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해외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10년 넘게 국내 유통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정부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데 따른 대응이다. 롯데마트는 해외 점포 수가 국내 점포 수를 넘어서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유통업체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유통업계에서 불황은 더 이상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여타 산업들은 현재 불황의 시발점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꼽지만 유통업계는 이보다 훨씬 전인 2003년을 불황의 원년으로 생각한다. 2003년은 국내 내수 부진 우려가 각종 경제지표로 현실화되기 시작한 해다.
불황이 길어지다 보니 각종 매체에서 유통업계와 불황을 연결하는 표현도 조금씩 변해왔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유통업계, 불황에 무릎 꿇다’라는 표현이 많았다. 하지만 이 시기만 해도 앓는 소리로 봐줄 만 했다. 진짜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유통업계, 최악의 불황’이라는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했다.
유통업계도 불황에 마냥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실속형 상품 구성을 늘리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불황 마케팅을 펼치며 대응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정부가 경제정책 핵심 키워드로 내수 활성화를 꼽고 있지만, 영업시간 제한이나 신규 입점 제한 등으로 유통업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해외사업 두각 나타내는 롯데마트
최근 유통업계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해외 진출’ 혹은 ‘엑소더스’다. 특히나 정부 규제가 부쩍 강화된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엑소더스라는 표현은 이들 업체의 절박한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국내 대형 유통업체 중 가장 활발한 해외사업을 벌이는 곳은 단연 롯데마트다. 4월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 3개국에 진출해 15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국내 유통업체 해외사업 부문 최대 규모로, 해외 점포 수가 국내 점포(104개) 수보다 많다. 국내외 총 점포 수는 254개로 국내 유통업체 중 1위다. 롯데마트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07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까지 시장을 확대했다. 2014년 현재 중국에 107개, 인도네시아에 36개, 베트남에 7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유통업체 중 최초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점포를 오픈했다.
공격적인 M&A로 중국시장 진출
롯데마트 해외 점포 중 가장 매장이 많은 나라는 중국이다. 롯데마트의 첫 해외 진출 역시 중국에서부터 시작됐다.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이 워낙 큰 까닭에 현재도 롯데마트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2007년 12월 네덜란드계 대형마트 체인점인 마크로 Makro사의 8개 점포를 인수하며 중국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만해도 중국 유통시장은 이미 마크로나 까르푸 Carrefour를 비롯한 글로벌 유통업체들의 각축전이 한창이었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유통업 특성상 ‘얼마나 이른 시간 내에 자체 유통망을 구축하고 인지도를 높여나가느냐’가 중국시장 정착의 핵심 포인트였다.
롯데마트는 적극적인 신규 점포 출점 및 공격적인 M&A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 나갔다. 2009년 10월에는 중국 토종 대형마트인 타임스 TIMES사의 65개 점포를 인수하며 대규모 점포망을 확보,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에서만 107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한국식 마케팅으로 인도네시아 공략
롯데마트는 2008년 10월 마크로 인도네시아점 19개 점포를 인수하며 우리나라 유통업체로는 최초로 인도네시아시장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에는 현재 36개의 롯데마트 점포가 운영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중국보다 경제 규모는 작지만 잠재성장성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8%대 미만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인도네시아는 꾸준히 10%대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 4위의 2억4,000만 명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중국과 같은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이 없었던 까닭에 소비인구 증가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덕분에 인도네시아 대형마트 성장률은 연평균 30%에 달한다. 롯데마트는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인도네시아 유통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롯데마트는 신규 점포 오픈 2개월 전부터 멤버스 고객을 유치하고, 홍보 전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한국식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도네시아 유통업계는 공급자 중심인 경우가 많아 이 같은 활동은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에게 매우 낯선 마케팅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유통업체가 신규 오픈 할 때 국내와 같이 고객들이 많이 몰리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롯데마트 오픈에는 인산인해를 이뤄 대조를 이룬다.
올해 3월 베트남 북진정책 마침표
롯데마트는 지난 2008년 12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베트남시장에 진출했다. 호치민에 위치한 남사이공점이 롯데마트 1호 베트남 점포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2호점인 푸토점을 오픈하기까지는 2년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베트남이 대형 유통업체 인허가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대형 유통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에 속한다. 까다로운 입점 조건임에도 롯데마트가 베트남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베트남의 빠른 경제성장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뒤따르는 국민소득 증가와 소비 지출 확대는 유통업체들에게 큰 호재로 작용한다. 영국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비즈니스 모니터 인터내셔널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베트남 국민 소비액이 805억 달러에서 2,500억 달러로 3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마트 역시 베트남에서 고속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출점 점포 수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수익성은 제일 견고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롯데마트 베트남 6개 점포의 총 매출액은 1,000억 원을 넘어섰다. 매출 신장률은 무려 55%가 넘는다. 한편, 롯데마트는 2008년 남부도시 호찌민을 시작으로 2012년 중부도시 다낭을 거쳐 올해 3월 북부도시인 하노이에 동다점을 오픈하면서 베트남 전역 유통망 확립을 의미하는 ‘베트남 북진 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