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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은 지금] 현대중공업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위대한 회사로 발돋움한다”<br>불황을 넘어 진격하는 조선업계 1위의 글로벌 전략

“현대중공업이 나아갈 방향은 확고하다. 현대중공업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위대한 회사’로 발전해야 한다.” 지난 3월 열린 현대중공업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의 어조는 단호했다. 수년째 이어져 온 조선업계의 불황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의지였다.

올해도 조선업계의 어려움은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국내 대표 조선 및 종합 중공업 회사라는 자부심으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포춘코리아가 글로벌시장의 ‘위대한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중공업의 도전을 들여다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 6월 21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대회의실에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세계 조선업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이날 현대중공업은 주재임원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위기 극복 실천 결의’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성 회장은 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과거에 많은 위기를 극복한 성공 경험이 오늘의 우리를 안일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지금의 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절박함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 회장은 과거 현대중공업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공사’를 언급했다. 현대중공업은 1976년 당시 20세기 최대 건설사업으로 불린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해 이를 시작으로 중동 대역사의 서막을 열었다.

이 회장은 “세계에 현대중공업의 이름을 알린 사우디 주베일 공사는 마치 전쟁과 같았다”며 “고 정주영 회장이 남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란 말을 상기해 달라”고 강조했다. 위기 없는 성공은 단단하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지금의 위기를 내일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수주경쟁력 강화 원천 ‘기술개발과 경험’

현대중공업은 지난 1983년 이래 줄곧 글로벌 1위의 조선회사로 자리를 굳건히 해왔다. 현재는 주력사업인 조선업뿐만 아니라 육·해상 플랜트, 엔진기계, 건설장비, 전기·전자, 그린에너지 등 7개 사업부를 가진 종합중공업회사로 발돋움했다.

현대중공업은 해외수출이 전체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기업이다. 창사 2년 만인 1974년 국내기업 최초로 1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이래 1983년 10억 달러, 1992년 20억 달러, 2009년 150억 달러 등 잇달아 수출탑을 수상하며 국내 수출산업을 선도해 왔다.

물론 현대중공업의 주력사업은 조선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1,900여 척의 선박을 글로벌 선주사에 인도하며 풍부한 건조 경험을 축적해 왔다. 약 560척의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 뿐만 아니라 국내 조선소 중 유일하게 모스형(둥근 구 형태의 독립 탱크를 탑재하는 형태)과 멤브레인형(팔각형으로된 화물 탱크를 탑재하는 형태)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독자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바다위 LNG 기지’로 불리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건조에 성공하며 글로벌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의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설비 건조는 최근 미국발 셰일가스 붐으로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 되는 가스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수주전에서 현대중공업이 경쟁사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갈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이처럼 수십 년간 축적된 선박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련사업에 진출, 성과를 높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해양 플랜트다. 현대중공업이 시추에서부터 생산설비까지 다양한 해양설비를 건조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부문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오랜 경험과 축적된 기술력이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975년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든 현대중공업은 엑슨모빌과 BP, 셸, 토털 등 30여 개 다국적 기업에서 수주한 180여 개의 해양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2012년 태국 봉콧 Bongkot 공사, 2013년 6월 미얀마 쉐 SHWE 공사 등 다수의 해상 가스전에 고정식 생산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제작해 글로벌 오일메이저들로부터 우수한 시공능력을 인정 받은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가스중앙처리플랫폼 1기와 생산플랫폼 1기 등 총 7억 달러 규모의 해양설비를 수주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중앙처리플랫폼(Central Processing Platform)은 총 3만3,000톤 규모로, 가스생산플랫폼에서 뽑아 올린 탄화수소(Hydrocarbon)를 하루 4억 3,000만 입방피트(ft3)의 가스와 1만5,000 배럴(bbl)의 콘덴세이트(초경질유)로 분리한다. 이 설비는 오는 2016년 하반기까지 말레이시아 북동부 코타바루 Kota Bharu시에서 북동쪽으로 150킬로미터 떨어진 버가딩 Bergading 해상 가스전에 설치될 예정이다.

정동익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억 달러 이상의 대형 생산설비 수주는 이번 현대중공업의 말레이시아 설비가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초”라며 “하반기에도 다양한 세계시장 수주가 예정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해양생산설비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고성장이 예상되는 해양플랜트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시설 확충에 힘써왔다. 현대중공업은 1만 톤급 해상크레인을 발주, 오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양 생산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최근 해양플랜트 물량의 증가 및 시설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어 대형블록의 원활한 이동과 탑재가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대형 해상크레인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설계역량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그룹 설계 전문 자회사인 ‘현대E&T’를 설립해 설계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E&T는 그룹 3사의 조선과 해양사업을 중심으로 설계 및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350명 규모인 미포엔지니어링의 설계인력을 오는 2018년까지 전문 설계분야 1,600명과 검사 분야 400명 수준으로 확대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앞서 지난 2012년 7월, 제작 능력과 설계 역량을 보강하기 위해 서울에 ‘해양엔지니어링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이 엔지니어링센터도 현재 약 100명 수준인 설계 인력을 오는 2016년까지 6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엔지니어링센터에선 ▲고정식 해상 구조물 상세설계 ▲ FPSO 상세설계 ▲영업설계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원천은 ‘내수시장’

현대중공업은 국내 대표 수출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 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의 원천에는 내수 시장에서의 힘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시장에서도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는 미국 커민스 사와 함께 ‘현대커민스엔진유한회사’를 설립, 본격적인 엔진 생산에 들어갔다. 지난 2012년 11월 착공한 이 공장은 총 1,000억 원이 투입되어 78,045㎡(약 2만 4,000평) 규모로 건설됐다. 연간 5만 대의 건설장비용 엔진을 생산, 오는 2020년에는 연 매출 5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대커민스 공장은 시험 양산을 거쳐 총 4종의 디젤엔진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기존에 현대중공업은 주요 건설장비용 엔진을 커민스사로부터 수입해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유한회사 설립으로 현대중공업은 자체 생산해 온 굴착기, 휠로더, 지게차 등 건설장비와 발전기 엔진을 현대커민스 공장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를 통해 고품질의 물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송비 등을 줄여 원가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 신형 디젤지게차 ‘포렉스 FOLEX 9 시리즈’를 본격 시판하기 시작했다. 포렉스 Folex는 포크리프트 Forkliftc(지게차)와 엑설런트 Excellent를 합성한 우‘ 수한 지게차’란 의미를 지닌 현대중공업의 지게차 브랜드로, 지난 2009년 이후 연평균 30%대의 괄목할만한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신형 9시리즈 디젤지게차는 화물적재와 하역작업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화물 무게, 차체의 전후·좌우 기울기, 지표면과 마스트(Mas·t 포크를 상하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 간의 각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작업의 안정성이 크게 높아졌다. 또 가시성이 높은 LED 표시등과 후방카메라 등을 설치해 추돌 위험을 방지하고, 운전석 이탈 시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우발적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모델들은 컬러그래픽을 제공하는 5.6인치 고화질 LCD클러스터 계기반을 통해 장비의 이상 유무와 소모품 교체 주기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유지·관리도 더욱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는 모든 산업계의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도 미래기술 개발을 통한 수주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의 트렌드는 ‘친환경 선박’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시장 트렌드를 사전에 파악해 친환경 선형, 엔진, 선박평형수 등에 대한 기술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친환경선박(Eco-ship) 사이클을 만들어가는 주역이 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상선 수주를 늘릴수록 대형선 선가 상승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
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집중하고 있는 친환경 선박 기술의 핵심은 ‘스마트십’이다. 조선과 IT기술이 결합된 ‘스마트십’에 대한 연구개발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오고 있다. 최근 개발을 진행 중인 ‘스마트십2.0’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십1.0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스마트십 2.0은 선박 관련 정보의 통합 관리를 통해 최적의 경제운항과 안전운항을 제공한다. 지난해 4월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함께 ‘조선해양IT융합 혁신센터’를 설립해 개발 중인 스마트십2.0은 오는 2015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는 해양플랜트에서 현대중공업의 미래기술 개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심해에서 원유나 가스를 생산·저장하는 ‘서브시 Subsea (해저)’가 미래 해양기술로 각광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빅3 업체 중 가장 먼저 이 분야에 뛰어 들어 기술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미래 산업 선도기술 개발 기관으로 선정되어 심해자원 생산용 해양플랜트 과제를 수행하며 심해저 해양플랜트 EPCI(설계·구매·시공·설치 일괄 진행)사업에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그 결과물로 친환경·지능형심해저 해양플랜트 개발에 필요한 설계기술과 핵심기자재 개발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현대중공업은 풍부한 건조경험을 바탕으로 발주 증가가 예상되는 가스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에 대한 적극적인 수주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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