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협력회사는 갑을 관계가 아니다. LG가 가장 신뢰하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라.’ 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미래 성장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를 강조해 온 구 회장의 이 같은 의지는 LG그룹 상생전략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LG그룹은 지난해부터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 등 3개 분야에서 발생하는 연간 4,000억 원 규모의 물량을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3개 분야에서는 계열사 간 거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우선 SI 분야에서 LG 계열사들이 발주할 사업 가운데 2,3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중소기업 등에 개방했다. 이 중 50%는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고 50%는 경쟁 입찰을 실시했다. 다만 기존 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성에 영향을 주는 영역은 제외했다.
광고 분야에선 LG 계열사가 발주하는 광고금액 가운데 1,000억원 규모의 거래 기회를 중소기업 등에 할애했다. 보안이 중요한 신제품 및 전략제품을 제외한 광고 부문에서 경쟁 입찰을 확대했다. LG그룹은 전시·이벤트·홍보물 제작 같은 광고의 경우에도 중소광고대행사 직접 발주를 크게 늘릴 예정이다. 앞으로도 광고 제작경쟁 입찰을 점차 확대해 비계열 독립 기업인 중소 대행사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중소기업의 발주 비중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협력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재정적 문제다. LG그룹은 협력사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금전적 지원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우선 LG그룹은 지난해 1차 협력회사 중심의 동반성장펀드를 2,500억 원 규모에서 3,400억 원으로 확대했다. 또 2·3차 협력사 자금지원을 위해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생활건강 등 4개 계열사가 2,000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추가로 조성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자금 확보가 어려운 중소협력회사를 위해 LG상생펀드 및 LG패밀리론 등을 마련하고 매년 평균 500억 원 이상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조건도 꾸준히 개선해 현재 대금결제를 100% 현금으로 하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또 지난 3월에는 전문 인력과 자금 부족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이 어려운 중소 협력회사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40억 원 규모의 에너지 펀드를 마련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올해 영업대리점에 200억 원을 지원하고 채권상계 유예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대리점 자금 유동성 개선을 위한 지원을 늘려 나가고 있다. 기존 구매 협력사에 머무르던 동반성장 정책을 영업대리점으로까지 점차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LG그룹은 이 같은 금전적인 지원 외에도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지원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특허 257건의 무상 공유를 결정한 바 있다.
이들 특허는 대부분 LG디스플레이가 생산 장비를 운영하면서 아이디어를 권리화 한 것이다. 합착장비, 검사장비, 세정장비 등 디스플레이 장비 관련 기술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최근 3년 내에 특허 등록된 즉시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도 70건에 달한다. 대부분 국내 특허 위주로 진행됐던 종전의 기술 공유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특허의 절반가량을 미국·중국·일본·독일 등 해외 특허로 구성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해외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LG관계자는 “기술 나눔 활동이 이름뿐인 나눔이 되지 않도록 사업화 가능성이 큰 특허 선별에 각별히 심혈을 기울였다”며 “중소·중견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협력회사의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협력사와 ‘그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15년까지 LED, 태양광 등 중장기 신사업 연구개발을 지원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예비 사회적기업 지원’ 및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개설’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업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창출과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을 뜻한다. 예비 사회적기업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증을 받아 사회적기업이 되면 정부로부터 조세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된다. LG전자와 LG화학은 지난 2011년부터 사업 내용은 우수하지만 자금이나 경영 노하우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예비사회적기업을 발굴해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까지 3년간 총 6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 녹색분야의 예비사회적기업을 선정하고 재정, 교육, 판로개척, 생산성 향상 등을 중점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도는 모회사가 ▲최소 10명의 장애인 고용 ▲상시 근로자 중 장애인 비중 30% 이상 ▲상시 근로자 중 중증장애인 비중 15% 이상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자회사의 장애인을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정부가 설립·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LG 계열사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여섯 곳이다. 이들 계열사에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통해 고용한 장애인은 지난해 100명을 포함해 총 270여 명에 이르고 있다.
향후 LG는 계열사별로 운영 사업장과 직무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통한 장애인 직원고용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통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들 간의 소통 증진, 상호 이해의 폭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