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심심치 않게 제기돼 왔던 중국 그림자금융 문제의 구체적인 실상은 무엇일까. 중국 MBA를 대표하는 장강상학원(CKGSB)의 오양 후이 재무학 석좌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자본시장 다원화를 서둘러야 한다”며 중국 정부의 금융개혁 확대를 주문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전세계 금융시장의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그림자금융이 세계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잊을 만하면 언급되는 주요 리스크였다. 한국 역시 그림자금융 규모가 한 해 GDP를 넘어서는 1,50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중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주목되는 이유는 한국의 주식시장과 환율이 같은 신흥국 시장에 속한 중국의 지표와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동조화되고 있는 주가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외환위기 이후 외환시장에서 달러나 유로화, 엔화보다 위안화가 원화에 대한 영향력이 더 커졌다”며 “중국에 대한 교역이나 투자 등 실물경제 의존도가 더 커진 탓”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오양 후이 CKGSB 재무학 석좌교수(사진)는 “중국 전체 은행 자산에 비해 규모가 작아 통제 불능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중국 그림자금융 위기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중국은행의 예대율은 66% 정도이다. 중국 은행은 예대율 상한선을 75%로 정해두었기 때문에 이른바 오버론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오양 후이 교수의 주장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그는 “전 중국인민은행 부총재 우 샤오링이 최근 포럼에서 한 발표에 따르면, 중국 그림자금융 규모는 GDP의 40%를 차지하는 27조 위안 정도”라며 “이는 영국의 480%, 미국의 160%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그림자금융이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현실이다. 오양 후이 교수 역시 그 점에 동의했다. “GDP 성장률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차입대출 이자율 때문에 기업들의 차입수요가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대출 할당이나 섹터론 규제 탓에 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당국의 금융 시스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죠. 당국이 여전히 이율을 규제하고 있어 민간에서 단순한 예금을 벗어난 다양한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그가 ‘그림자금융은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진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대출의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오양 후이 교수는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미국의 구조화 상품들과 달리, 중국 그림자금융과 연관된 상품은 단순합니다. 주택 담보 및 신용카드 매출채권 같은 소비자 금융을 기반으로 했던 미국과 달리, 중국 그림자금융은 기업 간의 거래가 대부분이죠. 따라서 광범위한 개인디폴트 사태가 중국에선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요. 중국 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국유기업이고 중앙 정부가 이들을 구제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민간기업 대출 수요와 중국인들의 민간대부업 이용률 증가가 그림자금융을 키웠다는 점, 국유기업 대출 다음으로 비중이 큰 부동산 대출이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가져와 은행권에 이중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불안한 요인으로 남아 있다.
오양 후이 교수는 중국 그림자금융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자산관리상품과 신탁상품을 대체하기 위해 채권시장을 성장시켜야 합니다. 투자자들의 신용거래를 모두 공개하도록 규제도 해야죠. 무엇보다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서둘러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거죠.” 결국 그의 말은 중국의 그림자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좀 더 금융개혁 속도를 높여 금융 투명성을 확보하고 중국 자본시장을 다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