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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는 어떻게 인기를 회복했나

How Lego Got Hot Again

한 덴마크 기업의 도움으로 ‘재미’를 되찾은 완구업체.
By Ryan Bradley


레고의 매출이 영화의 인기와 함께 언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지 기억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레고가 파산 직전에 몰렸던 것은 분명하다.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며 하루에 현금 100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레고는 다양한 회생안을 시도했고, 전형적인 벽돌 형태의 완구가 아닌 클리키츠 Click-its(여아용 저가 장신구)와 같은 제품군으로 확장하기까지 했다. 레고의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팔 스미스 메이어 Paal Smith-Meyer는 포커스 그룹 *역주: 특정주제에 대해 소수의 소비자가 집단을 이뤄 집중적이고 심층적으로 토론하도록 하는 정성적 조사기법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단조로운 실험실에서 아이들은 경쟁사가 만든 더 큰 블록을 좋아했다. 아이들은 보다 큰 사물에 더 잘 반응하기 때문이었다. 스미스 메이어는 실험환경이 “잘못됐다”고 말한다. 그래서 레고는 파격적인 실험을 시도했다. 자사 고객인 아이와 부모가 집에서 놀이를 즐기는 실제 환경을 관찰해 놀이의 본질을 파악하려 한 것이다.

레고가 연구개발에 인류학적인 부분을 도입한 것은 레드 어소시에이츠 ReD Associates라는 덴마크 컨설팅업체 덕분이었다. 레드의 설립 파트너로 고객관계부서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천 메드비에르게 Christian Madsbjerg는 코펜하겐에서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했고, 저널리스트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메드비에르게는 동료였던 미켈 B. 라스문센 Mikkel B. Rasmunssen과 함께 2004년 디자인 업체에서 일하고 있었고, 둘은 레드를 설립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레드의 설립은 기존 비즈니스 컨설팅업체에 대한 일종의 질타였다. 또 기업이 단순한 계산을 통해 고객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침을 가한 것이기도 했다. 메드비에르게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엑셀파일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레드의 회장이며 매킨지 Mckinsey에서 30년간 일하며 수석이사를 역임했던 빌 후버 Bill Hoover는 레드의 업무방식을 “어지럽고 시간이 많이 들며 일정하지도 않다”고 묘사하면서 “논리대신 경험으로부터 통찰력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레고에서 소위 ‘인류학팀 (Anthro team)’이라 불리는 부서가 로스앤젤레스, 뉴욕, 시카고, 뮌헨, 함부르크에 파견됐다. 사진을 곁들인 다이어리를 쓰면서 부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중 일부는 메드비에르게와 라스문센의 신간 ‘분명한 순간 (The Moment of Clarity)’에 수록돼 있다. 레드의 연구진 중 한 명이 11세의 독일 소년에게 가장 소중한 개인 사물을 보여달라고 하자, 그 소년은 낡아빠진 운동화 한 짝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운동화가 헐거워지고, 흠집이 나면 스케이트보드 기술을 하나 더 익혔다는 의미”라고 소년은 설명했다.

고객에 대한 관찰은 레고에는 통찰력이 됐다. 스미스 메이어에 따르면, 레고 스스로 놀이문화가 변했다고 생각했고 그 변화를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놀이문화는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들은 플라스틱 블록으로 뭔가를 실험하면서 훌륭한 것을 만들 수 있는 자유를 원했을 뿐이다. 스미스 메이어의 말대로라면 “레고는 시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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