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불행한 이유로 IMF 수장이라는 직책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포춘이 그 자리에 오른 여성과 대화를 가졌다.
By Geoff Colvin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IMF) 총재는 일반적으로 주목을 별로 받지 않는 자리다. 그러나 크리스틴 라가르드 Christine Lagarde가 취임하던 2011년 7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관심 받는 직책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유럽 재정 위기가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그전까지는 주로 소규모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요청 받던 IMF가 갑자기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를 비롯해 여러 선진국들에게 구제금융을 내주게 되었다. IMF는 최근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한 후 우크라이나에 170억 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다시 한 번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라가르드 자신도 또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녀는 스미스 칼리지 Smith College *역주: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사립 여자대학 졸업식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학생과 교수진 수백 명이 IMF가 (라가르드 취임 전과 후 모두) 구제금융이 필요한 빈국들에 부과하는 조건들에 항의하는 의미로 그녀의 방문을 반대하자 일정을 취소했다.
라가르드는 최근 포춘의 제프 콜빈 Geoff Colvin과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서서히 회복하는 상황, 세계 경제 성장을 가속화 할 방법, 여성의 리더십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스미스 칼리지 논란에 대해서는 ‘졸업식의 축제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 연설을 취소했다’는 공식 발표 외에는 덧붙일 말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음은 인터뷰 발췌 내용이다.
Q: 포춘: 세계 경제가 극도로 어려웠던 5년을 보낸 지금, IMF에서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성장세가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라가르드: 최근 세계 경제가 위기의 고비를 넘겼기 때문이다. 작년 성장률은 3%였고, 올해는 3.6%를 전망하고 있다. 그러니 진전이 있는 것이다. 잠재력이 완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고, 일부 국가는 높은 실업률을 흡수하기에 불충분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회복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Q: 실제로 가능한 만큼, 그리고 필요한 수준만큼 성장을 회복시킬 열쇠는 무엇인가?
이번 위기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어디서나 통하는 한 가지 열쇠는 없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그리고 때로는 각 국가에 맞는 것이어야 하고, 경제 발전 정도와 구조, 인구지형 등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인 변수가 한 가지 있다면,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일 것이다(예컨대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대, 특정 산업과 집단에 대한 특혜와 보호 감소, 관료주의 절차의 축소 등이다). 미국은 이런 개혁을 할 여유가 충분히 있다. 유럽도 분명 가능하다.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에도 시작할 수 있는 국가들이 있다.
우리는 유럽 지역과 일본이 지원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점진적으로 양적 완화 축소가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아주 이른 시일 내는 아니다미국에서도 마찬가지 축소 절차가 시작될 것이다. 재정 시각에서 보면, 긴축 재정을 시행한 지난 몇 년 동안 재정 건전화가 상당히 이뤄졌다. 이제는 긴축을 조금 완화하고, 성장이 촉진되도록 해야 한다.
Q: 최근 IMF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더 큰 그림에서 보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들 때문에 서구 은행들이 러시아와 기타 CIS 고객들에게 대출을 보류하거나 제한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동유럽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론 서유럽의 경제 전망까지 악화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얼마나 심각한 위협인가?
이미 제재가 갖는 위협의 여파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에서 유출돼 다른 곳으로 유입되는 자본 흐름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 액수가 상당히 감소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당국도 자국 경제성장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했다. IMF는 러시아 성장 전망을 올해는 0%에 가깝게, 그리고 내년은 1%로 조정했다. 이는 지정학적 상황이 안정된다고 가정했을 경우의 수치인데,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일부 민간 경제주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때문에 야기된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에서 이미 교훈을 얻은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은행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투자한 자본 일부를 회수하거나, 사업을 제한하거나 줄인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Q: 더 큰 위기가 다가올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1990년대 후반에는 많은 사람들이 ‘태국이 문제라는데 그게 뭐 중대한 일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우 중대한 일이 됐고, 전 세계적 금융 위기가 닥쳤다. 그런 일이 곧 또 벌어질 가능성은 있는가?
위기의 특정한 핵 하나가 국경을 넘어 확산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유로존 위기가 시작됐을 때 모두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그렇게 큰 회원국도 아닌 데다, 유로존 다른 지역 전체와 비교한 그리스 GDP 규모를 감안하면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리스 위기가 확산돼 전체 시스템의 위기로 번질 것이라곤 거의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모든 것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무역을 통해서든, 외국인 직접 투자를 통해서든,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금융 채널을 통해서든상호연계성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그리스나 태국의 경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추가적인 상호연계성이 있는데, 바로 에너지 변수다. 막대한 양의 가스가 러시아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수송될 때 우크라이나를 거치고 있다. 더 남쪽을 거쳐 가는 대안적 경로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들도 설립되지 않았다. 앞으로 문제의 소지가 될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
Q: 소득 불평등이 요즘 뜨거운 이슈다. IMF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과 낮은 경제 성장은 서로 연관돼 있다. 무엇이 원인이고 그 결과는 무엇인가?
IMF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문제다. 우리는 불평등이 거시경제와 기타 정책들에 어떤 리스크로 작용하는지에 주목해 왔다. 나는 1년여 전에 이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불평등이 우려될 정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은 거시경제와 다른 정책에 분명 영향을 미친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글을 발표하면서 요즘 자주 회자되는 이슈가 됐지만, IMF는 두 가지 이유에서 소득 불평등에 주목해 왔다. 첫째, 소득 분배 격차가 너무 심해지면 재정 리스크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우리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평등의 증가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성장이 우리 IMF의 임무 중 하나이며 세계 안정성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불평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몇몇 국가에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미국이다.
Q: 이에 대한 정책 처방이 있다면?
각 국가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있어야 한다. 세금 부담이 훨씬 더 큰 것에 익숙한 유럽 국가들에서 효과를 낸 정책이 미국에서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개인적으론 모두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불평등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믿고 있다. 그것이 출발점이다. 두 번째로, 불평등을 감소시킬 정책들에 공공 지출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후에 재분배 정책들이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극빈층을 포함한 전 국민에게 양질의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민층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재분배 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 단, 적절하게 조정되고 과도하지 않은 정책들이어야 한다. 누진세율이 너무 높으면 실적을 내고 성장을 창출할 의욕이 분명 저하되기 때문이다.
Q: 저소득 국가의 발전에서 기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성장 패러다임을 바꿀 실질적인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있는 국가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휴대전화가 서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기기 이상의 구실을 한다. 정보를 공유하고, 돈을 움직이고,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돈이 원래 가야 할 곳으로 제대로 전달되도록 하고, 농부들이 실제로 농사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일기예보를 확실히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기술 덕분에 때로는 과부하가 걸린 지대추구자들(rent seekers)의 구식 네트워크가 파괴되면서 발전한다.
Q: 부패는 여러 나라에서 심각한 경제 문제로 꼽힌다. 시진핑 주석도 중국에서 반부패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진전이 상당히 있는지?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조세 피난처부패 자금을 묻어두고 돈세탁을 하기에 좋은 장소들근절을 지지했던 경험에 비춰 볼 때, 부패 척결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전혀 얻을 것이 없는, 어두운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많다. 경제학 문헌들은 ‘부패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요소’라고 하나같이 지적한다. 경제를 크게 후퇴시키는 변수라 할 수 있다.
Q: 선진국들이 저성장의 덫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저성장의 덫이란 무엇이며 그 위험은 어떠한 것인지 설명해 달라.
전체적인 삶이 ‘장기 정체(secular stagflation)’를 겪는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적절한 정책들이 도입되거나, 디플레이션 혹은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일찌감치 인식하거나, 몇몇 선진국들에서 특히 절박한 구조적 개혁이 이뤄지거나, 그리고 성장을 촉진시킬 포용적 방법들일부 국가에서 나타나는 여성들의 취업 접근 허용, 이민 활성화, 교육 개선을 의미한다이 마련되면 장기 정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Q: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리천장은 왜 존속하는가?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여성들은 많은 국가들에서 동일한 노동을 하는 남성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는다. 또 여성들은 자본시장에 대해, 창업 시 대출에 대해, 일부 국가에서는 토지 소유권에 대해, 또 다른 국가들에서는 교육에 대해 매우 접근이 제한돼 있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의 유리 천장은 만화경과 같이 다종다양해서, 우리가 흔히 선진국의 시각에서 보듯 한 가지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유리천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프가니스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아프리카 국가들, 독일, 일본, 미국에 적용되는 이 만화경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문화적 변수, 소수 대 다수의 변수, 내부적 변수이며, 이는 최근 몇몇 서적에서 설명된 바 있다.
Q: 이른바 ‘유리 절벽(glass cliff)’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리더 자리에 있는 여성들이 종종 더 위태롭고 불확실한 위치에 있다고 보나?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 CEO는 남성 CEO에 비해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
Q: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미국이나 프랑스는 여성 대통령을 배출할 준비가 되어 있나?
시간이 지나 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우 능력 있는 여성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Q: 존경하는 리더는 누구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존경할 만한 리더의 자질을 많이 갖추고 있다. 샤를 드골 Charles de Gaulle 프랑스 전 대통령은 역경이 닥치고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 윈스턴 처칠 Winston Churchill은 훌륭한 리더였는데, 평상시보다는 역경이 닥쳤을 때 더 뛰어났다. 마하트마 간디 Mahatma Ghandi는 대안적인 도구를 활용한 출중한 리더였다.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 역시 훌륭한 리더였다. 안타깝게도 존경하는 리더 중에 남성이 많다.
Q: 일하는 데 영감을 주는 것이 있다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IMF에서 우리가 일을 훌륭하게 잘하면, 즉 정확한 분석을 제공하고, 당국들을 정직하게 대하면 니제르 Niger, 말리 Mali, 캄보디아 Cambodia를 비롯해 (매일 먹을 것이 충분하고,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을 받을 정도로 생활수준이 올라가지 못한) 세계 곳곳의 어린 아이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다. 두 번째는, 이런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이 기구에서 일하는 매우 유능한 직원들의 힘이다.
이름: 크리스틴 라가르드
나이: 56세
출생: 파리
학력: 낭테르 파리 10대학 (University of Paris X-Nanterre), 엑상프로방스 정치학교 (Institute of Political Studies, Aix-en-Provence)
주요 이력: 로펌 베이커 앤드 매킨지 Baker & McKenzie 최고경영자 (1999), 프랑스 통상산업부 장관(2005~07년), 프랑스 재무장관(2007~11년)
존경하는 리더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존경할 만한 리더의 자질을 많이 갖추고 있다. 드골 프랑스 전 대통령은 역경이 닥치고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 처칠은 훌륭한 리더였는데, 평상시보다는 역경이 닥쳤을 때 더 뛰어났다. 간디는 대안적인 도구를 활용한 출중한 리더였다. 만델라 역시 훌륭한 리더였다. 안타깝게도 존경하는 리더 중에 남성이 더 많다.
포춘이 선정한 ‘위대한 지도자 50인’과 그들로부터 얻는 교훈에 대해 알고 싶다면 홈페이지(fortune.com/bestleaders)를 참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