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3D 프린터 활용 인력을 1,00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의 목표가 실현된다면 전체 국민의 5분의 1이 3D 프린팅을 사용하는 세계 1등 국가 대열에 진입하게 된다. ‘3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3D 프린팅 산업은 제조 분야의 혁신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제조에 참여하는 소비 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3D 프린터가 어떻게 우리의 내일을 바꾸게 될 것인지 알아보자.
글 홍덕기 SNS칼럼니스트 ceo@isocial.co.kr www.facebook.com/deockee
3D 프린팅은 3D 디자인 정보를 이용, 입체적인 형태로 출력하는 기술을 말한다. 2D 프린터가 평면의 개체를 스캔하고 출력하는 것과 원리는 비슷하다. 입체의 단면을 미분하듯이 잘게 분석해 3D 설계도를 완성한 후 적분하듯이 층층이 소재를 쌓아 입체를 만들어낸다. CAD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3D 스캐너와 사진을 찍어서 3D 설계도를 만든다.
3D 프린터는 80년대 초 미국에서 제품화하기 전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개발되었지만 이제는 완구· 패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자동차· 항공우주· 의료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 제조에 활용되고 있다.
포드 자동차는 3D 프린터를 통해 연간 2만 개 이상의 부품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부품 시제품 제작은 과거 한 달 이상 소요되었으나 이제 수 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새 자동차 모델 출시도 앞당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의료 산업 분야의 응용도 눈부시다. 존스 홉킨스 의대는 두개골 안면부 수술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성공시켰고 안면 및 두부 손상 환자와 두개골 및 안면 기형인 신생아에게도 앞으로 치료법을 제공할 계획이다.
3D 프린터는 지난해부터 일부 특허 기술이 만료되면서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대의 개인 보급형이 출시되기 시작했고 얼리 어댑터를 중심으로 대중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의하면, 2016년에 이르면 기업형 수준의 3D 프린터 가격이 고성능 PC가격보다 낮은 200만 원 이하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
3D 프린터는 새로운 생산 수단, 그 이상이다. 제조업의 구조 자체를 혁신적으로 바꾼다.
전통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라는 혜택을 받기 위해 대량 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수요를 100%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소비자의 양보를 구하는 방식이다. 맞춤 양복을 원하는 소비자라도 가격이 높아 차선인 기성 양복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3D 프린터는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을 가능케 해준다. 다양한 형태의 시제품 제작이 손쉽고, 복잡한 생산 공정 설비 없이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3D 프린터는 제품 개발과 생산 방식뿐 아니라 재고, 재무, 판매 등 기업의 모든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 다수의 부품을 조립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완성된 제품을 한 번에 프린트하므로 재고 관리에서 자유로워지고 투자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줄어든다. 또 채산성의 문제로 배제해 왔던 소량 주문 판매가 가능해진다.
제조업의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가 참여하면서 그 속도가 배가된다.
소비자는 제품 개발과 제조 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한다. 기업이 제공한 기존 제품의 3D 설계도를 변형시키거나 자기가 원하는 요구 사항을 제품에 반영시킬 수 있다.
3D 설계도 유통 시장에서 선택하거나 자기만의 맞춤형 설계도를 만들어 3D 프린팅 서비스 업체에게 제작을 의뢰할 수 있다.
3D 프린팅 서비스 업체로는 뉴욕에 본점을 둔 네덜란드 회사 쉐이프웨이즈(www.shapeways.com)가 선두주자다. 3D 프린터 장비 대여(출력 대행)를 하는 쉐이프웨이즈는 3D 설계도와 완성 제품을 사고파는 장터를 운영한다. 3D 설계 능력이 없는 일반인에게 모델링을 할 수 있는 도구도 제공한다.
정부도 3D 프린팅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3D 프린팅 관련 정보가 유통되는 창구와 함께 3D 설계도 및 제품 등이 공유되고 유통되는 장터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1인 메이커’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전통 제조업의 성공 요소였던 자본이나 숙련도 높은 노동력 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만으로 제조업 창업이 가능하다. 단순한 제품은 보급형 3D 프린터를 구매, 아이디어부터 최종 제작까지 혼자서 진행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전문가 수준인 프로터(proteur: professional+amateur)들은 유저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유저 그룹과 회원은 언제든지 취미 활동의 수준에서 벗어나 생산자와 판매자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산업용이나 의료용을 제외하면 현재 국내 3D 프린팅 소비재는 주로 완구형 제품이나 스마트 커버 등 분야가 제한되어 있다. 완구형은 사람이나 동물의 모형 장난감인 피규어가 대부분. 예를 들면 신랑 신부의 피규어나 태아 인형 등이 상품화되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3D 프린터의 잉크에 해당하는 소재인 플라스틱류 외에 다양한 소재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조만간 금, 은, 철, 구리 등 금속과 초콜릿 같은 소재에서 세라믹, 시멘트, 나무, 종이, 모래 등 새 소재가 가정용 3D 프린터에 적용될 날이 머지않았다.
3D 프린팅은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1인 메이커를 배출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정보 소비자들이 매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와 뉴스를 퍼 나르거나 댓글을 달던 ‘프로슈머’가 SNS시대에 1인 미디어(소셜 미디어)를 직접 운영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인터넷의 참여와 공유 문화가 실물 경제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3D 프린팅은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개개인의 아이디어는 기본이고 이 아이디어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평가와 의견 그리고 수렴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과 시스템이 더욱 더 중요하다. SNS를 제조업에 접목했던 소셜 메뉴팩처링 Social Manufacturing의 협업 정신을 3D 프린팅 산업에 이어가야 1인 메이커 시대가 보다 빨리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홍덕기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기자를 거쳐 한국아이닷컴 프로젝트 개발부장을 역임했다. 한국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낸 후 SNS 사업체인 ㈜아이소셜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동덕여대에서 ‘광고론’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