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밀알은 스타트업 벤처다. 2000년대 초반 벤처거품이 걷히면서 수많은 벤처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현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벤처의 발굴이 절실하다. 포춘코리아는 패기와 아이디어로 무장한 국내 벤처기업 대표를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사업과 세상과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첫 번째 주자는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요기요의 나제원 대표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김영기 nathankimphoto@gmail.com
“국내 배달음식 시장은 연간 10조 원 규모입니다. 아직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배달시장 규모는 이 중 3~4%에 불과하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요기요(yogiyo)’가 바로 시장의 중심에 설 것입니다.”
지난 4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요기요 본사에서 만난 나제원 대표는 차분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요기요는 요즘 배달음식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이하 배달앱)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지상파, 케이블, IPTV에서 동영상광고를 진행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무서운 후발주자’ 요기요의 힘은?
스마트폰은 일상생활을 바꿔놨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은 라이프 사이클의 변화를 넘어 거대한 시장을 창출해냈다. 배달 앱 시장도 그중 하나다. 소비자는 배달앱을 통해 주변에 있는 음식점에서 손쉽게 주문을 할 수 있다. 더욱 편리하고 빠른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현재 배달앱 시장의 규모는 연간 3,000억~4,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배달앱 시장이 앞으로 매년 20~30%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요기요는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배달앱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2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요기요는 평균 25% 이상의 월 성장률을 꾸준하게 유지하며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인 지난해 8월에는 방문자 수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요기요는 지난 2월 방문자수 129만 255명을 기록하며 1위 업체 ‘배달의 민족’의 87% 수준으로 치고 올라갔다. 3위 업체인 ‘배달통’의 방문자 수보다는 2.5배나 많았다. 배달의 민족이 요기요보다 2년 앞서 출범한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애플리케이션 마켓 ‘구글플레이’가 선정한 ‘2013년 베스트 앱’에 배달앱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상품성과 함께 경쟁력도 인정받은 것이다. ‘무서운 후발주자’ 요기요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나 대표는 “기존 배달 앱 서비스와 가장 큰 차이점은 소비자가 음식점과 통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음식점 검색, 메뉴 선택에서 주문,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요기요 플랫폼 안에서 완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기요를 제외한 타 경쟁서비스의 경우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앱을 통해 음식점과 직접 통화를 해야 한다. 결제 역시 음식 배달원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거나 카드로 결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뒤늦게 일부 경쟁사가 앱 상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요기요처럼 100% 앱 결제는 아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클린 리뷰’다. 대다수 배달앱은 음식점 관련 리뷰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배달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각 음식점에 대한 평가를 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리뷰를 할 수 있는 만큼 경쟁사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과 악성 댓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리뷰는 소비자가 음식점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매개체인 만큼 음식점 점주들 역시 리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나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린 리뷰’ 정책을 꺼내 들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실제 요기요에서 구매한 실적이 있는 사용자에게 배달 1건당 1번의 리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 대표는 말한다. “배달앱 뿐 아니라 많은 앱 개발 업체들은 리뷰 공간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오픈한다. 하지만 리뷰 개수는 많아져도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달 서비스의 핵심은 바로 음식점에 대한 공정한 평가다. 이를 위해 클린 리뷰 정책을 시행했다.”
요기요는 소비자뿐 아니라 음식점에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문 전용 단말기’ 지급이다. 대다수 배달 음식점은 점심과 저녁 등 주문이 폭주하는 시간대에 주문전화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다. 특히 전화주문이 아닌 앱 주문의 경우에는 실시간 주문 확인이 쉽지 않다. 앱 사용자들의 가장 큰 불만인 배달 지연도 이 때문에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 대표는 요기요 가맹점에 주문 전용 단말기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앱 내에서 주문이 이뤄지면 단말기를 통해 영수증 형태로 주문 음식, 결재 내역, 배달 주소가 출력된다. 점주는 이를 확인 후 단말기를 통해 소비자 앱으로 주문 접수 여부와 예상 소요 시간을 전송한다.
나 대표는 “주문 전용 단말기를 보급한 뒤 배달 지연이 해결되고 빠른 주문도 가능해지는 성과를 거뒀다”며 “소비자와 음식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TV광고는 요기요의 인지도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요기요는 케이블TV를 시작으로 지난 1월부터는 지상파에서도 TV광고를 통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과도 좋다. 케이블 광고를 시작한 지난해 12월과 지상파 광고를 시작한 지난 1월에 각각 전월 대비 68%, 50%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요기요 가맹점은 전국적으로 3만여 개로 늘어났으며 매달 꾸준히 가맹점이 증가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벤처가 목표”
요기요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나 대표는 사실 IT 쪽과는 무관한 경영 컨설턴트 출신이다. 2008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나 대표는 맥킨지앤드컴퍼니컨설턴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컨설턴트로 첫 발을 내디딘 이유는 창업을 위한 준비단계를 밟기 위해서였다. 맥킨지는 CEO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전략컨설팅회사로 유명하다. CEO의 관점에서 경영을 배울 수 있는 맥킨지에서의 경험은 창업을 목표로 했던 나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이후 나 대표는 맥킨지에 함께 입사했던 박은상 현 위메프 대표이사와 함께 지난 2010년 6월 ‘슈거딜’이라는 소셜커머스를 창업했다. 그리고 ‘슈거딜’은 10개월 만에 동종 서비스인 위메이크프라이스에 인수됐다.
나 대표는 위메프의 경영전략담당 실장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위메프를 소셜커머스 업계 1위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하지만 나 대표는 얼마 안 가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나 대표는 “내가 직접 창업한 회사가 아니라서 그랬는지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무작정 회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나 대표가 창업을 위한 아이디어 구상에 몰입하던 지난 2012년 초,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바로 유럽의 인큐베이팅 업체 ‘ 팀유럽’이었다.
팀 유럽은 독일에서 학생 커뮤니티 서비스, 회원제 쇼핑클럽 등을 성공적으로 발굴·육성한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다. 현재는 독일, 영국, 러시아, 멕시코 등 세계 10개 국에서 온라인 음식 주문 결제 서비스 ‘딜리버리 히어로 Delivery Hero’를 운영 중이다. 당시 팀 유럽은 유럽시장에 안착한 딜리버리 히어로의 한국 버전인 ‘요기요’를 국내에 설립하고 경영진을 물색하고 있었다.
나 대표는 팀 유럽의 제안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무엇보다 기존 배달 서비스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요기요의 성공 가능성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모바일 기반이라는 특수성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깨달은 나 대표는 2012년 5월 서비스 시작을 위한 본격적인 사전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이름부터 지었다. 요기요는 ‘시장기를 면할 정도로 먹다’는 뜻의 한자어 ‘요기(療飢)’와 음식점에 들어가 주문할 때 통상 쓰는 ‘여기요’를 조합한 말이다. ‘빠르고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음식 주문 서비스’라는 서비스 취지를 살린 이름이다.
하지만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시장에 안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존 서비스와 차별점이 필요했다. 나 대표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배달 서비스라는 취지에 맞게 고객이 쉽고 간편하게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최우선에 뒀다. 국내 사정에 맞게 배달 지역을 세분화했고, 모바일 앱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보다 많은 맛집을 제공하기 위해 앱 화면을 차지하는 광고를 과감히 제외했다. 모바일 앱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광고를 싣지 않는다는 결정은 도박과도 같았다. 모바일 앱에 있어 광고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한된 화면에 담긴 과도한 광고는 자칫 서비스 본질을 가릴 수 있다고 판단한 나 대표는 광고를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나 대표는 “나의 꿈은 작지만 강한 벤처를 만드는 것이다. 작지만 강한 벤처는 서비스 본질에 충실하고 기존 기업과 차별화 된 전략을 경영의 최우선에 둬야 비로소 완성된다.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면 매출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적 성장보다 내실에 집중”
배달앱 시장은 올해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요기요를 포함한 기존 배달앱 업체 간 경쟁뿐 아니라 소셜커머스에서도 배달과 관련한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위메프는 배달앱들의 이용권을 40%가 넘는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구매한 이용권을 통해 요기요, 배달통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티몬은 최근 지역 카테고리에 새롭게 ‘배달’ 서비스를 신설하고 직접 배달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요기요 역시 이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미 팀유럽으로부터 총 11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지난달에는 트위터, 넥슨, 티켓몬스터 등 국내외 유명 벤처에 투자해온 인사이트 벤처 파트너스를 통해 145억 원의 추가투자를 이끌어 냈다. 나 대표는 투자금을 외형적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우선 사용할 생각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생각도 아직은 없다. 배달 음식 종류를 다양화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 ‘배달 음식은 요기요’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말한다.
나 대표는 말한다. “배달앱 서비스 업체 중 대규모의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요기요가 유일하다. 주문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려면 고객센터 운영은 필수다. 이처럼 단순히 외형적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져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주는 것이 나와 요기요 직원들의 궁극적 목표다.”
나제원 대표에게 벤처란?
“벤처는 진통제와 같아야 한다. 소비자의 불편한 부분을 신선한 아이디어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벤처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