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더 모건 Kinder Morgan은 석유와 가스 유통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이젠 어느 정도 존경까지 받고 싶어 한다.
BY KEN OTTERBOURG
리치 킨더 Rich Kinder는 텍사스 주 휴스턴 Houston에서 최고 부자다. 그는 절대 작지 않은 성공을 이루었다. 자산 가치는 90억 달러 정도이고, 사람들은 때때로-그의 면전에선 아니지만-리치(부자)는 그의 가운데 이름이고 진짜 이름은 베리 Very(매우)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다. 킨더는 킨더 모건 주식회사 Kinder Morgan Inc.의 회장 겸 CEO이자 공동 창업주로, 비전, 협상, 그리고 엄격한 절제를 통해 회사를 지금의 거대기업으로 키워냈다.
매출 141억 달러
순이익 12억 달러
직원 1만 1,075명
킨더 모건은 천연가스·석유 ·이산화탄소 파이프라인, 유정, 터미널, 철도 조차장, 가공처리 공장, 그리고 최근에는 몇 척의 유조선을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이 모든 철제와 콘크리트 시설을 통틀어 ‘중류 기반시설(midstream infrastructure)’이라고 한다. 영어에서 가장 멋없어 보이는 낱말들의 조합이지만 에너지 붐-과거 미국 경제를 탈바꿈시켰고, 앞으로 미국 외교정책의 첨병 역할을 할 전망이다-을 통해 멋지게 돈을 벌 방법이다.
킨더는 회사 주식 중 24%가 조금 못미치게 소유하고 있다. 그는 연봉으로 1 달러만 받고 있는데, 도량이 넓은 행동이긴 하지만 연간 주식 배당금으로 4억 달러 가까이 받는 것을 고려하면 조금 우스운 모양새이기도 하다. 킨더 모건 주식회사의 작년 매출은 141억 달러로 포춘 500대 기업 중 206위이다. 미국 내 천연가스의 3분의 1이 킨더의 시스템을 통해 유통된다. 미국 최대의 이산화탄소 수송업체이며, 주요 석유회사들을 제외하면 석유 제품 수송업체로도 최대규모다. 일반적으로 킨더 모건은 자사의 파이프라인이나 터미널, 부두를 거쳐가는 제품들을 소유하진 않는다. 이 회사의 저력은 유료 도로와 같은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단순히 교통이 이뤄지게 하면서 그 통행세를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킨더 모건과 리치 킨더가 그렇듯이 제대로만 하면 매우 예측가능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업이다.
아무 일 없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론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에 리치 킨더는 고민이 많다. 지난 1년 동안 킨더 모건 회사들의 주식은 마치 휴스턴 운하(Houston Ship Channel)의 밑바닥을 훑는 준설기처럼 지지부진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트위터를 통해 킨더 모건이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주주들은 ‘회사 재무가 자신들에게 이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애널리스트 다수는 킨더 모건 제국이 덩치가 너무 커져서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속도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닌지 의문을 갖고 있다.
리치 킨더가 회사들의 가치를 두고 월가와 마지막으로 싸운 건 2006년이었다. 당시 그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기업 상장을 철회했다. 그리고 킨더 모건이 2011년 초 다시 기업공개를 했을 땐 전보다 더욱 크고 막강한 회사가 되어 있었다. 이어 막대한 재원을 바탕으로 두 건의 대형 인수를 성사시켰다. 같은 해 엘 파소 파이프라인 파트너스 El Paso Pipeline Partners를 211억 달러에 인수했고, 작년에는 코파노 에너지 Copano Energy를 50억 달러에 사들였다. 킨더 모건은 기업공개 후 배당금 재투자를 포함, 연간 10% 정도의 수익률을 올려왔다.
킨더는 “단순히 가치의 단절(disconnect in value)이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도 그런 단절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비공개 기업으로 선회한다는 말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 다만 최대 주주로서, 시장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데 매우 실망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가치에는 가격표를 붙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몇 달러, 몇 센트냐의 문제가 아니다. 도이치방크 Deutsche Bank의 전직 애널리스트로 오랫동안 리치 킨더를 알고 지낸 커트 라우너 Curt Launer는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라우너에 따르면, 킨더가 지금 원하는 것은 그동안 항상 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는 원하는 것을 얻어내곤 했다. “그는 존경도 원한다.” 한 고속도로 요금소 직원의 한탄이다. ‘중간상은 종종 상황판단이 빠르지만 과감하지는 않다’는 게 세간의 인식이다. 킨더는 사실 양쪽 모두를 보여 왔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킨더 모건은 대부분의 중류산업 기업들이 모여 있는 휴스턴 루이지애나 가 Louisiana Street에 자리잡고 있다. 휴스턴은 흥미진진한 에너지 기업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그리고 원유 가격의 등락에 따라 재산 가치도 오르내릴 수 있는 이곳에서는, 약간의 ‘건설적인 구원(constructive redemption)’으로 양념을 뿌린 부활의 이야기도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다. 킨더 모건의 역사는 이 모두를 아우르는 만찬이다. 킨더 모건은 1997년 설립됐다. 킨더가 엔론 Enron에서 일하다가 CEO 선출에서 제외된 것을 이유로 퇴사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킨더는 빌 모건 Bill Morgan또 다른 전직 엔론 경영진이자 미주리 대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지인과 함께 엔론이 더 이상 사업을 원하지 않는 소규모 파이프라인 시스템과 몇몇 터미널을 인수했다. 2001년 엔론이 추문 때문에 내부에서부터 붕괴할 무렵, 킨더 모건은 파이프라인 업계를 재편할 준비를 마쳤다.
네 개의 핵심 회사로 구성되어 있는 현재의 킨더 모건은 다양한 프로젝트와 파트너십, 합작투자로 연결돼 있다. 이 회사들은 미국 연료 설비의 상당한 부분을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 킨더 모건 에너지 파트너스 Kinder Morgan Energy Partners와 엘 파소 파이프라인은 둘 다 주식이 공개된 마스터 합자회사(master limited partnership·MLP)이다. 킨더 모건 주식회사는 무한책임회사로, 양 MLP 모두에서 탄탄한 현금 흐름을 제공 받고 있다. 킨더 모건 매니지먼트 Kinder Morgan Management는 무한책임 파트너십 중 하나를 관리하는 유한책임회사(LLC)다. 회사 이름들과 책임 소재를 제대로 기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MLP는 일반적으로 자산을 소유하고, 그 수익은 투자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관리회사(management company)와 주식이 공개된 무한책임회사는 둘 다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설립되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킨더 모건이 부상한 뒷이야기, 그리고 실제로 중류 MLP 전체 이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파이프라인 업계가 꽤 단순했다. 멕시코만 연안에서 에너지 자원이 빠져나가고, 돈이 흘러 들어오는 식이었다. 이제는 연료가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바큰 Bakken과 마셀러스 Marcellus 유전 같은 새로운 생산기지와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와 수압파쇄법(fracking)이라는 두 가지 주요 기술 덕분에 실현된 에너지 붐이다. 에너지 투자 회사 시몬스 Simmons는 미국의 하루 석유 생산량이 내년에 960만 배럴에 이르고, 2016년이면 1,000만 배럴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70년대 이래 최대 생산 수준이다. 전력 회사들이 석탄을 쓰는 화력발전소는 폐쇄하고,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발전기로 대체하면서 가스 생산도 급증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탄화수소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흐름과 그 경제학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좋은 곳이 바로 이글 포드 Eagle Ford -텍사스 지역민들은 한 단어로 붙여 발음한다-이다. 이곳은 관목이 무성한 습지로, 휴스턴과 샌안토니오 San Antonio 사이의 잡목지에서 남쪽과 서쪽으로 2만 7,000평방 마일에 비스듬히 뻗어 있다. 덥고 먼지가 많고, 차에서 사람이 내리면 전깃줄에 앉아 있던 매들이 훑어보는 곳이다. 이글 포드는 또한 미국의 새로운 석유 생산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이곳에서는 석유가 거의 생산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 거의 140만 배럴이 생산될 정도로 분주해졌다. 야영지가 세워지고 와러버거 Whataburger 햄버거 가게에 시추 기술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관건은 콘덴세이트 condensate라는 경질 원유를 시장으로 옮기는 것이다. 휴스턴 인근 설비 대부분은 중질유를 대상으로 설립돼 이 지역의 정유시설들이 생산량을 다 소화할 수 없다. 그래서 새로운 배출 수단을 찾는 것이 일종의 ‘거꾸로 보물찾기(a reverse scavenger hunt)’ 같은 과제가 됐다. 킨더 모건이 이 해결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면 회사 유통 시스템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널리 산재한 회사의 모든 부분을 합하면 얼마나 큰 가치가 부가되는지 알 수 있다. 우선, 킨더 모건은 엘 파소의 불필요한 가스 파이프라인 하나를 2억 2,000만 달러를 들여 개조했다. 휴스턴 운하를 따라 터미널들로 다시 석유를 수송하기 위한 조치였다. 결국, 콘덴세이트 대부분은 스플리터 splitter라고 불리는 저가제품 정유소로 간다. 이곳은 킨더가 BP의 위탁을 받아 3억 6,000만 달러를 들여 건설중인 곳이다. 이곳에서 수출시장을 노리고, 석유를 저유황 경유(low-sulfur diesel)와 기타 생산품으로 변환하게 된다.
나머지 원유 대부분은 먼 북쪽으로 향할 예정이다. 우선 일리노이 주 캥커키 Kankakee로 수송돼, 킨더 모건이 캐나다에서부터 끌어온 프로판가스 파이프라인에 합류한다. 하지만 미국산 프로판 생산이 호황을 누리면서 이 사업은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미국인들은 이제 요리할 때 미국산을 쓴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킨더 모건은 이 파이프라인을 3억 1,000만 달러를 들여 개조할 계획이다. 이글 포드산 콘덴세이트를 북쪽으로 캐나다 앨버타 주 애드먼튼 Edmonton 까지 수송하기 위해서다. 이 콘덴세이트는 앨버타의 모래광산에서 채굴된, 점성이 강한 캐나다산 원유를 희석하는 데 쓰일 것이다. 혼합유 중 일부는 킨더 모건의 캐나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브리티시 컬럼비아 British Columbia 주의 항구들로 수송, 아시아 시장과 미국 서부 해안 지역으로 수출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키스톤 XL Keystone XL 파이프라인이 건설된다면 이 콘덴세이트와 캐나다산 기름의 혼합유가 텍사스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텍사스 정유소들이 앞다퉈 캐나다산 원유를 확보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왕복 총 5,200마일(약 8,369km)에 이르는, 아주 긴 유료도로인 셈이다.
킨더는 “어떤 사람이 유정을 파면 ‘그곳 사람들은 그에게 돈을 지불하게 되고, 그러면 그는 동네 식료품점에서 그 돈을 쓰면 된다’고 흔히들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돈을 벌려면 원유, 천연가스, NGL(natural gas liquid·천연가스액체 *역주: 천연가스 생산 부산물인 프로판, 에탄 등을 총칭), 콘덴세이트를 막론하고 땅에서 캐낸 다음 시장까지 가져가야 한다. 거기서 우리의 할 일이 생긴다.”
킨더 모건은 휴스턴 운하에서만 터미널과 관련 시설 개선작업에 15억 달러를 쓰고 있다. 그중의 백미는 흑유와 기타 잔유(black oil and other residuals)를 위해 5억 달러를 들인 터미널이다. 모건 스탠리의 자회사이자 석유·가스 터미널 운영업체인 트랜스몬테인 파트너스 TransMontaigne Partners와 합작투자로 지은 곳이다. 그러나 킨더 모건의 지출 내역에는 석유·가스뿐만 아니라, 석탄과 석유 코크스-정유의 부산물로 생기는 강력한 환경오염물질-수출을 위해 확장한 터미널들도 포함된다. 이 두 가지, 그중에서도 석탄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내 전력 발전이 천연가스로 계속 옮겨가는 상황에서 미국 석탄회사들에겐 희소식이다. 킨더 모건은 육상에만 투자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수상 파이프라인’도 마련했다. 작년 말 킨더 모건은 9억 6,200만 달러를 들여, 각각 33만 배럴을 실을 수 있는 유조선 다섯 척을 사들였다.
킨더 모건뿐 아니라 전 업계에서 대규모 확장이 진행 중이다. 미국 주간 천연가스 협회(Interstate Natural Gas Association of America)가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앞으로 20년 동안 6,000억 달러 규모의 파이프라인, 저장소, 관련 설비를 지어야 한다. 이 같은 건설의 대부분은 펜실베이니아 주와 웨스트 버지니아 주에 걸쳐 있는 마셀러스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미국 동북부 뉴잉글랜드 지역까지 파이프라인을 더 지을 필요가 있다. 뉴 잉글랜드에서는 지난 겨울 한파 때문에 현물시장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현지 시장에서 소화하기에 마셀러스산 가스와 가스액체 공급량이 너무 많기도 하다. 그 결과, 생산업체와 파이프라인 회사들 사이에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멕시코만 지역과 가스가 절실히 필요한 석유화학업계로 연료를 다시 실어오는 조건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이미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 보드워크 파이프라인 파트너스 Boardwalk Pipeline Partners는 로우스 코퍼레이션 Loews Corp.을 무한책임회사로 두고 약 1만 4,000마일(약 2만 2,531km)의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블루그래스 Bluegrass 파이프라인-마셀러스 지역에서 남쪽으로 천연가스액체를 수송한다-건설 과정에서 계약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지난 2월에는 시장불황을 이유로 주식배당금을 대폭 삭감한 후, 주가가 40%나 폭락했다. 킨더 모건도 유토피아 Utopia 가스액체 파이프라인-전반적으로 블루그래스와 비슷한 방향이다-과 관련, 장기 계약을 하려는 생산업체가 더 있기를 희망하며 계약 등록 기간을 연장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건설에 착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텍사스 대학교 잭슨 지구과학스쿨(University of Texas’s Jackson School of Geosciences)의 선임 에너지 경제학자 미셸 미쇼 포스 Michelle Michot Foss는 “파이프라인을 더 건설해야 하는 시급한 필요성 때문에 적절한 경로를 찾는 과제를 간과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특정 파이프라인이든, 양쪽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하게 생산업체들과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인프라를 건설하기 극도로 어려운 지형들이다.” 포스는 “MLP는 기본적으로 안전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데, 지형 여건이 더 복잡해지면서 이처럼 더 확실한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론에서 일할 당시, 리치 킨더는 흥을 깨는 사람, 혹은 냉철한 현실주의자라는 평판을 들었다. 그는 예산을 아끼고, 상세한 점 하나하나까지 물고 늘어지고, 수명이 짧은 선물시장보단 당장 손에 잡히는 자산을 선호하는 인물이었다.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경영팀은 여전히 경쟁업체들보다 기본급을 적게 주고, 킨더는 대부분 회의에 노란색 노트패드를 들고 나타나 문제가 뭔지 적는다. 그가 노트에 적은 문제들은 해결이 돼야 비로소 지워진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들을 사랑한다. 수만 마일의 파이프라인과 탱크들, 각 부분이 하나로 어우러져 일이 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른 사람보다 먼저 찾아내는 것에 듬뿍 애정을 쏟고 있다.
킨더 모건은 150억 달러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들을 앞으로 5년 동안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중 약 3분의 1은 캐나다 트랜스 마운틴 Trans Mountain 파이프라인의 수송능력을 세 배로 늘리는 것으로, 현재 에너지위원회(National Energy Board)에서 검토 중이다. MLP 모델은 성장을 위해 이렇게 끊임없이 투자를 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장기 계약인 탓에 생산 능력과 매출이 한 번에 수년간 묶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킨더 모건 MLP는 다른 회사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현금 수입 중 상당 부분이 유한책임회사들에 배분되기보다, 무한책임회사의 성과급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투자자들은 델라웨어 주에서 소송을 제기하면서, 킨더 모건이 이산화탄소 사업을 비롯한 사업 지출내역을 허위로 보고했고, 그 덕분에 더욱 많은 돈을 상류 업체로 빼돌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킨더 모건 측은 이런 주장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유조선 구입에서 나온 4,100만 달러의 성과급 지급을 철회했다.
중류산업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있기 때문에 킨더 모건과 그 창업주는 업계의 지표로 평가 받는다. 그리고 필자가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은 과연 이 제국이 단지 파이프라인과 터미널을 늘리는 것만으로 급속도로 현금 유입을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해 하나같이 우려를 나타냈다. 휴스턴이다 보니 다양한 충고를 들을 수 있었다. 더 영역이 뚜렷하고 분명한 사업 부문들로 회사를 분리하라는 제안에서부터, 유한책임회사들과 무한책임회사를 통합하라거나, 모든 부분들을 더 분명히 일관되게 조정하라는 조언까지 의견이 분분했다.
더 전문화된 중류업체인 해딩턴 벤처스 Haddington Ventures의 파트너 크리스 존스 Chris Jones는 “킨더 모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은 리치 킨더가 최고의 운영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규모와 범위에 대한 것이다. 기업이 커지면 예전과 같은 정도로 변화를 일으킬 만한 프로젝트를 찾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존스는 “자본을 충분히 빨리 재배치할 수 있는가? 그는 수백만 달러가 아니라 수십억 달러를 다뤄야 하는 위치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킨더 모건의 최고재무책임자 킴벌리 댕 Kimberly Dang은 기업의 건전성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회사가 모든 대안을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략적인 측면에서 장기 비전을 해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주문 잔고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래는 매우 밝기 때문에, 우리는 주문 잔고를 처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치 킨더가 ‘계열사들이 호황의 정점을 찍고, 이제 하향세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대신 그가 집중하려는 분야가 있다. 바로 킨더 모건의 광범위한 자산과(에너지와 유통 부분 모두에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회사의 역량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시장은 이성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며 “결국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몇 달 전, 킨더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북미 전역에 걸쳐 ‘거대한 발자국’을 목격하고 있다. 돌아볼 때마다 우리에게 거기에서 가치를 얻을 능력이 더 많다는 점을 알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을 보면, 내가 세상에 그 사실을 납득시키지 못한 것 같다. 바로 그 점에서 우리에게 강점이 있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번도 주식을 매각한 적 없이, 계속 우둔하게 더 사들이기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킨더는 지난 12개월 동안 7,600만 달러를 들여 회사 주식 약 220만 주를 매입했다. 무척 많은 것처럼 들리지만, 킨더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의 지분 중 1%가 안 되는 비율로, 나머지 재산에 비하면 부차적인 내기(a side bet)에 불과하다.
미국은 여전히 석유의 절반가량을 수입한다. 이 중 상당량이 캐나다산이다. 천연가스의 경우, 국내 공급과 수요가 교차하는 시점에 들어서고 있다. 북미를 하나의 자원으로 간주할 때, 발전소를 가동하는 데 쓰이지 않거나 석유화학이나 플라스틱 제품으로 사용되지 못한 연료가 다 어디로 갈지 추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답은 물론 해외다.
필자가 휴스턴에서 킨더 모건 팀을 인터뷰하기 며칠 전, 미 상원은 가스를 냉각시켜 액체로 만드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출 확대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런 액화 공정은 가스의 부피를 대폭 줄여 배 한 척당 더 많은 BTU(영국열량단위)를 실을 수 있게 한다. 전통적으로 LNG 수출은 매우 적었다.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로 LNG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미 에너지부로부터 권리 포기 증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자유무역협정에서 제외된 국가들에는 일본과 서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포함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일부를 병합한 후,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LNG 수출 터미널을 짓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은 상황에서, 승인 절차를 더 신속하게 해 유럽에 에너지 안보의 불씨를 제공하는 방안이 워싱턴 정가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를 받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연구원인 에너지 컨설턴트 데이비드 골드윈 David Goldwyn은 지난 3월 말 상원에서 한 증언에서 “공급 국가들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전 세계 각 지역에 신뢰할 만한 천연가스 공급국의 지위를 확대하며 미국의 국력을 신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문제는 우리가 이런 지정학적 잠재력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적기에 우방들을 돕는 데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이다.”
LNG 수출 터미널 건설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복잡한 프로젝트다. 연방정부가 더 광범위한 잠재적 소비국들로의 수출을 확보하기 위해 터미널 7곳을 승인했지만, 이 중 한 군데도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주 경계를 따라 가장 먼저 완공될 사빈 패스 Sabine Pass 터미널도 2016년이 돼야 문을 열 전망이다.
이런 수출 계약 확장에 반대하는 환경 및 기업의 이해관계는 다양하다. 환경보호단체 시에라 클럽 Sierra Club도 반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을 비롯해 천연가스를 많이 쓰는 기업들은 수출 때문에 국내 연료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 문제로 인해 이러한 논쟁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었다. 지금으로서는 생산업체들이 우위에 서 있다.
킨더는 “시장의 역학이 바뀌지 않으면 러시아가 활개를 칠 수 있고, 분명히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방정부는 새로 발견한 이 에너지 생산력을 외교에서 활용해야 한다.”
킨더 모건과 셸 Shell은 조지아 주 사바나 Savannah 인근에 수입 용도로 지은 LNG 터미널을 5억 달러를 들여 개조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자유무역협정 체결국들에 대한 가스 수출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더 많은 국가들에 수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리고 향후 전개될 상황과 관계 없이, 회사 파이프라인들이 멕시코만 연안을 따라 존재하는 다른 여러 수출 터미널들 대부분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어느 쪽이 됐든 통행료는 걷힐 것이다.
킨더 모건은 세간의 주목을 끌지 않는 회사다. 의도적으로 그렇다. 번개 표시가 들어간 킨더 모건 기업 로고를 건 경기장도 없고, 이 회사에는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도 없다. 킨더와 그의 아내 낸시는 주로 공화당 정치 활동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지만, 동시에 워런 버핏과 동조하며 기빙 플레지 Giving Pledge 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그의 재산 대부분은 결국 자선 기부로 돌아갈 것이다. 킨더 재단 Kinder Foundation 은 이미 공교육 등 다양한 이슈와 관련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사업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보이는 것은, 휴스턴 중심부를 지나 운하 주변 상업 지대로 흘러가는 버펄로 바이유 Buffalo Bayou의 아름다움을 되찾는 활동에 지금까지 3,000만 달러를 쓴 일이다.
필자는 어느 늦은 오후, 린치버그 페리 Lynchburg Ferry 를 타고 휴스턴 운하를 건넜다. 작은 배들이 이 물길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1822년-텍사스가 멕시코의 일부였고 화석연료가 우리 삶을 바꾸기 시작했던 때다무렵부터였다.
운하 교통은 종종 심하게 붐벼 배가 멈춰서 잠시 기다렸다가 반대편으로 재빨리 지나가야 할 때도 있다. 이 페리는 무료인데다, 킨더 모건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중류산업의 세계를 한 눈에 볼 수도 있다.
그 주 초반 킨더는 인터뷰에서 필자에게 “여러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의 상당수가 주유소마다 지하에 유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했지만, 현실은 진지하고 심각하다. 우리는 편의점 지하에 기름이 뿜어져 나오는 구멍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몰라도, 이는 더 중요한 요점을 흐리고 있다. 우리 대부분이 땅 속에 있던 석유나 천연가스를 우리 일상까지 옮겨 오는 데 어떤 일이 필요한지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이곳 휴스턴 물가를 따라 스파게티 면발처럼 얽힌 수많은 파이프라인들을 보거나, 자동차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몽 벨뷰 Mont Belvieu에서 저장 탱크를 짓기 위해 지하 암염돔이 사라져버린 모습을 봐야만, 땅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데 얼마나 많은 물리적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이를 저장하고, 가치가 더 높고 수익이 더 많이 나는 다른 장소까지 옮기는 데 드는 투자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