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011년~2012년 시즌 동안에만 6개국 15척의 어선이 로스해에서 3,500톤의 남극 이빨고기를 포획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칠레 농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데 1파운드(454g)당 25달러를 웃돈다.
과학자들은 남극 이빨고기가 1년에 1㎝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같은 남획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또한 데이비드 에인리 박사를 포함한 해양생태학자들은 만일 남극 이빨고기의 개체수가 줄어들면 남극의 모든 동물 생태계에 위협이 가해진다고 강조한다.
“남극 이빨고기의 먹이인 남극 실버피시 등 소형 어류에서부터 고래, 바다표범 같은 상위 포식자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자칫 멸종되기라도 한다면 남극 생태계가 완전히 뒤바뀔 거예요.”
로스해는 인간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은 현존 유일의 대륙붕 생태계다. 그리고 다양한 고부가가치 자원들을 한가득 품고 있다. 남극 이빨고기의 보호는 곧 로스해를 보호하는 것이다.
[MAP] 로스해 보호 프로젝트
남극에서의 조업 제한량은 유럽연합(EU)과 2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남극해양 생물자원 보존위원회(CCAMLR)에서 결정한다. 그동안 로스해에 보호구역을 지정하자는 안건이 3차례 상정됐지만 러시아의 거부로 모두 좌절됐다. 하지만 미국과 뉴질랜드의 주도로 안건이 재상정돼 올 11월 투표가 예정돼 있다. 만일 통과된다면 360만㎢ 면적의 로스해 중 3분의 1이 상업어업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고, 과학연구 목적의 제한된 포획만 허용된다.
[DATA] 남획의 증거
1972년부터 2011년까지 과학자들은 로스해에서 5,500마리 이상의 남극 이빨고기를 잡았다. 이중 85%의 개체에 추적관찰용 태그를 붙인 뒤 방생했는데 상업어업이 허용된 1990년대 중반을 기해 개체수 저하와 건강 악화가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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