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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 프로슈머를 넘어 인베슈머 invesumer로 진화

SNS 마케팅 따라잡기

소셜네트워크는 모든 분야와 접목된다. 펀딩도 예외가 아니다.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리는 크라우드 펀딩은 90년대 초반 ‘네티즌 펀드’와 닮았지만 이제는 SNS를 통해 널리 알릴 수 있기에 차원이 다르다. 미국을 출발점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에 반해, 국내에서는 지분 투자형의 크라우드 펀딩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1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홍덕기 SNS칼럼니스트 ceo@isocial.co.kr www.facebook.com/deockee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십시일반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말한다. 일정기간 목표 모금액을 사전에 정해놓고 이에 미달할 경우 해당 프로젝트는 실패로 간주하고 전액 환불해 준다.

크라우드 펀딩의 제일 큰 가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이나 신생 기업에게 사업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제도권에서는 여타 이유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없지만 ‘다수의 지혜’가 사업성을 평가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거친다. ‘다수의 지혜’가 모여 위키피디아라는 백과사전을 만들어 냈듯이 성공적인 제품과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개인들이 평가하는 항목은 공익성과 수익성, 프로젝트 제안자의 인기도 등 프로젝트 성격이나 예비 소액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다. 어떤 경우에는 동정심도 한몫한다.

해당 프로젝트에 소액 자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다수의 개인은 투자자임과 동시에 소비자가 된다. 제품이나 창작물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열렬한 팬이 되고 이에 더해 입소문을 내는 충성스런 마케터가 된다. 이른바 ‘인베슈머(invest+consumer)’다.

종류는 원금 회수 여부와 수익 배분 형태에 따라 크게 투자형과 비투자형으로 나뉜다. 투자형에는 지분 투자형과 대출형이 있고 비투자 형식에는 기부·후원형과 보상형이 존재한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은 대부분 기부· 후원형이거나 보상형 그리고 일명 ‘소셜론’이라고 불리는 대출형이다. 기부· 후원형은 ‘위안부 할머니 인권센터 건립 후원’ ‘독도 광고 모금’ 등 공익형 캠페인이 주를 이룬다.

보상형도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후원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반대 급부가 있어 기부 후원형과 다르다. 영화, 출판, 음반, 연극, 뮤지컬 등 문화 콘텐츠 분야가 활성화되어 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 네이버 웹툰 ‘한 줌 물망초’의 단행본 제작 등이 그 사례다.

굿펀딩을 통해 ‘또 하나의 약속’은 2,071명으로부터 1억1,900만 원을 모금했다. ‘한 줌 물망초’는 유캔펀딩에서 3,500만 원의 제작비를 마련했다. 1,741명이 목표금액인 330만 원의 10배가 넘는 자금을 클릭한 것이다.

지원 금액에 따라 영화 시사회 티켓이나 서적, CD 등을 제공한다. 지원자 입장에서 보면 해당 프로젝트를 지지하거나 응원하면서 완성 콘텐츠에 대한 티켓을 사전에 구매하는 셈이 된다.

기부·후원형과 보상형 중심으로 운영하는 미국의 킥스타터는 지난 3월 총 누적 모금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출형은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어려운 차입자가 사연과 상환 방법 그리고 이자율을 올리면 다수의 개인들이 빌려주는 소액 대출이다. 크라우드 펀딩 중 60% 이상을 차지한다. 머니 옥션과 팝펀딩이 대표적인 업체.

이자율은 차입자의 소득이나 신용 정도에 따라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만 고금리를 노리는 투자자들의 입맛을 맞추려면 25% 내외가 된다. 크라우드 펀딩업체는 연체나 부실 채권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으며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진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지분 투자형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기존 증권 발행 관련 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현행 국내 증권 발행 법규상 50인 이상의 투자자를 모으는 행위는 증권 공모에 해당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 신고서 제출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는 증권 공모를 중개할 수 있는 발행기관도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통신판매업자다.

따라서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창조 경제를 외치는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초 신생기업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지분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제도 도입을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고 이어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도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 제도 도입을 구체적으로 밝혔으나 현재 제자리걸음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골자는 크라우드 펀딩의 중개업자, 투자자, 모집자 등 3자 측면으로 구성된다. 우선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를 신설하고 금융위원회에 등록을 의무화한다. 중개업자가 합법적인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등록하지 않은 업체는 소액투자를 중개할 수 없다.

7억 원 내외의 자금 모집에 한해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하는 등 증권 발행에 수반되는 공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한도를 제한했다. 신동우 의원 개정안에서는 투자자의 연간 소득별로 제한하고 금융위원회 안은 1인당 1개 기업에 200만 원이 상한선이다.

또한 중개업자에게는 모집자가 제공하는 핵심 정보를 사실인지 확인할 의무가 주어진다.

전반적으로 2012년 4월 미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잡스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을 벤치마킹 했다. 잡스법 시행령을 제정할 때 개인별 투자 한도 및 투자 권유 허용 범위와 책임을 놓고 진통을 겪은 바 있듯이 국내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법은 기존 증권 발행과 상충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측면과 아울러 기존 규제와 의무를 완화함에 따라 ‘무방비’ 상태에 놓일 개인 투자자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개인 투자자의 성공적인 투자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법제화는 크라우드 펀딩을 출발시킬 수 있지만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에너지는 크라우드 펀딩 업계의 몫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장밋빛 꿈만 꾸기에 앞서 다수의 지혜를 잘 살릴 수 있는 시스템과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홍덕기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기자를 거쳐 한국아이닷컴 프로젝트 개발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낸 후 SNS 사업체인 ㈜아이소셜의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동덕여대에서 ‘광고론’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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