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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 시대의 도래

THE DAWN OF THE CHROME AGE

한때 주목받지 못했던 구글 Google의 브라우저 크롬 Chrome이 이제 1위 자리에 올라 랩톱과 TV에도 진출하고 있다. 이런 성공 덕분에 크롬과 안드로이드 Android를 책임지고 있는 선다 피차이 Sundar Pichai는 사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 되었다.
BY MIGUEL HELFT


전세계 기술 분야를 석권하려는 싸움에서 구글은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Oakland에 조용히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올봄, 오클랜드시 전역의 공립학교 총 1만 곳에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나 애플 Apple이 아닌 구글의 크롬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랩톱이 수십 대씩 트럭으로 배달됐다. 이 크롬북 Chromebook들은 날렵하면서도 간소한 데다가 한 대에 230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 또 기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대신 브라우저에서 웹 앱을 쓸 수 있다. 구글은 마침 이 운영체제에 맞춰 설계한 다양한 옵션들을 갖추고 있다. 구글은 지금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 독스 Google Docs로 숙제를 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Microsoft Word는 전혀 듣지 못할 수도 있는 다음 세대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구글이 놀라운 성장을 거뒀다는 것은 물론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이제 전 세계 태블릿 PC 및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구글의 크롬 OS도 선두업체들이 차지한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크롬 OS의 형제 격인 크롬 브라우저는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웹 브라우저가 됐다. 2008년 출시 당시만 해도 ‘무모한 모험’이라는 조롱을 받던 크롬 브라우저는 뛰어난 속도와 간편함으로 수억 명을 사로잡았다. 스탯카운터 StatCounter에 따르면 현재 크롬 사용자는 한때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사이 IE의 시장 점유율은 68%에서 25%로 급락했다(다른 조사기관 세 곳도 비슷한 수치를 내놨다. 반면, 총 사용량보다는 순방문자 수로 통계를 내는 넷 애플리케이션 Net Application은 IE가 여전히 가장 많이 쓰이는 브라우저라고 발표했다). 크롬 브라우저는 구글의 지메일 Gmail, 구글 독스, 구글 맵 Maps 같은 웹 앱을 더 빠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PC를 탈바꿈시켰고,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데스크톱 소프트웨어의 성공적인 대안이 될 수 있었다.

구글은 크롬 운영체제를 통해 웹 중심의 비전을 추구해 왔다. 크롬 브라우저 때와 마찬가지로 비평가들은 크롬 운영체제가 출시됐을 때도 “가망이 없다”거나 “실패할 운명”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초기의 크롬북들은 투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오클랜드 통합 교육구(Oakland Unified School District)의 정보 관리 담당자인 존 크럴 John Krull은 유지 측면과 시스템 구성 측면에서 크롬북이 다른 제품보다 훨씬 편하다고 평가했다. 웹 기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하거나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도 워낙 쉬워 IT 담당 직원을 추가로 둘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크롬북의 인기는 급상승하고 있다. 2013년 휴가 시즌 동안 아마존닷컴 Amazon.com에서 크롬북 모델 두 가지가 각각 베스트셀러 1, 3위를 차지했다. 크롬북은 이제 전 세계의 학교와 기업에 도입되고 있다. NPD 그룹 NPD Group은 올 2월 현재 크롬북이 미국 시장에서 노트북 소매 판매의 5.4%를 차지했다고 추정했다. 작년의 3.5%에서 늘어난 수치다. 기업, 교육기관, 정부기관에 대한 전매에서는 전년도의 3.6%에서 33.4%로 급증했다. NPD의 산업 분석 담당 부사장 스티븐 베이커 Stephen Baker는 “크롬북이 15개월 전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크롬북은 델 Dell, HP, 에이서 Acer, 삼성, 레노버 Lenovo 등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구글은 랩톱이나 운영체제, 무료 브라우저 등으로부터 어떤 직접적 수익도 얻지 않는다. 그러나 크롬과 크롬북 사용자들은 평균적으로 검색을 더 많이 하고, 광고가 붙는 구글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보낸다. 또 구글 플레이 스토어 Play store에서 음악이나 영화를 구매할 가능성도 더 높다. 선구적 검색업체 넷스케이프 Netscape에서 한때 임원을 지냈던 유명 벤처 캐피털 투자자 벤 호로비츠 Ben Horowitz는 “크롬은 엄청나게 중요하고 전략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구글은 크롬 기술을 모바일 기기, TV, 그리고 사물 인터넷 (Internet of Things)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아이폰 iPhone과 안드로이드 기기를 위한 크롬 브라우저를 출시한 후, 구글은 USB처럼 생긴 ‘동글 dongle’의 일종인 크롬캐스트 Chromecast를 선보였다. 크롬캐스트는 TV 수상기에 연결하면 데스크톱이나 모바일 브라우저 화면을 TV에 재생, 또는 ‘캐스트 cast’해 준다. 35달러 가격의 크롬캐스트가 수백만 개 팔리면서 구글은 거실용 기기 시장에 발판을 마련했고, 이제는 애플, 아마존(최근 파이어 TV 플레이어 Fire TV Player를 발표했다), 로쿠 Roku 같은 다른 스트리밍 미디어 기기 제조업체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크롬박스 포 미팅 Chromebox for Meeting을 선보였다. 999달러짜리 사무실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카메라, 스피커, 리모컨이 포함돼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크롬과 안드로이드가 서로 충돌하고, 모바일과 비모바일 기기의 상호작용이 점점 증가하면서 중복과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 그러나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구글의 임원 선다 피차이는 이런 반론을 일축했다. 그는 크롬과 안드로이드가 이미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크롬캐스트가 좋은 예다. 안드로이드 기반 전화기로 크롬 기반 기기인 크롬캐스트를 조종할 수 있다). 그는 구글의 두 가지 운영체제 사이의 벽은 결국 허물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드로이드가 구글 모바일 부문 성장의 핵심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피차이는 컴퓨팅이 온도조절장치, 화재경보기, 자동차,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확대되면서 크롬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크롬이 멀티스크린 시대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기술의 역사적 흐름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리기 위해 크롬을 만들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선구자로서 구글은 PC로 하는 모든 일이 결국 인터넷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데 일찌감치 모험을 걸었다. 1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효자 소프트웨어인 워드 Word, 엑셀 Excel, 파워포인트 PowerPoint, 아웃룩 Outlook과 경쟁할 웹 앱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구글은 클라우드로의 전환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고 판단했다. IE, 모질라 Mozilla의 파이어폭스 FireFox, 애플의 사파리 Safari 같은 웹 브라우저들은 더딘 혁신이 문제로 꼽혔다. 그에 대한 해답이 크롬이었다. 크롬은 속도, 보안, 성능에서 경쟁자들을 한참 뛰어넘었다.

크롬이 성공을 거두자 경쟁업체들도 성능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이것이 원래 희망했던 바라고 했다. 구글은 크롬을 ‘오픈 소스’로 만들어 경쟁자들이 그 혁신을 전용할 수 있도록 했다. 크롬 엔지니어링 팀장 라이너스 업슨 Linus Upson은 “더 나은 브라우저를 쓰면 우리 제품과 서비스 사용 경험도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크롬은 또 하나의 숨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구글 검색엔진을 방어하는 것이다. 구글은 검색엔진으로 지난해 매출 598억 달러, 수익 129억 달러를 달성했다. 구글은 2000년 이후 자사의 검색엔진을 IE와 파이어폭스의 기본 설정으로 만드는 브라우저 툴바를 배포했다(또 이 툴바를 이용해 사용자들의 인터넷 서핑 습관을 추적할 수 있었다).

구글 툴바는 언뜻 보기에는 별 위협이 안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쓰러뜨리려는 주요 무기였다. 이 그룹의 책임자였던 피차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IE를 수정해 사용자들의 툴바 설치가 어려워지거나 심지어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했다. 2006년 10월 IE의 대대적인 업데이트 시기 즈음, 피차이는 경영진과 때로는 격렬한 논쟁까지 벌이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 사업의 상당한 부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자리에 있던 두 명의 경영진이 전한 이야기다. 한 임원은 “최후의 심판이 다가온다는 시나리오 같았다”고 말했다. 얼마 후 구글 경영진은 크롬을 승인했다.

툴바 전략으로 구글이 검색 분야의 우위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하면서 피차이(41)는 상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때문에 크롬 팀장으로 발탁된 것은 당연했다. 피차이는 말투가 부드럽고 직원들의 호감을 사고 있지만 동시에 요구가 많기도 하다. 피차이는 인도 남부 타밀 나두 Tamil Nadu 주 출신으로, 인도에서 대학을 다니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공학과 재료과학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Wharton School에서 MBA를 취득하고 매킨지 McKinsey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Applied Materials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4년 구글에 입사했다.

얼마 안 가 피차이는 자신이 적임자였음을 입증했다. 크롬은 구글의 까다로운 공동 창업주 래리 페이지 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마저도 만족할 웹 브라우저였다. 순식간에 피차이의 주가는 뛰었다. 그는 크롬뿐 아니라 앱 부문도 책임지게 됐고, 2011년 페이지가 CEO에 오르면서 가장 신뢰받는 측근 중 한 명이 됐다.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 Andy Rubin이 구글의 새로운 로봇 공학 부문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페이지는 작년부터 안드로이드도 피차이에게 맡겼다.

구글의 두 가지 컴퓨팅 플랫폼을 책임지는 피차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모두와의 경쟁에서 최전선에 서 있다. 페이지를 제외하면 구글 기술이 나갈 방향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없을 것이다. 피차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스티브 발머 Steve Ballmer가 사퇴를 앞두고 있을 당시, 공개적으로 후임자 후보에 오를 정도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본의 아니게 크롬에 ‘헌정(tribute)’했다. 크롬북을 폄하하는 일련의 광고를 제작한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Hillary Clinton 선거 캠프의 전략 및 여론조사 책임자 출신 마크 펜 Mark Penn이 맡은 이 광고 캠페인에서 배우들은 “구글 기반 랩톱에서 윈도 운영체제나 오피스 같은 프로그램들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또 “스크루글 scroogle, 구글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당하지 마라”고 경고하면서 인터넷 연결이 끊기면 크롬북은 “벽돌이나 다름 없다”고 비난한다. 이 캠페인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광고 효과도 크지 않다고 인식돼 이후 중단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크롬에 대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홍보 대행사인 웨거너 에드스트롬 Waggener Edstrom은 장문의 답변을 제공하면서, 크롬북 같은 종류는 ‘키보드가 달린 태블릿에 가깝고, 쓸모 없는 컴퓨터 단말기의 21세기판 기기’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이제 크롬북과 비슷한 가격에 윈도 기반 PC를 사서 훨씬 가치 있게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게임 등 일부 종류의 앱을 쓸 수 없고, 구글이 기술 지원 보증을 전혀 하지 않으며, 피트니스 기기 등 일부 주변 기기는 호환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렇게 마이크로소프트가 단점이라고 조롱한 특징 중 상당수를 크롬북 팬들은 오히려 장점이라고 여긴다. 크롬북은 설치나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는, 웹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실행한다. 웹 소프트웨어를 쓰기 때문에 데이터가 자동으로 백업된다. 부팅이 빠르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어 학교 수업용으로 쓰기에 이상적이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비판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단점들에 대해서는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크롬 OS가 오프라인에서도 앱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그 일환이다.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 같은 출판물부터 오토데스크 Autodesk 같은 소프트웨어 거물까지, 점점 더 많은 개발자들이 크롬북을 위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크롬 브라우저만 설치돼 있으면 어떤 컴퓨터에서든지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크롬북은 아직까지 PC 시장에서 비교적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지난 수십 년간 브라우저와 웹 경쟁을 연구해 온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요피 David Yoffie 교수는 “크롬북이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스크톱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 지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롬이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 회사에 두 가지 운영체제가 과연 필요할까? 피차이는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많이 제기되는 질문”이라면서 크롬캐스트를 예로 들었다. 크롬캐스트의 전신은 2010년 출시된 안드로이드 기반 비디오 스트리밍 시스템인 구글 TV였다. 구글 TV는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담당 팀 엔지니어들은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깨달았다. 온라인 비디오 앱과 채널들을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하기가 정말 쉽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TV의 장점들을 새로운 박스나 TV 수상기에 기껏 우겨 넣고는 굳이 투박한 리모컨으로 작동할 필요가 있을까?

구글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크롬캐스트를 내놓았다. 이 기기는 TV 수상기에 전화기, 태블릿, 컴퓨터의 브라우저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튜브 Youtube나 넷플릭스 Netflix처럼 크롬캐스트에 최적화된 앱을 쓰면 신호를 직접 인터넷에서 받을 수 있고, 동시에 사용자가 쓰고 있던 어떤 기기로든 계속 조종할 수 있다. 1,000가지의 다양한 스마트 TV와 TV 박스에서 서비스 실행이 가능한 넷플릭스는 ‘크롬캐스트가 독창성 면에서 돋보인다’고 평가한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과 파트너십 부문 최고 책임자 그레그 피터스 Greg Peters는 크롬캐스트가 “과감하고 혁신적이었다”고 높은 점수를 매겼다.

크롬캐스트는 크롬 기술이 가진 융통성과 안드로이드의 보완 역할을 잘 보여준다는 게 피차이의 주장이다. “주로 전화기를 이용해 TV를 조종한다는 개념이 매우 강력하다.” 구글은 이미 유사한 기술을 적용해 프린터를 모바일 기기와 연결하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모바일 기기와 자동차를 연결해 음악을 틀거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보여주는 데 ‘캐스트’ 개념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피차이는 그 외의 계획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크롬캐스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의 이력을 고려할 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곧 크롬 기술을 이용하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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