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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의 명가 몽블랑 이젠 시계로 승부 건다”

제롬 랑베르 몽블랑 글로벌 CEO 인터뷰

성공한 사람들에게 몽블랑 만년필은 필수품이다. 시계는 최근 성공한 남성들이 가장 즐겨 찾는 아이템이다. ‘인생의 동반자’를 자처하며 라이프 토털 브랜드로 성장해 온 몽블랑이 시계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이유이다. 한국은 펜과 함께 레더 제품, 시계 판매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몽블랑의 주요 마켓이 되고 있다. 작년 말 몽블랑 사령탑에 오르고 처음 방한한 제롬 랑베르 Jerome Lambert 몽블랑 CEO를 만나 몽블랑의 전략을 들어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김태환 circus-studio.net


만년필 하면 몽블랑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몽블랑 하면 시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간혹 명함 지갑이나 서류가방과 같은 가죽 제품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몽블랑이 라이프 토털 브랜드로 확장된 것이 주된 이유이다. 그 중심에 시계가 있다. 여전히 만년필이 몽블랑 매출의 기반이지만 성장세는 시계, 보석이 이끌고 있다. 시계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해왔다. 머지않아 몽블랑 전체 매출에서 시계가 만년필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만년필 하면 몽블랑, 몽블랑 하면 시계’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최근 명품소비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30~40대 남성의 구매력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남성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제롬 랑베르 몽블랑 글로벌 CEO가 방한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남성들이 주도하는 고가의 시계 수요가 늘고 있는 한국 시장을 둘러보기 위함이다. 또한 변화된 판매망을 점검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보인다. 1974년부터 유통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해온 몽블랑은 올해부터 직접 판매로 변화를 주었다. 그의 이력도 눈에 띈다. 그는 시계 브랜드인 예거르쿨트르 출신이다.

제롬 랑베르 CEO와 남대문 근처 스테이트타워에 위치한 리치몬트 코리아 회의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A]

Q.스마트폰 시대엔 펜을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오피니언 리더나 자산가들의 책상 위엔 몽블랑 펜이 놓여 있다. 묘한 아이템이다. 선물용으로도 꾸준히 팔린다. 정통 명품이 선물용, 소장용에 머무르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동의하진 않지만 흥미로운 접근이다. 사람들이 글쓰기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본인에게 알맞은 필기구, 최상의 닙(펜촉)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는 경험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 기쁨은 주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인간이 불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인류는 흔적을 남기려는 본능을 가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몽블랑 만년필은 그 본능을 일깨워 준다. 디지털이 보편화 된 IT 강국 한국에서 최근 몇 년 새 만년필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만년필을 경험한 고객이 계속 찾고 있는 것이다. 몽블랑 제품이 고가라서 선물용으로만 인기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기업뿐 아니라 개인 구매 고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Q. 독일 브랜드 라미LAMY는 디자인 혁신으로 유명하다. 독일에서 라미 판매량이 몽블랑을 앞선다는 말도 있다. 최근 정통 명품 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로 신진 브랜드와 실험적 디자인, 합리적 가격 등이 지적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CEO의 생각은?
A. 일부 제품군에서 앞섰는지 모르지만 진정으로 라미가 몽블랑을 앞섰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필기구 한 분야만 보더라도 몽블랑 판매 규모는 라미보다 20배 이상 크다. 정통 필기구 시장 점유율도 10배 이상이다. 디자인 면에서도 몽블랑은 다양한 디자인 어워즈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라미와는 철학도 다르다. 몽블랑은 인생의 동반자가 될 제품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색상을 발표해 관심을 환기하는 제품과 몽블랑은 제품 철학이 다르다. 시즌성이 아니라 오래 두고 함께할 제품을 원하는 고객들이라면 몽블랑을 선택한다.


Q. 소비자들이 똑똑해지면서 소비 트렌드도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해외직구와 옴니 채널이 그 예이다. 몽블랑의 마케팅 전략이 궁금하다.
A. 지금과 같은 소비 트렌드는 소비자 욕구가 점점 커지고 다양해진 현실을 반영한다. 기업은 이를 잘 이해하고 욕구를 컨트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몽블랑은 신제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해만 해도 신제품 출시량을 전년보다 30% 늘렸다. 하지만 제품 수량은 한정적이다. 제작 단계에서 제품의 수량과 질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욕구에 부응하되 흔하지 않은 제품을 만든다. 이런 점이 꾸준히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브랜드를 좀 더 젊게 만드는 노력이나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Q. 최근 쇼핑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30~40대 남성이 부상하고 있다.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인 몽블랑에겐 기회일 것 같은데?
A. 세계적으로 남성 소비자가 부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30~40대 남성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섬세하다. 동시에 새로운 즐거움을 원한다. 고객이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제품을 기획하라고 늘 당부하는 이유이다.


Q. 몽블랑이 최근 시계에 브랜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계는 만년필에 비해 진출 역사가 짧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시계로 옮겨가는 것인가? CEO도 시계 브랜드 출신이지 않은가?
A. 몽블랑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필기구를 만들었고 가죽 제품 역시 9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시계는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미네르바 매뉴팩처를 인수한 것을 감안하면 150년이 넘는 시계 제조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필기구와 가죽 제품을 만들어 오던 공방 그리고 장인정신이 시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몽블랑 시계가 더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다른 명품과 마찬가지로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아이템이 시계이기 때문이다. 몽블랑이 필기구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몽블랑은 라이프 토털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시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필기구와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달라. 결코 시계로 중심이 옮겨가는 것은 아니다.


Q. 라이프 토털 브랜드가 되면서 브랜드 정체성이 희석되는 것이 염려되진 않는가?
A. 그렇지 않다. 몽블랑은 유럽의 장인정신, 기술적 혁신, 섬세함을 상징하는 브랜드이다. 이런 점들이 고객들의 삶에 조화롭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토털 브랜드로 확장하는 것이다. 더 완벽한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몽블랑의 브랜드 정체성은 만년필, 시계, 가죽제품과 액세서리 등 곳곳에 그대로 녹아 있다.


Q. 몽블랑은 독일의 어떤 가치를 닮았나?
A. 내가 알기로 한국인은 독일의 강한 신념을 좋아한다. 독일의 신념이라 함은 지적으로 확신에 차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현하는 것을 말한다. 몽블랑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몽블랑의 기술적인 성과와 브랜드 고유의 남성적 매력은 IT기술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전통적인 문화와 다이내믹한 문화가 공존하는 한국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다.


Q. 몽블랑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A. 없다. 다만 분야별로 경쟁자는 있을 것이다. 경쟁자들은 각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몽블랑 역시 최고라고 자만하지 않고 쉼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경쟁자가 아닌 고객 때문이다. 광고나 기획, 시장 개척, 실수,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이후에 고객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몇 배로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계만 해도 1,000여 개 브랜드가 있다. 스위스의 뛰어난 브랜드와 함께 몽블랑 시계가 그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꾸준한 노력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 때문이라 생각한다.


Q. CEO와 몽블랑에 얽힌 재미난 사연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몽블랑을 맡으며 스위스에서 독일로 이사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강아지를 키우기로 약속했다. 아이들이 직접 살아 있는 생물을 키워가며 책임감을 키우는 것이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더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매주 강아지와의 일상을 적어보게 했다. 몽블랑 공책과 필기구를 사용해서 말이다. 아이들은 말하는 것 이상으로 글 쓰는 것을 즐거워했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에 펜을 이용해 직접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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