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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RIDE]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프랑스 감성에 기술·실용성 더한<br>7인승 럭셔리 디젤 패밀리 밴

독특한 스타일에 주행 안정성, 경제성까지 두루 갖춘 7인승 디젤 패밀리밴이 왔다. 프랑스 시트로엥이 만든 그랜드 C4 피카소다. 7~8인승 차량에 대한 인기가 점차 높아지자 아시아 최초로 한국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뭐가 다르다. 시트로엥이 만든 차들은 언제나 시선을 끈다. 은색으로 반짝이는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콘셉트카처럼 서 있었다. SF영화 속 탈것처럼 날개를 펼치고 솟아오를 것 같다. 전위적이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7인승 차량이다. 7명을 한꺼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차들은 모양새가 비슷비슷하다. 그랜드 C4 피카소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찬찬히 바라봤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달랐다.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인텐시브(Intensive)와 인텐시브 플러스(Intensive Plus) 두 가지 트림으로 국내에 출시됐다. 부가세 포함 가격은 각각 4,290만 원과 4,690만 원이다. 시승차는 상위 기종인 인텐시브 플러스 트림이다.

시트로엥을 국내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그랜드 C4 피카소를 7인승 럭셔리 패밀리밴이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7~8인승 수입 미니밴보다 1,000만 원가량 저렴하지만 안팎을 뜯어보면 더 고급스럽다.

독특한 스타일과 넘치는 실용성

딱 붙은 후드와 앞 범퍼 사이 중앙에 틀어박힌 시트로엥 엠블럼은 좌우로 이어진 가늘고 긴 직사각형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 이곳 양 끝에는 주간주행등이 납작하게 틀어박혀 있다. 그아래 얼핏 안개등처럼 보이는 게 헤드램프다.

진짜 안개등은 범퍼 맨 아래 동그랗게 자리 잡고 있다. 후방 램프는 위아래를 2단으로 나눠 놓았다. 투명한 덮개 안에 면발광 LED가 사각형으로 여러겹 겹쳐 있다. 불쑥 솟은 앞 뒤 펜더와 문짝 두 개를 가로지르는 선은 볼륨감을 살려준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과하지 않은 크기에 시트로엥이 이전 모델에서 보여줬던 뛰어난 개방감을 더했다. 덩치는 기아 카렌스보다 6.5cm 길고, 2.5cm 넓으며, 2cm 높다. 쉐보레 올란도보다는 7.5cm 짧고 0.5cm 좁고 낮다. 덩치에 비해 속은 넓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가 긴 게 한 몫을 한다. 휠베이스가 올란도보다 8cm, 카렌스보다는 9cm 길다. 한 뼘도 안되는 길이지만 차이는 크다. 여기에 앞 유리창을 최대한 차체 앞으로 밀어냈다. 캡포워드 디자인이다. 유리창이 앞으로 밀린 만큼 천장을 떠받치는 앞 기둥도 2개로 늘었다. 두 기둥 사이는 유리로 마감했다. 앞유리도 운전석 머리부분까지 길게 누워 올라가 있다. 전방 시야가 끝내주게 좋다. 앞 좌석 쪽 천장 좌우에 달린 햇빛가리개는 2단으로 끌어내릴 수 있어 햇빛이 강한 날에 사용하기 편리하다.

천장도 유리로 덮었다. 다른 시트로엥 차량처럼 지붕 유리 천장이 열리지는 않는다. 대신 햇빛가리개를 4단계로 열고 닫을 수 있다. 문을 열고 내부를 살펴봤다. 좌석은 2+3+2형태로 배치했다. 공간 활용도가 무척 뛰어나다. 2열과 3열은 접을 수 있고, 1열 조수석 등받이도 앞으로 완전히 숙일 수 있다. 시승차는 1열 조수석에 ‘라운지 팩’ 옵션을 적용한 녀석이었다. 버튼을 누르면 비행기 1등석처럼 다리를 곧게 펼 수 있는 발 받침대가 펼쳐진다. 머리 받침대는 끝 부분을 구부려 각도를 맞출 수 있다. 마사지 기능(운전석에도 있다)까지 더해 소파와 같은 편안함을 제공한다.

1열 등받이 뒤에는 작은 접이식 테이블도 마련했다. LED 조명도 설치해 밤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2열에 나란히 설치된 좌석 3개는 각각 개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탑승자 편의와 신체 크기에 맞게 좌석 위치를 앞뒤로 이동(150mm 이내)할 수 있고, 등받이 각도도 바꿀 수 있다. 2열 창문에는 수동식 햇빛가리개가 달려 있다.

3열에는 2명이 앉을 수 있다. 좁고 답답할 것 같아 보이지만 2열 좌석 위치만 잘 조정하면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3열 창문도 커서 생각보다 안락하다. 뒷문은 크기와 열리는 각도를 최적화해 3열 좌석으로 쉽게 승하차 할 수 있게 설계했다.

3열 좌석을 바닥으로 접어 넣고, 2열을 최대한 앞쪽으로 밀면 트렁크 공간은 700리터 이상까지 늘어난다. 아예 2열 좌석까지 접으면 최대 1,843리터까지 적재할 수 있다. 여기에 1열 조수석까지 접으면 둘둘 만 카페트처럼 길쭉한 짐도 쉽게 실을 수 있다.

경쾌한 달리기 실력

자리를 옮겨 운전석에 올랐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운전석 위치가 SUV보다 낮고 세단보다는 높다. 타고 내리기 편하고 시야도 좋다. 먼저 운전대가 눈에 띄었다. 아래가 일자로 깎인 D컷 운전대다. 여기에 패들시프트도 달았다. 좀 달릴 줄 아는 차량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다목적차량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달려보고 난 뒤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별난 시트로엥답게 변속기는 운전대 뒤쪽 몸통에 볼펜처럼 달려 있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빨리 자신을 움직여보라며 충동질을 해댔다. 전동으로 운전석을 움직여 자세를 잡고 시동 버튼을 눌렀다. 묵직한 디젤음이 들려오면서 LCD계기반이 잠에서 깨어났다. 계기반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센터페시아 맨 위에 있다. 큼지막한 12인치 LCD모니터를 통해 차량 주행 상태를 동승자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그 아래에는 7인치 LCD모니터를 달아 오디오, 내비게이션, 공조장치, 차량 세팅을 조정한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배기량 1,997cc 블루HDi 디젤엔진을 달았다. 최대출력 150마력에 37.8kg·m 토크를 낸다. 볼펜대처럼 생긴 변속기 레버를 오른쪽으로 밀어 드라이브 모드에 맞췄다. 달릴 준비를 끝낸 그랜드 C4 피카소가 움찔거린다.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자 엉덩이를 일으키고 튀어나간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다소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 운전했을 때 느낌은 많이 다르다. 최대토크가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엔진 회전 구간(2,000rpm)에서 발생한다. 알루미늄 골격을 사용한 차체는 1,685kg으로 중대형 승용차 정도 몸무게에 불과하다. 카렌스보다 80kg, 올랜도보다 265kg 가볍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7인승이지만 주행 재미를 포기하지 않았다.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선 그랜드 C4 피카소는 생김새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로보캅처럼 보호장구를 착용해 몸놀림이 둔해 보이지만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는 아이스하키 선수를 보는 것 같았다.

평범해 보이는 6단 자동변속기가 분주히 기어를 맞물리며 그랜드 C4 피카소를 움직인다. 디젤엔진이지만 회전 질감이 매끄럽다. 주행감 역시 얼음판 위를 미끄러지듯 부드럽다.

소음과 진동도 제법 잘 잡았다. 디젤 엔진은 두터운 토크를 꾸준히 뽑아냈다. 엔진 회전수를 많이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힘이 나오는 엔진은 꼬리에 따라 붙는 차들을 쉽게 따돌렸다. 제원표에 나타난 수치와는 다른 달리기 실력이었다. 제로백이 엄청나게 빠르거나 최고속도가 대단하지는 않지만 잘달린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앞바퀴를 굴리는 7인승 밴이지만 특히 고속주행 안정감이 뛰어났다. 무게중심은 기존모델보다 5cm 낮아졌고 휠베이스는 길어졌다. 여기에 가벼워진 차체가 만나 꽤나 스포티한 움직임을 보였다. 서스펜션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뒤뚱거리지 않고 탄탄하게 자세를 유지했다. 특히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가 인상적이었다. 뒷바퀴가 과속방지턱을 타고 넘으면 단 한 번 부드럽게 ‘출렁’하곤 그대로 자세를 잡아 전진했다. 위 아래 움직임이 아주 적당하고 깔끔했다. 코너링 때 차체 쏠림 억제력도 뛰어났다. 일반 세단과 차이를 못 느낄 정도다. 다른 시트로엥 차량처럼 편안하면서 확실하게 잡는 제동 능력도 그대로였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연비를 중시하는 요즘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을 사용해 시속 8km 이하에서는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고 다시 움직이면 0.4초 내 주행을 시작한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국내 공인 복합연비 기준으로 리터당 14.0km(도심 13.0km·고속도로 15.6km)를 달린다.

경쟁력 있는 상품성

그랜드 C4 피카소는 국내에 네 번째 소개된 시트로엥 차량이다. 지난해 9월 유럽에서 출시한 후 9개월 만에 8만 대 이상 팔린 인기 모델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3월 국내 출시 당시 푸조-시트로엥의 아시아 담당 매니저 세드릭 두셰네는 “지난해 시트로엥은 세계시장에서 126만 6,000대를 판매했는데, 아시아 지역에서 26%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며 “특히 한국시장에서의 시트로엥 성장률이 독보적으로 높은 87%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시트로엥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한불모터스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가을쯤에는 5인승 모델도 국내 출시한다. 송승철 한불모터스 사장은 “콤팩트한 크기지만 넓은 휠베이스로 실내 공간을 확대했다”면서 “미니밴 수요자가 주 타깃이고, 경쟁 모델은 혼다 오딧세이. 토요타 시에나, 크라이슬러 그랜드보이저 같은 차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독일 주간지 빌트암존탁과 전문지 아우토빌트가 선정한 ‘2013 골든스티어링 휠’, 영국 유력 자동차 매거진 BBC탑기어가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패밀리카’에 뽑히는 등 유럽에선 이미 인기가 입증된 차량이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국내 수입 7인승 MPV 중 유일한 유럽산 디젤차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디젤엔진은 강력한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국내 출시된 수입 미니밴은 대부분 북미시장에 주력하는 미국산 가솔린 차종이다. 그랜드 C4 피카소는 프랑스 감성에 실용성과 탄탄한 주행성능을 더한 차다. 여기에 디젤엔진이 가진 경제성까지 챙겼다. 합리적인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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