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ATRICIA SELLERS
빌 게이츠 부부가 수전 데스먼드-헬먼에게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하 게이츠 재단)의 CEO를 맡아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녀는 무척 바쁜 상태였다. 우간다에서 암 전문의로 활동한 뒤 제약업계에서 중요 직책들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제넨테크 Genentech에서 제품개발 사장으로 활동하며 회사를 암 치료부문 최고 기관으로 발전시켰고, 2009년 제넨테크가 스위스계 글로벌 제약회사 로슈 홀딩스 Roche Holdings에 인수 된 후에는 회사를 떠나 UC 샌프란시스코 University of California at San Francisco(이하 UCSF) 최초의 여성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녀는 총 직원 수 2만 3,000명의 의료연구 전문대학을 이끌면서 남는 시간에는 프록터 앤드 갬블 Procter & Gamble(이하 P&G)과 페이스북의 이사로도 활동했다. 이렇게나 많은 일을 하던 그녀에게 비영리 재단 운영은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작년 가을 멀린다 게이츠는 수전 데스먼드-헬먼을 만나기 위해 멀리 시애틀에서 날아왔다. 그리고 게이츠 재단의 CEO가 돼 달라고 끈질긴 설득을 시작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다소 놀라 사양했다. 하지만 데스먼드-헬먼(56)은 게이츠 부부와 두 달간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뒤 마침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전 세계 질병퇴치에 공헌할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녀는 5월 1일 게이츠 재단 CEO에 취임하기로 합의했다. 2008년 멀린다 게이츠에 대한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썼던 포춘의 선임 객원기자 패티 셀러 Pattie Seller가 멀린다 게이츠와 수전 데스먼드 헬먼을 독점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을 편집한 이 기사를 보면 그들이 어떻게 파트너십을 갖게 됐는지, 400억 달러의 재단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재산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워런 버핏 Warren Buffet은 성공적인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됐나?
수전 데스먼드-헬먼(이하 수전): 남편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게이츠 재단에서 일했다. 그래서 재단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고, 남편 닉 Nick이 연구했던 에이즈에 대해서는 꽤나 지식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UCSF 메달이 큰 인연이었다. UCSF메달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시스템상 일종의 명예학위인데 지난해 멀린다에게 이 UCSF 메달을 수여했다. 덕분에 멀린다와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예전에 게이츠 재단의 자문위원으로 있었는데 그때는 멀린다를 못 만났나?
수전: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멀린다 게이츠(이하 멀린다): 셰릴 샌드버그 Sheryl Sandberg의 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수전: 셰릴이 개최한 행사에 멀린다도 참석했다. 우리는 거기서 만나 잠깐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다.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눈 정도였다. 멀린다가 4월 행사에 왔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대화를 나누며 그녀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수전: 당시 들었던 생각은 ‘총장이 얼마나 바쁜지 알기나 해?’였다. 총장은 대학의 운영, 홍보, 부동산 관리, 기금모금 등 모든 일을 총괄한다. 당시는 최악의 경기침체를 막 벗어나고 있었던 터라 주 정부 지원금도 빠듯한 상황이었다. 일류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일해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 쏟고 있었다.
멀린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모습이 무척 멋졌다.
수전: 이야기가 길어 질수록 갈피를 잡기가 더 힘들어졌다. 승낙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늘 사람들에게 하는 말은 ‘기회가 있다면 세상을 바꾸는 데 동참하라’는 것이다. 계획 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소아마비를 퇴치하는 등의 원대한 꿈을 꾸라는 것이다. 안 될 이유가 뭐가 있나? 나는 ‘UCSF 총장일로 바쁘다’에서 ‘한번 생각해 보겠다’로 태도를 바꿨다. 우선, 게이츠 부부와 잘 화합할 수 있을지 확인해야 했다. 때문에 업무 스타일과 가치관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멀린다: 우리는 수전의 가치관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사명감을 가지고 재단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수전이 우간다에서 했던 일과 세계 보건에 대한 그녀의 철학을 보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 장점들도 많았다. 제넨테크 회장 아트 레빈슨 Art Levinson과의 공동연구 성과를 미루어 볼 때 수전은 훌륭한 파트너가 될만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빌과 나는 성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검증 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수차례 전화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수전과 내가 통화를 하고 있었고, 빌이 나중에 합류해 함께 이야기를 했다. 9시가 넘어 아이들이 모두 잠든 늦은 시간이었지만 수전은 매우 협조적이었다.
수전이 입사했을 때만 해도 제넨테크는 지금과 같은 유명 암치료제 개발회사가 아니었다. 암 연구 재원을 조달하고, 암 연구 선두기업으로 만드는 데 그녀의 공이 컸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가? 수전이 앞으로 할 일은 재단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할당하는 것 아닌가?
멀린다: 수전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가 대담한 CEO를 고용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웃음). 그 점이 좋다.
수전: 나는 수줍음이 많은 타입이 아니다.
멀린다: 우리 부부는 ‘이 일을 진행해도 괜찮겠지? 그래 괜찮아!’라고 스스로 자문해야 했다. 수전은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는 ‘만약 이 일을 시도하면 멀린다와 빌은 어떻게 여길까?’라고 생각한 후 우리의 의견을 묻는다. ‘나에게 이 일을 진행할 재량권이 있나? 이 일을 하는데 필요한 직원들을 고용할 수 있나? 그래도 괜찮나?’라고 묻는 식이다. 수전은 정밀의학에 대한 관심을 분명히 표명했다. 그것은 우리 재단이 추구하는 방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정밀의학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신념을 쉽사리 포기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수전: 정밀의학은 빅 데이터를 보건분야에 접목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유전체학을 뛰어넘어 환경과 공공의료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한다. 때문에 (게이츠 부부와의) 인터뷰 내내 재단에 있으면서 이러한 중요한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CEO로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는 없을지 고민했다.
기금운영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말하는 것인가?
수전: 그렇다. 장기적인 어젠다를 설정하고 싶다.
멀린다, 내가 당신에 관한 기사를 썼던 2008년 1월 이후 어떤 점들이 변했나?
멀린다: 당시에는 계획출산 장려 사업을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 파트너들이 ‘계획출산은 세상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일이야’라고 외치게 만들 정도로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여성들이 출산 계획을 세우고 출산 기간을 조정할 수 있게 피임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빌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점들도 크게 영향을 준 것 같다. 아프리카 여성들은 육아와 출산이라는 엄청난 무게를 홀로 견디고 있다.
계획 출산과 관련해 2012년 발표했던 목표는 무엇이었나?
멀린다: 1억 2,000만 명의 여성들에게 피임도구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영국정부는 이를 위한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고, 다른 복수의 국가들도 동참했다. 덕분에 1억 2,000만 명에게 피임도구를 제공하는 데 충분한 26억 달러의 재원을 확보했다. 7개 국가에서 이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일례로 나이지리아는 세계에서 출생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과거 여성들은 피임도구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피임도구를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겼다.
수전, 당신도 멀린다와 빌과 함께 게이츠 재단의 얼굴로 활동할 것인가?
수전: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나는 관리자 역할을 좋아한다. 재단의 인재들을 활용해 어떻게 최고 결과를 만들지를 고민하는 것 말이다. 그 과정에서 매트릭스를 적극 활용한다. 특히 업무 초기에는 특히 더 그렇다. 대중 앞에 서는 것을 내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
멀린다: 우리는 매년 내부 문화는 물론, 직원들이 관리자와 부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체조사를 실시한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수전이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적극 나서고 있다. 수전의 매우 큰 장점 중 하나다.
수전, 워런 버핏과 새로운 일(게이츠 재단 CEO가 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했나?
수전: 승낙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멀린다: 워런은 수전이 게이츠 재단의 CEO 후보라는 사실을 일찍이 알고 있었다. 전화로 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수전: (포춘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서밋 (Women Summit)에서 워런을 만났다. 그는 내게 자신은 바이오테크 투자자는 아니지만 (웃음) 내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멀린다: 버핏은 이전에 우리에게 “누가됐든 당신 부부로부터 최고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 최근 전화통화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수전, 당신은 제넨테크에서 UCSF, 게이츠 재단으로 계속 자리를 옮겼다. 현재 P&G와 페이스북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자신만의 커리어 전략이 있나?
수전: 나만의 철학이 있다. 우간다로 간 것은 UCSF 교수가 된 몇 년 후였다. 그때까지는 일반적인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우간다에서의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크게 바꿔놓았다.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나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지 고민했다. 때문에 내가 맡았던 모든 일은 두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첫째,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거나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돕는 일이다. 둘째, 내 능력을 활용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제약회사 브리스틀-마이어스 스큅 Bristol-Myers Squibb, 제넨테크, 그리고 UCSF에서 리더 역할을 수행했는데 그때마다 내 스스로에 대한 잣대를 높였고,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
멀린다: 이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당신이 후보자를 선정할 때 수전이 비슷한 말을 했을 것 같기도 한데.
멀린다: 수전은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말한 적조차 없다.
처음에는 수전을 설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나?
멀린다: 물론이다. 선정 과정 말미에도 수전이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몇 차례 밤 늦게까지 대화를 나눴다.
뭐가 문제였나?
멀린다: 수전이 대의를 가진 사람이라는 점은 알았다. 그러나 당시 그녀는 자신의 일에 너무나 몰두해 있었다. 때문에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볼 여유가 없어 보였다. 아마 ‘지금 맡고 있는 일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나?’라고 생각한 것 같다.
수전: 우리 셋은 일요일 밤 늦게까지 전화통화를 했다. UCSF의 동료들과 함께 진행 중이던 놀라운 프로젝트들이 계속 떠올랐다. 특히 뇌과학과 어린이들이 생각났다. 당시 오클랜드 아동병원 (Children’s Hospital of Oakland)과 협약을 체결해 가난한 가정과 아이들을 도울 병원을 짓기로 한 상태였다. 빌과 멀린다는 번갈아 가며 재단의 꿈과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나는 ‘앞으로 10년 동안 어떠한 비전을 꿈꾸고 있나?’라고 물었고, 둘 다 아주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었다.
그럼, 그 비전에 대해 말해달라.
수전: 정확히 기억한다. 멀린다는 여성과 여아들의 삶의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빌은 소아마비를 비롯한 질병퇴치와 백신개발에 대해 말했다. 처음으로 그들의 열정과 사업의 구체적 범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확신했고, 그 때 총장직에 대한 대한 미련을 접었다. 이 기회는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했기 때문에 총장직에서 물러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인터뷰 전문은 포춘 홈페이지(Fortune.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