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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SNS는 지금…] 사회적 관계 송두리째 바꾼 커뮤니케이션의 일대 혁명

1831년 영국 맨체스터에 설치된 브로튼 현수교가 갑자기 붕괴됐다. 당시 다리 위에는 500여 명의 영국군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다리가 붕괴된 이유는 놀라웠다. 절도 있는 500여 병사들의 발 디딤에 다리가 요동쳤고 순간 진동으로 다리가 붕괴된 것이다.

SNS의 파급력도 이와 유사하다. 사용자 한 명이 무심코 쓴 글 하나가 거미줄처럼 펼쳐진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나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나의 사회, 국가, 나아가 전 세계를 뒤흔들 수 있다. 힘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SNS 역시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해 4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도중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26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당시 대형참사는 러시아계 범인 두 명이 붙잡히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비극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던 대학생 서닐 트라파시(22)는 테러 직후, 당시 CCTV에 포착된 범인의 인상착의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샀다. 순식간에 트라파시의 사진과 행적, 개인정보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유포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몇몇 매체는 SNS 상의 소문을 근거로 트라파시를 테러용의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며칠 후, 트라파시는 매사추세츠 주 프로비던스 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의 가족들은 트라파시의 시신이 발견된 후 “SNS를 통해 진행된 마녀사냥에 너무나 괴로웠다”며 울분을 토했다.

특정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주는 온라인 서비스 SNS는 하나의 혁명으로 불린다. 클릭 한 번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전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SNS를 일컬어 ‘정보유통의 혁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SNS의 영향력은 이미 SNS 탄생의 본질을 넘어섰다. 독재정권에 대항하던 튀니지 시민들의 투쟁이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알려진 후 아랍 전역에는 ‘재스민 혁명’이라는 이름의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운동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그렇다면 국내의 SNS 영향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편이다. 지난해 여름 폭우 속에서 강남역이 침수되자 현장 사진이 SNS를 통해 유포되기 시작했다. 언론들은 현장에 기자를 파견하기 전에, SNS에서 떠도는 사진과 동영상을 기사에 반영하기도 했다. SNS는 광우병, 한미 FTA등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 속에서도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을 톡톡히 담당했다.

SNS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는 바로 ‘선거’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조직된 고(故)노무현 대통령의 팬클럽은 노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불거진 ‘트위터 및 댓글 논란’으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SNS은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른바 ‘소셜 채용(Social Recruiting)’이 한 가지 예이다. 소셜 채용은 서류전형이나 면접이 아닌 SNS를 활용해 지원자의 정보를 읽어낸다. 기업은 입사희망자의 SNS를 통해 일상생활을 파악한다. 때로는 입사를 원하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지원자 지인의 SNS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지난해 550:1의 경쟁률을 보인 SK텔레콤의 소셜매니저 채용에서도 SNS가 적극 활용됐다. 소셜매니저는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 주요 SNS를 운영하며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업무를 한다. 자연스레 학력, 어학능력 등 소위 ‘스펙’보다 SNS로 자신을 얼마나 잘 표현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지가 주된 채용 기준이 된다.

인터넷 채용 사이트 잡코리아는 최근 SNS와 온라인 포트폴리오를 결합한 ‘웰던’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를 사용하면 지원자들은 입사 과정에서 급하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필요가 없다. 평소 자신의 생활 속 스펙을 관리할 수 있어 별도의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고, 기업담당자도 쉽게 해당 직무에 대한 지원자의 전문성을 체크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SNS의 영향력이 커진 데에는 ‘정보통신의 혁명’으로 불리는 스마트폰이 큰 역할을 했다. 스마트폰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불과 4~5년 만에 우리의 일상생활을 큰 폭으로 바꿔놓았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를 확장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SNS를 통해 충족시키며 커뮤니케이션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스마트폰의 보급확대와 SNS의 활성화가 관계 지향적 사고방식이 내재된 인간의 행동을 자극해 사회 각 영역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SNS의 폭발적인 성장 이면에는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과 사이버 테러, 익명성을 무기로 한 근거 없는 루머 살포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특히 SNS를 통한 사이버 왕따는 어린 학생들이 이겨내기 힘든 또 하나의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10월초·중·고등학생 및 학부모, 교사, 일반인 등 총 2,500명을 대상으로 ▲사이버폭력 가해 및 피해 현황 ▲사이버폭력의 발생원인 및 폐해 ▲사이버폭력 피해 시 대응 현황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은 사이버 폭력을 가하거나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무차별적인 허위정보 유포와 신상 털기 같은 SNS시대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과도한 마녀사냥 또한 연예인과 같은 공인을 넘어 일반인에게까지 파급되고 있다. SNS를 통한 루머를 견디다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故) 최진실과 그녀의 전 남편 조성민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과거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루저’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 여대생은 방송이 끝나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SNS 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SNS를 통해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규제를 가하는 게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부회장은 “바른 SNS 사용을 위해서는 법적·사회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각계각층이 함께 바른 SNS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며 “사용자 개개인도 자신의 ‘소셜매너’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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