 슐츠 Charles Schulz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고객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와 결합시킬 방법을 찾았다. 미너드는 새로 발행된 3억 7,500만 달러어치의 채권-수익률 4~6%-을 매입했다. 이 채권들의 담보 중 일부는 만화, 광고 등에서 나오는 ‘피너츠’ 로열티였다.

‘피너츠’ 채권의 존재는 스누피와 친구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 받는다는 사실 외에도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한 가지 추세를 보여준다. 바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귀환이다. ABS는 광고판에서 항공기 임대권, 복권 당첨까지 현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것은 무엇이든 담보로 잡을 수 있는 상품이다. ABS 시장이 급성장세를 이어가던 지난 2008년, 주택저당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MBS) 시장이 붕괴하면서 경제 파탄을 야기했다(주택저당증권은 총 1조 9,500억 달러 규모로 지금도 ABS 상품군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ABS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특히 모기지와 연계되지 않은 상품들을 중심으로 ABS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 증권금융산업시장협회 (Securities Industry and Financial Markets Association)에 따르면, 모기지와 연계되지 않은 ABS의 발행 규모는 2010년 1,060억 달러에서 지난해 총 1,860억 달러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 Morningstar에 따르면, 이율보장형 펀드(fixed-income fund)의 경우 2008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인 자산의 평균 4%를 ABS에 할당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 인식 때문에 ABS가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일부 투자자들의 의견이다. 몇몇 포트폴리오의 절반가량을 ABS로 채운 미너드는 “이런 종류의 증권이 정체불명의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비이성적인 공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관리하는 구겐하임 토털 리턴 채권(Guggenheim Total Return Bond)은 도미노 피자 Domino’s Pizza와 칼스 주니어 Carl’s Jr.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의 가맹점 수수료를 담보로 한 채권도 포함하고 있는데, 지난 2년간 다른 상품보다 96%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미 재무부 발행 국채나 지방채와는 달리 ABS는 소매투자자들이 개인적으로 구매할 수 없으며 채권 중심의 뮤추얼 펀드를 통해서만 살 수 있다. 구겐하임 외에 ABS에 투자하는 또 다른 주요 펀드로는 98억 달러 규모의 루미스 세일즈 인베스트먼트 그레이드 채권 (Loomis Sayles Investment Grade Bond)과, TCW가 관리하는 260억 달러 규모의 메트로폴리탄 웨스트 토털 리턴 채권(Metropolitan West Total Return Bond)이 있다. 루미스 세일즈의 담보화증권 연구 책임자 알레산드로 파가니 Alessandro Pagani는 최근 해운 컨테이너, 휴가용 주택의 공동사용권, 기관의 공용 임대차량을 담보로 한 채권들로 옮겨갔다. 그는 “이런 ABS들은 3년 전만 해도 극소수만이 아는 오프 더 런 이슈 off-the-run issue *역주: 가장 최근 발행된 채권에 앞서 발행된 구 채권. 미 재무부가 특정 만기의 채권을 새롭게 발행하면 이전 채권은 모두 오프 더 런 이슈가 된다. 신규 발행 채권에 비해 가치는 떨어지지만 보통 수익률은 높다로 인식됐다. 그러나 점점 더 주류에 편입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임대차량 채권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익률이 10%에 달했지만 지금은 1.5~2.5%에 불과하다.

가격은 오를지 몰라도 또 한 번의 ABS 버블이 도래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TCW에서 메트로폴리탄 웨스트를 비롯해 총 84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공동관리하는 브라이언 월렌 Bryan Whalen은 “전 세계를 샅샅이 뒤져 무엇이든 담보로 잡고 팔려고 했던 새로운 증권 발행 체제가 과거처럼 엄청난 규모는 아니다”라고 평가하고 “그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맞는 말이다. 찰리 브라운에게도 지금 이대로가 더 낫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