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30대 그룹은 지금] 대한항공

“안전은 투자로 완성된다 ”<br>15년 무사고 노하우 대공개

세월호 참사 이후 산업 전반에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7월 1일 서울 공항동 본사의 항공 안전 관련 시설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달래고 자사 비행기의 철저한 안전 점검을 알리기 위한 행사였다. 포춘코리아가 그 안전시설 현장을 스케치했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탈출구 정상!” 누군가 다급하게 외쳤다. “벨트 풀어!” “구명복 입어!” 비행기 여승무원이었다. 가녀린 몸에 어울리지 않는 단호한 목소리였다. “양팔 앞으로! 뛰어! 내려가! 멀리 피해!” 대한항공 여승무원들이 비상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실제 비행기 내부와 유사하게 생긴 모형 훈련실 안에서 승무원 수십 명이 조교 지시에 따라 비상 대책 훈련을 반복 연습하고 있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구령을 외치고 있었다.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객실훈련원

이곳은 대한항공 본사 건물 옆에 위치한 객실훈련원. 지하 2층, 지상 2층 연면적 7,695㎡ 규모의 객실훈련원은 항공기가 강이나 바다에 비상 착수하는 상황을 대비한 대형수영장(25m×50m 너비), 비상탈출 훈련용 모형 항공기, 항공기 출입문 개폐 실습장비, 화재진압 실습실, 응급처치 실습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항공기 운항 중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불의의 상황에 대비해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을 완비하고 있다.

신입승무원은 이곳에서 약 1개월간 안전규정과 응급 처치 요령 등을 훈련받고 있으며, 나머지 승무원 6,000명 은 모두 매년 1회 이상 위기대응 훈련을 재교육 받고 있다. 비상탈출 훈련장에선 비상시 문을 수동으로 조작해 여는 방법부터 연습한다. 매뉴얼을 따라 동작마다 동일하게 반복 또 반복한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숙달하기 위함이다. 또 다른 실습장에선 승객들을 인도해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마지막으로 승무원이 탈출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연습한다. 승객의 안전이 언제나 최우선이다. 승무원 먼저 도망치는 일은 꿈도 꾸지 않는다.

승무원들은 또 항공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대비해 각종 안전장비 사용법을 익히고,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실습한다. 이들은 승무원 유니폼 대신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도 질끈 동여맨 모습. 평소의 우아함은 보이지 않았지만, 119 구급대원 못지않은 책임감과 신뢰감, 그리고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문용주 대한항공 객실훈련원장(상무)은 말한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임무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입니다. 비상시 조건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승무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안전운항의 24시간 감시자 ‘통제센터’공항동 본사 A동 8층에는 통제센터가 위치해 있다. 현재 비행 중인 모든 항공기를 모니터링하는 ‘지상 조종실’이다. 센터에 들어가면 우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스크린이 눈에 띈다. 여기에는 세계의 기상상황과 현재 운항하는 대한항공 항공기의 자세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타나 있었다.

통제실에선 140여 명의 직원이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운항과 탑재, 기상 등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전문가들이다. 직원들은 각자 책상에 놓인 여러 대의 모니터를 동시에 보며 기상정보와 항로 등을 분석하며 승무원들이 안전운항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상기 대한항공 종합통제부 상무는 “통제센터는 ‘군의 작전 사령부’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통제센터는 비행기가 출발하기 48시간 전부터 기상 예보와 도착 공항의 상황을 파악해 최적의 항로를 찾아 조종사에게 비행계획을 전달한다. 통제센터는 각 운항 편에 대한 허용 이륙중량, 항로, 고도, 탑재 연료량 등을 산출하게 되며 기장은 통제센터에서 제공한 비행계획에 따라 항공기를 운항하게 된다.

또 이륙부터 도착까지 운항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운항 관련 정보를 항공기에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항공기가 당초 계획대로 운항되고 있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비교하며, 만약 연료나 항로, 고도, 시간 등에서 차이가 발생할 경우 자동 경보가 발령되어 즉시 안전 운항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기상 이변과 같은 비정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각 부문별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최적 운항을 결정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항공기 지연, 결항 등 운항 여부를 결정하고 항공기 스케줄을 조정하는 업무도 통제센터에서 이뤄진다. 운항의 모든 것을 관할하는 컨트롤 센터라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통제센터를 열고 안전시설을 강화한 건 2000년부터다. 1990년대 말 괌 사고, 런던 화물기 추락사고 등 대형사고가 잇따르자 전사적인 변화를 추진했다.

미국 델타 항공사로부터 항공안전 관련 컨설팅을 받아 규정과 절차 등을 표준화하고, 비행감시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훈련프로그램도 개선했다. 외국인 안전 전문가를 고용해 안전업무에 대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였다.

대한항공 안전의 핵심 ‘안전보안실’

안전을 총괄하는 건 안전보안실이다. 안전보안실은 항공기에서 수집된 비행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위험요소를 점검하는 예방안전 프로그램인 비행자료분석(FOQA: Flight Operations Quality Assurance)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항공기가 표준 절차에 의거해 안전하게 운항되는지를 모니터링한다. 특히 대한항공은 자체 개발한 3차원 비행 영상시스템을 이용해 정확하고 수준 높은 비행자료를 분석한다. 비행 자료 분석은 운항 안전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항공기 예방 정비, 연료 관리에도 활용해 정비 안전 품질 향상 및 비용 절감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 2009년 10월 웹 기반의 전사적 정보기술(IT)시스템인 ‘세이프넷’(SafeNet)을 개발해 각 부문별로 분산 관리하던 안전관리 업무를 통합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세이프넷’은 안전 보고, 안전 조사, 안전 감사, 업무 위험성 분석 등 대한항공의 모든 안전 업무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은 안전 부문에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안전 및 보안, 운항, 정비, 객실, 종합통제, 여객 및 화물 운송 등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전 부문에 걸쳐 직원들의 교육 훈련 및 최신 장비 구입, 안전과 관련한 글로벌 트렌드를 수집하기 위한 해외 세미나 참석 등에 사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2013년 안전을 위해 투입한 금액은 1,300억 원이 넘는다.

김인규 대한항공 안전보안실장 상무는 말한다. “대한항공은 1999년 런던 화물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이후 15년간 무사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선진화된 안전운항시스템과 직원들의 철저한 안전 의식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비 능력

‘ㄷ’자 모양의 공항동 본사 건물 중심에는 격납고가 있다. 축구 경기장 2개 규모의 초대형 격납고다. 길이 180m, 폭 90m, 높이 25m에 이르는 이곳은 B747 2대와 A330 1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격납고에서는 항공기 기체와 엔진, 각종 장비와 부품을 검사하고 수리·개조하는 작업이 24시간 내내 진행된다.

이날 격납고에는 중정비에 해당하는 C체크 점검을 위해 보잉737기가 해체작업에 들어간 상태였고, 소형 비행기 2대도 한편에서 경정비 A체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737기는 엔진과 날개, 머리 부분 중 일부가 해체되어 복잡한 기계장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비행기에 올라보니, 바닥 시트와 내장재를 뜯어내 내부 탑승석과 기장석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C체크는 약 2년에 한 번씩 하는 중정비로 엔진을 비롯해 각종 시스템 등을 점검한다. 약 15일 동안 5,500 맨아워(Man Hour·1인 1시간의 작업분량)가 투입되며, 이때 들어가는 비용만도 약 2억~3억 원에 이른다.

대한항공 정비 시설은 규모나 능력 면에서 여타 항공사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한항공의 정비 인력은 3,400여 명에 달하며, 총 5개의 정비 격납고를 보유하고 있다. 공항동 본사 외에도 인천공항에 본사와 동일한 규모의 격납고를 갖추고 있고, 부산 대저동 테크센터에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페인트 격납고를 비롯해 중정비가 이뤄지는 격납고 2개도 갖추고 있다. 부천에는 항공기 엔진의 ‘오버홀’(Overhau·l 분해·수리·재조립) 정비를 수행하는 원동기 정비공장도 운영하고 있다. 엔진 오버홀 비용은 약 40억 원 정도라고 한다.

대한항공의 정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 정비팀은 비행 전후 점검 등 운항 정비, A체크(1~2개월 주기), C체크(약 2년 주기), D체크(약 6년 주기) 등 정시점검을 실시한다. 기내 엔터테인먼트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항공기 개조, 항공기 페인팅 등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기도 한다. 자사가 보유한 전 기종에 대해 자체 점검을 할 수 있는 항공사는 국내에서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99.86%의 운항정시율을 기록했다. 이는 총 운항횟수 중 0.14%의 비행편만 지연 혹은 결항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 세계 항공사 평균 운항정시율 98.91%보다 0.95%포인트 높았다. 운항정시율은 항공사의 항공기 운영능력을 검증하는 국제지표다. 대한항공의 운항정시율이 높다는 건 사전에 철저한 예방정비와 안전관리를 수행해 승객 서비스 및 안전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김맹곤 대한항공 정비기술부 전무는 말한다. “안전은 비용입니다. 대한항공이 1년 동안 지출하는 전체 비용이 11조 원인데, 이 중 정비 비용으로만 1조 원(약 9%)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안전비용 없는 안전은 없기 때문이죠.” 대한항공은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 이상으로 임직원 사이에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에게 안전장려금으로 480억 원을 지급했다. 무사고 운항에 대한 보상이었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말한다. “회사 입장에선 안전이 최고 목표입니다. 아무리 회사 여건이 어려워도 안전장려금은 약속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님의 뜻입니다.” 지 사장은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건 마인드 세트(마음가짐)입니다. 자만하면 안 됩니다. 백 투 베이직(Back to Basic), 기본으로 돌아가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안전의 기본입니다.”

안전은 비용이자 투자
1999년 런던 사고 직후, 대한항공이 지불해야 했던 연간 항공보험료는 1억 2,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15년 무사고 행진이 이어지면서 올해는 그 10분의 1 수준인 1,200만 달러까지 낮아졌다. 안전이 비용인 동시에 투자라는 게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