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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폴과 실리콘밸리의 러브 스토리

[Valley Talk] Rand Paul and the Techies: A Love Story

공화당의 스타 의원 랜드 폴 Rand Paul이 베이 에이리어 Bay Area에서 인맥을 넓히고 있다. 과연 그는 이 민주당 텃밭까지 지지 기반으로 만들 수 있을까?
By Tory Newmyer


아직 공식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랜드 폴은 공화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한 인물이다. 폴은 올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해피아워 모임에서 맥주를 곁들여 가며 기술기업 임원과 창업주 40명을 사로잡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정계에서 급부상한 켄터키 상원의원 폴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불법도청과 의료개혁법(Affordable Care Act)에 대한 일반적인 질문에 답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온라인 사기 예방 회사인 블록스코어 Blockscore의 공동창업주 크리스 모튼 Chris Morton이 폴의 기술에 대한 식견을 시험하는 질문을 던졌다. 디지털 화폐 비트코인 Bitcoin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것이었다.

폴은 비트코인의 잠재성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비트코인 관련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자신의 캠프에 선거 후원금을 비트코인으로 받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대답했다. 이 모임을 마련한 센드허브 SendHub의 창업주 개릿 존슨 Garrett Johnson(29)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꽤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Patagonia 옷을 입고 이 지역 브랜드 블루 보틀 Blue Bottle 커피를 즐기는 수많은 실리콘밸리 사람들, 그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인들을 설득하는 일은 대다수의 공화당원들에게 헛수고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폴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최근 2년 만에 두 번째로 이 지역을 방문했다. 실제로 그의 자유의지 성향은 공화당 지도부를 괴롭게 할지는 몰라도, 실리콘밸리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세계의 모든 과제를 민간 기업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 Larry Page가 자신의 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느니 사업가 엘런 머스크 Elon Musk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것이 단적인 사례다). 전문기술자들에겐 폴이 비주류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가장 큰 미덕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그는 3월 하순 이뤄진 최근 실리콘밸리 방문에서는 마치 업계 동료인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버클리 Berkeley에서는 연방정부의 감시체제에 대해 열변을 토해 이 민주당 텃밭에서 두 차례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어 유명 투자자 팀 드레이퍼 Tim Draper가 설립한 창업학교를 개인적으로 방문, 캘리포니아 주를 여섯 개 주로 쪼개자는 이 괴짜 억만장자의 주장을 참을성 있게 경청했다(폴은 모호해서 아직 확실한 의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이는 모두 폴이 보수에 적대적인 지역까지 공화당의 기반을 넓히려는, 판돈이 크게 걸린 일종의 도박이다. 폴은 실리콘밸리 방문 후 지난 4월 의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는 거의 무한한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민주당 지지자보다는 자유의지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에 가깝다. 다만 아직 그것을 깨닫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폴이 지금 밀어붙이고 있는 이 공세는 기술의 메카를 넘어 훨씬 더 광범위하게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어느 대선 도전자든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선거운동을 뒷받침할 후원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인데, 폴에게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전망이 밝은 편이다. 이 지역에는 엄청나게 부자인 기술 중심 자유의지론자들이 많다. 그 대표적 인물인 투자자 피터 시얼 Peter Thiel은 랜드 폴의 아버지 론 폴 Ron Paul이 대선에 도전했을 때에도 슈퍼 팩 Super PAC *역주: 미국의 억만장자들로 이뤄진 민간 정치자금 단체. 합법적으로 무제한 모금이 가능하다에 270만 달러를 후원한 바 있다(시얼은 이번 기사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랜드 폴은 두 사람이 아직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인해주었다).

폴은 기술업계를 돈을 뽑아낼 수 있는 ATM기로만 여기지 않는다. 그는 기술 분야가 가지고 있는 빛나는 성장동력과 자신의 이미지를 가능한 결부시키고 싶어한다. 유권자들이 그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차세대 거물로 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는 잠재적 대선 경쟁자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국가의 감시와 전쟁을 지지하는 민주당이라는 측면에서 낡은 세계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전쟁에 조금 더 회의적이고, 사생활에 조금 더 보호적인 입장을 취하는 공화당 후보가 나온다면 대전환이 이뤄져 사람들이 지지 후보를 완전히 바꿀 가능성이 있다.”

폴이 기술업계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13년 5월 현직 의원 자격으론 처음 방문이 될 상원 청문회를 일주일 앞 둔 시점에서, 그는 애플의 절세 전략들에 대해 망신을 줄 의도를 갖고 있던 의원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에 앞서 상원 조사 패널의 공화당 원로의원 존 매케인 John McCain은 애플의 해외 조세 피난 관행을 “정말 터무니없는 행동”이라면서 애플의 CEO 팀 쿡 Tim Cook을 맹비난했다. 이에 폴은 애플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애플이 의회로부터 사과를 받아 마땅하다”며 “의원들이 미국 최고의 성공 사례 기업을 괴롭히고, 비난하고, 난처하게 만드는 사실에 분개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난은 오래전부터 폴의 전매특허였다. 또 연방 정부의 규제가 업계의 급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기술업계의 공포와 혐오를 대변했다. 덕분에 폴은 페이스북, 구글, 이베이 본사들을 방문했을 때 경영진으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았다. 유럽에서 막 귀국했던 페이스북의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가 사무실로 서둘러 들어와 직접 자신을 소개할 정도였다.

수많은 기술 거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청문회 자리에서 직접 폴을 만나지 못했던 쿡은 다음 워싱턴 방문 때 그의 상원 사무실에 들렀다. 그리고 폴은 시얼, 마크 앤드리슨 Mark Andreessen, 숀 파커 Sean Parker를 비롯한 여러 거물 투자자들과도 친목을 다져나갔다.

폴이 업계를 매료시키기 시작할 무렵, 기술산업과 워싱턴 정가의 관계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그가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다음 주, 미국 국민들을 도청하려는 광범위한 NSA의 프로그램을 폭로하는 문서들을 에드워드 스노든 Edward Snowden-2012년 대선에서 론 폴에게 500달러를 기부했다-이 유출했다는 보도가 터져나왔다. NSA는 방대한 양의 소비자 데이터를 인터넷 거물 기업들로부터 수집하고 있었다. 해당 회사 경영진은 도청이 기업들 모르게 이뤄졌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경영진들도 폴이 업계의 책임에 대해선 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그는 소비자들이 회원 약정에 규정된 사항을 위반하는 IT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사생활 보호 강경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전자 사생활 정보 센터(Electronic Privacy Information Center)의 책임자 마크 로텐버그 Marc Rotenberg는 “사생활에 대한 그의 입장은, IT거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다른 정치인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다른 여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술업계도 워싱턴 정가와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업계가 정부 기관에 도움을 주는 와중에도 공방이 펼쳐진다. 팰로 앨토 Palo Alto에 위치한 팔란티르 Plantir는 데이터 마이닝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덕분에 CIA, NSA와 일을 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말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팔란티르의 CEO들이 NSA의 첩보활동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우려를 표시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 방문이 이뤄지고 있을 때, 팔란티르의 공동 창업주이자 시얼 신봉자인 조 론스데일 Joe Lonsdale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폴을 위한 기금 모금 만찬을 공동주최하고 있었다.

폴은 지지자들이 이룬 기술 발전 자체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일축한다. 그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악용될 소지도 높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첩보 활동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 정부의 사찰활동이 점점 늘면서, 더 엄격한 법적 틀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에서는 당을 막론하고 NSA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의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폴이 당면한 아이러니는 정부가 간섭을 더 많이 할수록 그의 메시지가 실리콘밸리에서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이다. 구글이 2005년 워싱턴에 사무실을 열었을 땐 직원이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제너럴 일렉트로닉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인 1,822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사용했다. 그해 론 폴의 끈질긴 대선 도전에서 가장 후원을 많이 한 기업인들이 바로 구글 직원들이었다. 랜드 폴이 단순히 아버지의 복제판이 아니라고 증명하려면, 그는 새로운 세대의 기술기업들을 설득해야 한다. 에어비앤비 Airbnb나 우버 Uber처럼 시장 내 기존 기업들과 충돌하거나 자신들을 보호해 준 정치가들에 힘입어 성장한 신생기업들은 폴의 ‘자유시장 복음’을 잘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폴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사람들은 본업 덕분에 무엇이든 할 자유가 있는 기술 분야 거물들이 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시얼이다. 그는 정부에서 발행하는 화폐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페이팔 Paypal을 창업했다. 하지만 페이팔은 온라인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한 후 현재는 이베이 eBay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정부 화폐의 대안에 대한 희망은 아직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매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폴도 비트코인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했다. 예컨대 10개의 기존 소매업체에 화폐가치를 고정시켜 쓰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폴은 “주식과 교환이 가능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면 진정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인 듯하다. 그는 이에 대해 “돈만 있으면 할 만할 일”이라며 웃었다.


“(실리콘밸리의) 상당수 인물은 자유의지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에 가깝다. 다만 아직 그것을 깨닫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상원의원 랜드 폴
“소비자 사생활에 대한 폴의 입장은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전자 사생활 정보 센터의 마크 로텐버그


랜드 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포춘 홈페이지에 있는 토리 뉴마이어와의 인터뷰 편집본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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