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선정이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포춘코리아는 창간 이래 매년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리포트를 내고 있다. 이는 포춘코리아가 경제 매거진으로서 가장 중시하는 역할 중 하나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은 더 이상 ‘주주의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의 일원이 됐다. 고객이나 직원, 가까운 이웃은 물론 지구촌 사회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여느 때 없이 강조되고 있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기업이 벌이는 모든 활동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CSR과 같은 직접적인 사회활동에서부터 생산과 판매, 연구개발, 재무 인사 관리와 같은 기업 고유의 경영 활동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성원들의 눈길이 미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평가가 모아져 한 기업의 평판을 이룬다. 평판은 기업 활동을 평가하는 결정체다. 그리고 기업이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기업과 투자자들이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 리스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존경받는 한국 기업은 이처럼 중요하지만 좀처럼 측정하기 어렵던 무형의 자산가치를 계측 가능한 형태로 유형화한 리스트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른 우리의 평가방식은 해를 거듭할수록 공신력을 더해가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금융위기 이후 국내 재계의 변화상과 흐름을 되짚어 봤다. 여기 그 자랑스러운 보고서의 최신판을 내놓는다.
기업들 큰폭 순위 뒤바뀜
재무건전성 비중 높아져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으뜸 기업으로 선정됐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가 함께 올스타50 톱3에 올랐다. 네이버가 사명 변경과 라인 사업의 성과에 힘입어 단숨에 올스타 톱10에 진입했다. 산업별 존경받는 기업에서는 대한항공이 전년도 산업부문별(자동차, 조선 및 운송 부문) 5위에서 올해 1위로 수직 상승하는 눈부신 활약을 연출했고, 소비재 및 식음료 부문에서 전년도 3위였던 LG생활건강이 CJ제일제당과 아모레퍼시픽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9가지 평가항목 중 재무건전성의 중요도가 두드러지게 높아져 대기업 부도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전문가와 일반인이 뽑은 올스타 50
가장 존경받는 한국기업은 크게 두 가지 리스트, 올스타 50과 산업별 존경받는 기업으로 구성된다. 올스타 50은 산업 구분 없이 나열된 기업 이름만 보고 투표하는 방식으로 뽑는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선출하는 올스타 50 리스트에선 올해 역시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가 금·은·동메달을 차지했다. 지난해와 동일한 순서다. 삼성전자는 조사를 시작한 이래 2012년을 제외한 모든 조사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뒤를 이어 SK텔레콤(4위), LG전자(5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통상 10위권 내 순위는 변화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올해는 톱10의 아성이 흔들렸다. 2011년 한 번 얼굴을 비쳤던 네이버가 올해 재진입과 동시에 6위로 뛰어올랐다. 네이버는 지난해 NHN에서 네이버로 사명을 바꿨는데, 인지도와 친숙도가 높은 새 사명이 더욱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에서 라인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도 득점 요인이었다. 삼성생명보험은 지난해 32위에서 올해 9위로 올랐다. 두산은 신규진입하며 10위에 들었다. 두산은 전년 조사에선 1차 후보에서 탈락했다. 존경받는 기업 후보에 들기 위해선 해당 산업군 내에서 상위 50% 내에 드는 등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두산은 이에 들지 못했다. 지주회사인 두산은 ‘종합상사 및 유통’으로 분류되는데, 이 안에는 지주회사 외에도 일반상품판매업, 제조소매업, 종합상품도매, 전자도매업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상위 50%에 드는 것이 쉽지 않다. 올해 1차 후보에 오른 두산은 파죽지세로 10위에 올랐다. 그동안 두산이 ‘사람이 미래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SNS를 통해 고객과 소통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순위가 10계단 이상 상승한 기업은 LG화학(2013년 33위→2014년 11위), 삼성에버랜드(46→19), 삼성물산(39→20), SK이노베이션(40→22) 등이다. LG화학은 산업별 순위에서도 1위인 포스코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등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10계단 이상 하락한 기업도 있었다. LG(10→24)와 농심(12→25), KB금융지주(19→31), KT(21→37), 제일모직(27→40), 두산인프라코어(29→42), 한국가스공사(14→44) 등이 기업경영성과 등으로 순위가 내려앉았다.
지난해 신규 진입한 기업(LG, SK, CJ, 이마트, S-OIL,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한화, GS) 중 에너지 부문 기업의 변동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은 18계단 상승한 반면 S-OIL은 5계단 하락했고, GS칼텍스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네이버(6)와 두산(10) 외에도 신한금융지주회사(32), LG디스플레이(34), 삼양사(38), 삼성화재해상보험(39), 르노삼성자동차(41), 코오롱(47), 금호타이어(48), 현대제철(49), LG유플러스(50) 등 11개사가 올해 신규 진입했다. 반면 오뚜기(2013년 18위), 이마트(28), STX조선해양(31), 오리온(35), 동서식품(36), 한국타이어(37), GS칼텍스(45), 한화(47), 이랜드월드(48), GS(49), 문화방송(50) 등은 50위 밖으로 밀려났다.
전문가가 뽑은 산업별 존경받는 기업
산업별 존경받는 기업은 올스타 50과 달리 분석적 방식으로 선발된다. 각각의 후보기업을 9가지 평가항목에 대해 평가를 한 뒤 이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각 기업이 속한 산업군 내 종사자와 전문가 집단이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산업별 리스트 특징을 살펴보자.
금융 업종에서 삼성생명보험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유지했다. 9가지 전 항목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중소기업은행이 5위로 신규 진입했으며, KB금융지주는 탈락했다.
종합상사 및 유통분야에선 전년도 1위였던 삼성물산이 올해에도 1위를 차지했다.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커뮤니티 및 환경에 대한 책임 부문에선 업계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CJ는 지난해 4위에서 올해 2위로 상승했으며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혁신성’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GS가 5위로 신규 진입했다.
화학, 철강 및 비금속 제조 부문을 보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포스코와 LG화학이 좋은 평가를 받아 업계 1, 2위를 유지했다. 각 7.08과 7.03점을 받았다. 박빙이었다. LG화학은 경영품질, 장기적 투자가치, 혁신성, 글로벌 비즈니스 수행의 효율성에서 포스코를 앞섰다. SK케미칼이 4위로 신규진입한 것도 눈길을 끈다.
IT, 통신부문 역시 SK텔레콤이 전년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수성했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에서 타 업체를 압도했고, 장기적 투자가치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규진입한 LG유플러스가 3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조선 및 운송 부문에선 파란이 일었다. 지난해 5위였던 대한항공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1위로 수직 상승했다. 대한항공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커뮤니티와 환경에 대한 책임 등 7개 평가 항목에서 1등 점수를 받았다. 다만 재무건전성 면에서는 산업군 내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계열사인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적 투자가치 항목에서는 현대자동차(산업 내 2위)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도 순위 변동이 눈에 띄었다. 네이버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재무건전성, 경영품질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명을 바꾸기 전 이름인 NHN으로 신규진입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재무건전성, 경영품질 항목에서 네이버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CJ E&M이 신규 진입해 3위에 올랐다.
글로벌 기업이 다수 포진한 전기 전자 및 정밀기기 부문에선 지난해와 순위 변화가 전혀 없었다. 5개 기업 중 3개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에 들 정도로 무게감이 크다 보니, 국내 산업 내 순위 역시 가볍게 움직이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커뮤니티 환경에 대한 책임’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업계 2위와의 평가점수 차이도 가장 크게 났다. 특히 ‘글로벌 비즈니스 수행의 효율성’이 높았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S-OIL과 GS칼텍스가 각 1, 2위로 지난해 순위를 맞바꿨다. 3위 한국전력공사는 ‘장기적 투자가치’ 항목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삼천리가 신규 진입하며 4위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재 및 식음료 부문에서도 순위변화가 춤췄다. 지난해 3위였던 LG생활건강이 6개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CJ제일제당은 2위로 밀려났지만 장기적 투자가치, 혁신성, 글로벌 비즈니스 수행의 효율성 등에서는 여전히 LG생활건강을 앞섰다. LG패션이 4위로 신규진입했다.
10개 산업 중 4개 산업에서 1위 변동이 있었다. 자동차 조선 및 운송,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에너지, 소비재 및 식음료 부문에서 순위가 뒤집혔다. 대한항공이 현대차를 제친 것, 네이버가 삼성에버랜드를 앞지른 것, S-OIL과 LG생활건강이 저력을 발휘한 것 등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